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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인 13일 충북 증평군 증평읍 제9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이었던 지난 2018년 6월 13일의 모습.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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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찍어야 하나요?"

지난 2월부터 꾸준히 듣던 질문이다. 나는 보통 심드렁하게 답했다.

"경선이 끝나면 그때 살펴봐야죠. 지금은 너무 많아서요."

그랬다. 많았다. 10명이 넘는 군수 후보라니(총선에 웬 군수냐고? 재선거 이야기다).

우린 한때 20여 명의 후보군을 자랑했다. 지방지마다 달랐다. 후보군 중 일부는 전혀 새로운 사람이기도 했다. 그리고 언론에 아예 언급이 안되던 지난 선거 출마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불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게 지난 2019년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일이었다. 피곤했다. 출마자나 캠프도 아닌 내가 이 정도의 피로감을 느끼는데 출마 당사자는 어땠을까? 그나마 지난 2월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서 출마 포기 또는 양보(?)를 통해 그 수가 10여 명으로 줄고, 현재는 컷오프를 통해 6명으로 줄었다.

다음주 민주당 경선이 끝나면 무소속 포함해서 4명으로 줄어든다. 유권자가 슬슬 마음을 정하기 위해 후보들의 면면을 따져볼 때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선거 일주일 전에 집에 오는 공보물을 보면서? 아니지, 여긴 특별한(정치적으로 많이 억울하거나 아주 잘났거나) 인물이 무소속으로 나온 게 아니라면 민주당을 선택하는 곳이다.

우리는 왜 '미니 지방선거'를 치르게 됐나

내가 사는 곳은 전북의 산골, 인심 좋은 진안이라는 곳이다. 인심은 때론 오해를 부르고 법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곳의 이항로 전 군수는 2017년 명절에 홍삼 진액 선물세트를 210여 개 돌린 혐의로 기소됐고, 결국 징역 10개월이 확정돼 군수직을 잃었다. 덕분에 4월 15일 선거에 우리 지역은 국회의원 선거와 더불어 군수도 새로 뽑는다. 이번 선거에 진안군은 총 세 장의 투표용지(군수재선거, 지역국회의원, 정당)를 받게 된다.

그런데, 왜들 나에게 묻는가. 나는 전북 녹색당 운영위원장이다. 지역에서 정치 활동을 3년째 해왔지만 지역 이주민(14년 되었다)이라 이해관계가 별로 없고, 친한 토착 정치인도 없다.

"누구 뽑아야 돼요?"

정치적 성향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었다. '아직 더 두고봐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했지만 사실,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굳이 그런 문제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서일까?

이제 후보군이 줄어드니 스스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는 어떤 기준으로 뽑아야 하지? 곧 여론조사 경선인데 혹시 나에게 전화가 오면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나. 아니면 기권해야 하는 건가? 여론조사 경선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그나마 나은 사람'이 후보가 되었으면 바라는 마음에서다.

찾아봤다. 나는 재보궐 첫 경험자였다. 그래서인가. 많이 놀랐다. 전국으로 보면 55개 선거구에서 기초단체장 8명, 광역의원 16명, 기초의원 31명을 새로 뽑는다. 전 광역시에 고루 걸쳐있으니 과히 미니 지방선거라 불릴만한다.

매해 전국 곳곳에서 선출된 공무원들이 직을 잃고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한 선거가 실시된다. 2011년에 80건, 2012년 87건, 2013년 14건, 2014년 18건, 2015년 36건, 2016년 51건(참조 : 재보궐선거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국회입법조사처, 이정진). 특별히 많은 해도 있지만 꾸준히 없는 해는 없다. 이유는 무엇인가. 그 지역 유권자의 잘못인가? 지역 환경 문제인가? 풍수가 좋지 않아서 그런가?

아니다. 직을 중지당하거나 사직하게 된 이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대다수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선출직 공무원들은 부정한 일에 연루되거나 불법적인 문제를 일으켰다. 국회의원 도전을 위해 사직하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비율로 보면 극히 일부다.

재선거는 그 지역 유권자의 정치 혐오나 상실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도 문제지만, 비용적인 면에서도 낭비다. 이 때문에 꾸준히 '원인자 부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정치적 책임을 지려면 경제적 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논리다. 전직 진안군수의 경우도 선거 비용 보전분(전액인지 일부인지는 모르겠다)을 돌려주었고, 이 돈이 이번 선거에 쓰인다고 한다. 

"누굴 찍어야 하냐"라는 질문에 앞서

그런데 이 같은 문제를 개개인의 잘못으로만 여겨야 할까? 그들의 공직 박탈은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다. 불법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만한 상식을 갖춘 이들이 저지른 일이다. 익숙함, 좋지 않은 관행, '설마 걸리겠어'라는 안일함 등이 섞여서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 지역을 예로 들자면, 나는 이번 군수 재선거의 두 가지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하나는 정당의 책임론이다. 공당의 책임은 무한하다. 문제가 된 군수는 국정을 책임지는 정치인들의 조직이자, 국가를 운영하는 주권당인 민주당이 자신 있게 전략 추천한 후보였다.

그 후보가 부정한 일을 저질러 직을 박탈당했을 때 소속 정당의 책임은 없는 건가? 당연히 있다. 지방 분권을 대통령 공약으로 실천하고 있는 입장에서 더욱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잘못된 공천에 관한 부분은 물론, 소속 정치인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선거의 공천을 진행하면서도 지난 선거 공천자의 부정과 비리에 대해 언급이 없다는 게 아쉽다. 유권자를 배신한 것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이,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공천하겠단다.

민주당은 사과를 해야 한다. 또, 지역에서 세금으로 부담하는 재선거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더 나아가, 개인적으로는 공천을 하지 않는 것이 지난 후보 추천에 대해 책임지는 공당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후보 개인이 선거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면, 정당이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당선자의 위법 행위로 인해 재보궐선거가 실시될 경우 추천 정당이 선거 관리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 법률안이 논의된 바 있다.

그 정당의 힘을 얻고자 하는 후보자들도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저 줄만 서려고 하는 이들은 정당의 가치나 이념, 도덕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사과는 물론이거니와 책임감과 부채감 없이 아무렇지 않게 후보로 나왔다. 이러면서 무슨 정당정치를 한다는 말인가. 민주당 후보들은 고개를 더 깊이 숙이고 군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다시 "누굴 찍어야 하냐"라는 질문에 앞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민주당아, 책임 좀 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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