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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보는 만큼이라도 책을 좀 읽어라!"
"책을 왜 읽어야 하죠? 유튜브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책은 재미없단 말이에요."


이제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는 아이와 오늘도 이런 대화를 하고 있다. 마치 건널수 없는 강을 사이에 둔 것처럼 좁혀지지 않는 차이가 엄마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문제는 유튜브가 아니다
 
 아이는 컴퓨터로 보는 유튜브에 푹 빠졌다.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컴퓨터 사용 시간을 제한했다. 그러나 컴퓨터 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남은 시간만큼 책을 읽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는 컴퓨터로 보는 유튜브에 푹 빠졌다.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컴퓨터 사용 시간을 제한했다. 그러나 컴퓨터 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남은 시간만큼 책을 읽는 것은 아니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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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방에 컴퓨터를 놔 준 것이 화근이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이는 컴퓨터로 보는 유튜브에 푹 빠졌다.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컴퓨터 사용 시간을 제한했다. 그러나 컴퓨터 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남은 시간만큼 책을 읽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 또 나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장황한 해설을 늘어놓았고 아이는 따분해 했다.

사실 '유튜브 때문에 책을 읽지 않는다'는 명제는 오류다. 인과관계가 틀렸다. 유튜브 때문에 책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책을 읽지 않는 것이다. 문제를 다르게 설정하면 해답도 달라진다. 올바른 질문은 상황을 바꾸는 법이다.

어떻게 하면 책에 흥미를 갖게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 잘 모르겠다.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아이도 따라온다고 하는데 다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을 매일 보여준다고 해서, 전혀 흥미를 못 느끼는 아이가 저절로 책을 읽을 리 만무하다.

돌이켜보면 내 아이에게도 책에 대한 흥미를 북돋우고 동기 유발이 일어나는 시점이 있었던 것 같다. 4살 쯤에 공룡에 푹 빠져 있던 아이는 공룡과 관련한 그림책, 백과사전, 만화책 등을 닥치는대로 봤었다. 종류도 많고 섭생도 다양한 공룡의 이름을 줄줄 외웠었다. 심지어 공룡 화석을 찾겠다면서 동네에 나가 호미로 남의 땅을 파헤친 적도 있었다.

공룡에 대한 호기심이 폭발했을 때 이것을 더 재미있고 새로운 지적 모험으로 연결시켜 주지 못했다. 어른도 못 외우는 공룡 이름을 줄줄 외워대는 아이의 모습에 '물개박수'를 쳐주면서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다. 어느새 공룡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지고, 그 후에도 다른 것들에 관심을 보이기는 했지만 어떤 것에도 공룡 만큼 몰입하지는 않았다.

읽었으나, 읽은 것이 아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세상 만물을 접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호기심이 폭발하는 시점이 있다. 그 호기심 만큼 강한 동기 유발 요인도 없다. 돌이켜보면 아이의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독서로 이어지는 그 결정적인 포인트를 놓친 것 같다.

어쨌든 아이가 책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읽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였다. 그렇다고 무한정 기다리자니 책과는 영 멀어질 것 같았다. 나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아이에게 '엄마와의 책 읽기'를 제안했다. 독서에 흥미를 느끼지도 못하고 잘못된 독서습관을 가진 아이에게 초반 단계에서의 '훈련'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스스로 필요성을 납득하고 주체적으로 해나가는 습관을 들이려면 일정 기간 인내력 있는 연습도 필요하다.

나와 아이는 독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 읽었을 때의 느낌들, 기억에 남는 책 등 아이의 책 읽기에 관한 모든 것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학교에서 '독서기록장' '독서통장' 같은 걸로 아이들의 책 읽기를 지도한다고는 하지만, 몇 권을 읽었는지만 따지는 방식은 진짜 '책 읽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충 읽고서도 다 읽었다고 적어놓은 책 제목들만 가득한 독서기록장은 눈속임에 불과했다. 아이는 "엄마, 사실은 제대로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분명히 읽었는데 읽은 것이 아니다? 이런 난감할 데가... 책 읽기가 중요하다면서 '다독'만을 강조하면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특이 아이들의 독서를 '읽은 양'으로 측정하는 방식의 평가는 위험하다. 다독은 중요하지만 내용의 의미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다독은 그저 '독서 흉내내기'에 불과하다.

나는 많이 읽는 것보다 제대로 읽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무엇보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책을 읽기 전과 후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행히 아이는 나의 제안에 동의해 주었다.

함께 하는 독서, 엄마와 아이의 동반성장

한 권의 책을 선정해서 함께 읽어보기로 했다. 만화책 대신 이야기 책을 선택했다. 학습만화도 배제했다. 영상이나 만화책의 띄엄띄엄 짤막한 텍스트 보다는 차분하게 문장을 읽고 문장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이야기 책은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호기심으로부터 촉발된 자발적 독서라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밟았다면 좋았겠지만,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책을 읽어나가면서 호기심을 키워나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처음에는 좀 힘들더라도 한 권의 책을 읽어냈을 때의 성취감은 다음 책을 읽을 수 있는 정신적 동력이 될 것이다. 자신감이 붙으면 다음 행동을 위한 동기가 유발된다. 인간의 뇌가 그런 작용을 한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어떤 일을 해 냈을 때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도파민은 쾌락, 욕망, 동기 부여, 감정, 운동 조절 등에 작용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이다. 비록 따분하거나 흥미가 없는 일, 나의 의지가 100% 작용하지 않은 일이라 하더라도 작은 성과를 내면 인간에게는 그 자체로 '동기유발'이 된다. '어? 해볼만하네? 좀 더 해보자'라고 생각하면서 다음 행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늘 해오던 일, 늘 잘하던 일이 아니라 조금 낯설고 불편한 일을 잘 해내서 얻은 성취감에 뇌는 더 크게 반응한다. 독서를 통한 성취감은 뇌에서 행복을 느끼는 호르몬인 '엔돌핀'과 '세로토닌' 분비도 촉진한다. 이러한 뇌의 지속적인 강화작용은 독서의 양과 질을 향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아이와 함께 하는 독서는 아이를 더 많이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므로 엄마인 나에게도 공부와 성장의 과정이다. 성취감이 만들어내는 지속적인 강화작용은 아이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적용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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