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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광주 남구 빛고을전남대학교 앞에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지역 환자의 쾌유를 기원하는 주민 펼침막이 걸려 있다. 광주는 병상 부족 문제를 겪는 대구를 돕고자 병상 공유에 나섰고 전날 7명의 대구지역 확진 환자가 빛고을전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광주 남구 빛고을전남대학교 앞에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지역 환자의 쾌유를 기원하는 주민 펼침막이 걸려 있다. 광주는 병상 부족 문제를 겪는 대구를 돕고자 병상 공유에 나섰고 전날 7명의 대구지역 확진 환자가 빛고을전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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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17일 5.18묘역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노란 점퍼를 입은 이들이 시야를 가득 메운 봉분 앞에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참사 1년 후 광주를 찾은 세월호 희생자 부모들이었다.

세월호 어머니가 5.18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5.18 어머니의 흰 저고리에 노란리본 배지가 달렸다. 가슴의 노란리본을 매만지던 5.18 어머니는 "몸이 허락하는 데까지 나도 여러분과 함께 하겄소"라고 말했다. 곧장 "저희도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말이 세월호 어머니로부터 돌아왔다. 5.18 당시 광주기독병원 간호사였던 안성례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이 그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어떤 경우라도 아프지 말고 서로 힘을 주십시오. 밥 안 먹으면 밥 먹으라고 말해주고, 울다 지치면 울지 말고 힘내자고 말해주세요."
 
세월호 가족 만나 눈물훔치는 오월어머니 5.18 민주화운동 35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하자 오월어머니집 회원인 이귀임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세월호 가족 만나 눈물훔치는 오월어머니 5.18 민주화운동 35주년을 하루 앞둔 2015년 5월 17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하자 오월어머니집 회원인 이귀임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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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손소독제와 광주의 특별담화문

벽은 고립을 만든다. 아무리 투명한 유리벽이라도, 벽 이쪽에선 벽 저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없다. 자연스레 고립은 왜곡을 낳고, 왜곡은 편견을 만들며, 편견은 공포를 일으킨다. 급기야 공포는 외면으로 이어진다. 벽이 무서운 건 벽 너머를 볼 수 없어서가 아니다. 벽 너머를 외면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무지'는 벽이 걷히면 해소될 수 있지만, '무의지'는 벽이 걷힌 뒤라도 보이지 않는 단단한 벽을 유지시킨다.

역설적으로 고립의 경험은 벽을 허물기도 한다. 외면의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입김과 손길은 고립된 자에게 너무도 소중하게 다가온다. 고립된 자는 누구의 고립도 원치 않으므로, 그 입김과 손길은 자연스레 전이된다. 그래서 어제의 고립이 오늘의 고립을 다독이고, 오늘의 고립이 어제의 고립을 어루만지기도 한다.

1980년 고립과 마주한 광주는 2014년 이후 고립을 경험한 세월호에게 "몸이 허락하는 데까지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지겹다"는 말에 숨이 턱턱 막혔던 세월호는 여전히 '빨갱이'로 내몰리는 광주를 향해 "저희도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서로는 "어떤 경우라도 아프지 말고 서로 힘을 주자"고, "밥 안 먹으면 밥 먹으라고 말해주고 울다 지치면 울지 말고 힘내자고 말해주자"고 다짐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를 위해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4.16연대가 모금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를 위해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4.16연대가 모금에 나섰다.
ⓒ 4.16가족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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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자체 예산 500만원으로 구입한 손소독제 800개와 후원받은 물품을 대구에 전달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자체적으로 846만 원을 모금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4.16연대'에 마음을 보태, 약 4180만 원을 모았다. 두 모금액을 합친 약 5000만 원이 대구에 전달될 예정이다. 모금 취지를 담은 홍보물엔 이런 내용이 담겼다.

"대구 주민들은 (코로나19) 감염의 공포와 고립감 속에서 병마와의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재난·참사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해 앞장서온 세월호 가족과 4.16연대가 대구 주민들, 특히 장애인, 이주민 쪽방촌 어르신들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지난 1일 광주에선 '광주공동체 특별담화문'이 발표됐다. 전국에서 대구를 향한 응원이 쏟아진 가운데, 광주의 담화문은 더욱 특별했다. 광주광역시청 및 각 구청, 광주광역시의회, 광주광역시교육청 등은 물론 의료계, 시민단체, 5.18단체, 종교계, 경제계가 합심해 담화문에 이름을 올렸다. 지역 전체가 마음을 모은 셈이다. 광주는 의료진을 파견하고 병상을 내어주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담화문엔 이런 내용이 담겼다.

"1980년 5월, 고립되었던 광주가 결코 외롭지 않았던 것은 광주와 뜻을 함께 해준 수많은 연대의 손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빚을 갚아야 할 때입니다."
 
 1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이 각계 대표와 광주공동체 특별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와 각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에 힘을 보태고자 대구지역 확진자 가운데 경증 환자를 옮겨와 치료하겠다고 밝혔다.
 1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이 각계 대표와 광주공동체 특별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와 각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에 힘을 보태고자 대구지역 확진자 가운데 경증 환자를 옮겨와 치료하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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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덕분에

광주와 세월호가 이럴 수 있었던 이유는 외면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 당신의 입김과 손길 덕분이었다. "5.18은 폭동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당신과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외쳤던 당신이 광주와 세월호를 이렇게 만들었다. 광주와 세월호가 대구를 향하도록 만들었다.

대단한 일은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다. 우린 대구에도 그러면 된다. 외면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외면을 외면하면' 되고, '고립을 고립시키면' 된다. 정부 비난을 위해 공포를 극대화하는 이들과 결별하면 되고, 편견을 일으키는 "대구사태"와 같은 말을 배척하면 되며, 논란을 부추기는 왜곡 보도를 비판하면 된다.

안성례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의 말을 다시 빌려와 본다.

"여러분, 어떤 경우라도 아프지 말고 서로 힘을 주십시오. 밥 안 먹으면 밥 먹으라고 말해주고, 울다 지치면 울지 말고 힘내자고 말해주세요."

대구가 언젠가 당신의 눈물을 닦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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