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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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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전 부대표 배준호입니다. 

1. 반칙의 정치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총선 정국이 회오리치고 있습니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등장으로, 총선에서 민주-진보 세력의 안정적 과반의석 확보가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일각에서 제기된 범진보세력 '선거연합정당' 등의 논의가 뜨겁습니다. 연합정당 형태가 아니더라도, 민주-진보 세력의 정치 연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핵심은 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 비례민주당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진보정당 진영은 물론이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아무리 위장정당 미래한국당이 등장하고 적페세력이 부활을 노린다고 해도, 비례민주당 논의는 집권여당의 무책임을 극명하게 드러낸 일입니다. 반칙에 반칙으로는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고, 이는 민주-진보 세력의 과반의석 확보를 더 어렵게 할 일입니다. 

2.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해법입니다

지난 3월 1일 정의당 심상정 당대표의 긴급기자간담회가 있었습니다. 비례민주당 논의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 발표를 요구하는 동시에, 일각에서 제기된 '비례 선거연합정당' 안을 반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은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답을 찾는 일입니다. 적폐세력의 부활과 이로 인해 벌어질 개혁의 후퇴, 무엇보다 정의당도 큰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예상했던 의석수는 불투명해졌습니다. 진보정치가 주저앉고 다음 총선에서는 어렵게 이뤄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조차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는 눈앞에 닥친 현실입니다.

지금 상황은 민주-진보 세력이 각자도생하여 선거를 치르고, 그다음에 협치하여 개혁을 이끌 수 있는 그런 국면이 아닙니다. 잘못을 탓하는 것은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현실을 타개할 대안을 제안하고, 이를 주도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3. 2012년 총선 앞둔 노회찬의 정치 연대 아이디어 기억해야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진보신당의 노회찬 전 대표는 야권연대의 방안으로 '가설정당'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말한 바 있습니다. 당시 '국민의 명령' 문성근 대표 등 일각에서 한나라당에 맞서 '야권이 모두 하나의 당으로 통합하자'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노회찬 대표는 하나의 당으로 통합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지만, 확실한 선거연대를 위해 '가설정당'을 창당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노회찬 대표의 주장은 지역구 선거연합을 위한 것이었지만, 이 아이디어의 기본 목적은 지금 시국에도 유효합니다. 노회찬 대표의 취지는 국민들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민주-진보세력의 '다양한 정치적 연대의 가능성'을 여는 데 있었습니다. 

4.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적폐세력이 부활하면 지금까지 한 개혁도 다 원상복구가 됩니다. 정의당은 연합정당은 아니더라도 이번 총선의 '비상수단'으로서 다양한 정치적 대안을 먼저 제시할 수 있습니다. 집권여당의 무능함과 무책임을 비판하는 건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번 총선을 진보적인 시민들이 왜 그토록 기다렸는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그것은 촛불혁명의 완수를 위해, 대한민국의 개혁을 위해 복무하는 안정된 국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진보세력이 연합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먼저 제시하는 것은 비단 집권여당 민주당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대표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먼저 제시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5. 사회경제적 개혁에 대한 진일보한 합의가 기본

대다수 국민들의 삶을 바꿀 사회경제적 개혁을 조건으로, 범진보세력의 선거연대를 정의당이 주도하기를 바랍니다. 오늘 대한민국의 불평등과 세습자본주의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개혁, 즉 부동산, 교육, 소득, 노동, 4대 핵심 분야에서의 진일보한 개혁을 조건으로 내걸고, 총선 정국을 '진보정치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과감한 상상력과 촛불시민들에 대한 믿음, 그리고 범진보세력을 하나로 끌어안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집권여당에 대한 비판에 몰두하다 정의당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여지까지 발로 차서는 안 됩니다. 사회경제적 개혁을 조건으로 선거연대를 주장한다면, 설령 이 선거연대가 무산된다고 하더라도, 많은 진보시민들이 정의당에 마음의 빚을 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빚이 정의당을 더 큰 정당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6. 다당제 기본 원리는 반목이 아니라 협력과 연합

거대 양당제의 종식을 바라는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지난 조국 정국에서 서초동도 광화문도 가지 못한 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민주-진보 세력의 목표는 통합당의 반칙을 물리치고, 다당제로 가는 길을 여는 것입니다. 다당제란 여러 정당이 서로 대립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견해의 정당들이 협력하고 연합하는 정치이기도 합니다. 

다당제의 정신 아래, 이제까지 '비례는 정의당'이라며 지지를 호소해온 정의당의 정당성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민들에게 다시 49대 51의 싸움판으로 돌아가라고 진보정치가 도리어 등을 미는 꼴이 됩니다. 

선거제 개혁의 의의를 중시한다면, 도리어 정의당 지도부는 '본래 우리의 몫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적폐세력을 완전히 몰아내자'는 주도적 정치를 해야 합니다. 이는 양보가 아닙니다. 더 큰 이익을 위한 길입니다.

7. 재발 방지 조건으로, '선거제 재개정'에 합의해야

사회경제적 개혁에 대한 진일보한 합의와 더불어, 선거연대를 계기로 선거법 재개정을 추진해야 합니다.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은 사실 선거제 개혁을 잘못했기 때문입니다. '반의 반쪽짜리 선거제 개혁'이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의원정수 확대나 지역구 축소 없이, 현행 구조에 억지로 우겨넣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근원적 한계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다당제의 취지가 제대로 살도록 지역구와 비례 비율이 2:1까지 되도록 비례의석 수를 늘이거나 조정하는 재개정이 필요합니다. 만약 380여 석까지 의원 수를 늘인다면, 그와 동시에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는 제대로 된 정치개혁까지 해낼 수도 있습니다. 진정한 대의자는 늘이고, 특권 정치인은 줄이는 개혁, 이것이 국민들을 설득할 '원칙'을 가진 선거연대의 방향일 것입니다.

8. 비상수단을 두고 '너는 누구 편이냐'고 묻지 말아야

지금 민주-진보 세력의 주요 지도부들은 '너는 누구 편이냐'고 묻는 프레임을 발동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총선에서 제기되는 선거연대에 대한 다양한 제안은 '비상수단'일 뿐입니다. 

'A라는 방법은 되고, B라는 방법은 안 된다'와 같은 태도, '우리 당을 찍을 시민이냐 아니냐'를 묻는 방식은 주의해야 합니다. 이는 무엇보다 힘든 상황에서 출마한 진보정당의 지역 출마자들에게 더 큰 짐을 지우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드는 일일 수 있습니다. 진보정당의 지역 출마자들에게는 더 많은 시민들의 지지가 절실합니다. 그러려면 각 당의 지도부가 정치적 논의를 다양하게 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야 합니다. 

9. 방어하기보다 주도성을 발휘하는 정치가 필요

저는 제안합니다. 진보정치를 응원하는 모든 시민 여러분, 다 함께 건설적 대안에만 몰두합시다. 과거의 익숙한 '비판적 지지론'으로 서로를 비난하거나, 범진보개혁 세력의 연대를 막지 말고, 생산적 대안 중심으로 지혜를 모읍시다. 

정의당 지도부에게도 부탁드립니다.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듭시다.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21대 총선을 적폐세력을 물리치고, 과감한 사회경제적 개혁으로 나아가는 계기로 만듭시다. 

덧붙이는 글 | 배준호씨는 정의당 비례대표 예비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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