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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신천지 이만희 '코로나19' 회견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평화의 궁전'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 신천지 이만희 "코로나19" 회견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평화의 궁전"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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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는 비밀주의로 인해 어디서 뭘 하는지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 투명성이 최고 원칙인 방역에서 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7일 MBC < 100분토론 >에서 한 말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왜 이렇게 말의 강도가 셀까?"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흘 뒤 서울시는 한밤중에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과 12개 지파장을 살인죄 혐의로 상해죄 및 감염병예방관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소셜미디어와 언론보도들을 들여다 보니 "시원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정치적 셈법에 따른 행보", "쇼맨십 정치"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공직자가 되기 전의 박 시장은 1986년 3월 19일 발족한 '정법회'('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전신)에 초기 멤버로 참여해 인권변호의 흐름을 이끈 과거가 있다. 그는 '초심'을 잃은 것일까?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박 시장이 이렇게 '오버'하는 이유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이만희 교주를 비난한 날, 서울시는 시에 연고를 둔 신천지 신자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대구시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1017명 중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자가 80%에 육박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런데 방송에 출연하기 직전 박 시장에게는 "서울의 신천지 신도 1500여 명이 조사를 거부하거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지금처럼 심각해진 이유는 대구 집회에 참여한 31번 확진자의 상태를 제때 확인하지 못한 방역당국의 책임이 크다. 이 또한 뒤늦게 '상식'이 된 얘기지만,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교단 내에서 신에 버금가는 권위를 누려왔다. 박 시장은 두문불출하는 이만희를 움직이지 않고는 신천지 신도들에 대한 추적 조사가 막다른 골목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절박감을 느꼈다고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27일 오후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주제로 김승희 미래통합당 의원(오른쪽) 등과 토론을 벌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2월 27일 오후 에 출연해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주제로 김승희 미래통합당 의원(오른쪽) 등과 토론을 벌였다.
ⓒ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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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방송 이후에는 상황이 좀 나아졌을까?

불완전하게나마 전수조사가 마무리된 후 서울시는 '신천지의 본산' 과천 예배(16일)에 서울 연고자 4876명이 참석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서울시는 전수 조사에서 각 신도들에게 최근 신천지 집회 참석 여부를 물었는데, 과천 예배 참석자의 절반이 넘는 2748명이 이를 숨겼다고 한다.

박 시장은 이로 인해 "신천지가 명단을 내주며 조사에 협조하는 척 하지만, 교단을 보호하기 위해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지 않는다"는 심증을 굳히게 됐다. 이는 '신천지발 확진자' 수가 하루에도 수백 명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어르고 달래는 유화책으로는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휴일 당직 근무를 하던 기자는 일요일 오후 8시가 가까워질 즈음에 서울시의 '검찰 고발' 보도자료를 접했다. 2년 반 동안 시청을 출입하면서 일요일 밤에 이리 급하게 '뉴스거리'를 받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오버 아니야?"와 "뭔가 급한 사정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교차하는 밤이었다.

궁금증의 상당 부분은 박 시장이 다음날 브리핑에서 신천지의 비협조 정황을 직접 설명하면서 어느 정도 풀렸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이 나선다고 해도 피의자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달아나는 일도 있지 않았던가? 이 판국에 이만희 총회장이 신도들에게 "조사에 응하지 말고 숨어라"고 교시를 내린다면 대구·경북 지역사회 감염을 초래한 31번 확진자 사태가 전국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이만희 총회장이 2일 오후 3시 19분 은둔을 접고 큰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서야 신천지 변수는 방역당국의 통제가 가능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연수원 건물로 향하고 있다.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연수원 건물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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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도 다음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은 서울시의 고발은 이만희 총회장이나 지도부를 처벌하자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 (신도들 상태를) 빨리 확인해서 더 이상 확산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애초 목적이 관련자 처벌이 아니라 진심어린 협조를 받는 것이었다면, 검찰 고발을 놓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냐 없냐 따지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 된다.

박 시장의 행동에 대해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인권 감수성이 무뎌진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1000만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최전선 방역 사령관'의 입장에서 불가피하게 내놓은 수라면 그 맥락을 헤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사태가 좀 더 진정되고 이 혼돈의 시간을 '과거지사'로 돌릴 날이 온다면, 박 시장의 '오버'로 신천지 교주가 은둔에서 해방된 날이 코로나19 사태의 변곡점으로 기억될 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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