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도망친 여자>로 은곰상인 감독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

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도망친 여자>로 은곰상인 감독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 ⓒ 베를린국제영화제

 
홍상수 감독이 신작 <도망친 여자>로 1일 폐막한 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감독상)을 수상했다. 2017년 배우 김민희가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한국 배우 최초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지 3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베를린영화제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지속적으로 애정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홍상수 감독은 시상식 무대에 올라 "영화를 초청해준 (집행위원장) 카를로, (프로그래머) 마크에게 고맙고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 함께 와있는 두 배우도 소개하고 싶다"며 김민희, 서영희 배우에게도 박수를 유도했다. 

<도망친 여자>는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감희'가 세 명의 친구를 만나는 이야기다. 두 명은 그녀가 그들의 집들을 방문한 것이고, 세 번째 친구는 극장에서 우연히 만난다. 우정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언제나처럼, 바다 수면 위와 아래로 여러 물결들이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작품이다.
 
홍상수 감독의 연인인 김민희가 주연으로 나섰고, 서영화,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배우 등이 출연했다.
 
지난달 25일 베를린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도망친 여자>는 현지 상영 후 호평을 받아 왔다. 김민희는 당일 기자회견에서 "감독님이 써주는 대본대로 잘 외워서 전달하면 의미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감독님이 쓰신 의도를 최대한 파악해서 연기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의도에서 벗어날 때는 감독님이 잘 잡아주신다"며 "집중해서 상황을 받아들이고 연기하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일고 변화가 생기고, 현장에서 상황을 숙지하고 감정에 집중한다"고 덧붙였다.
 
현지에서 영화를 관람한 전혜정 런던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고양이 씬에선 큰 웃음 터져 나오고 상영 내내 키득키득 웃는 소리 자주 들렸다"며 "게스트 무대인사도 없었으나 영화가 끝난 뒤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 2월 25일 <도망친 여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상수 감독

지난 2월 25일 <도망친 여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상수 감독 ⓒ 베를린영화제

 
홍상수 감독의 수상은 지난 2월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상 수상에 이어 새로운 100년에 접어든 한국영화의 경사라고 할 수 있다. 단조로워 보이지만, 독립적인 여러 관계들이 서로 교차하며 만들어지는 홍 감독만의 색깔은 국내외에서 꾸준하게 인정을 받고 있다. 

전양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홍상수 감독에게는 몇몇 감독만이 비견될 수 있는 집요하다고 할 정도의 꾸준함과 일관성이 있다"며 "모든 분야에서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한 영화감독은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자신의 스타일을 이렇게 집요하게 구사하고 꾸준히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보면, 작품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대단하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배우 김민희와 연인 관계를 인정하면서, 국내 평가는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배우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민희의 경우도 해외 3대 영화제 수상으로 훈장을 받을 여건을 충족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정부가 두 사람의 사생활 문제에 대한 안팎의 논란을 지나치게 의식한 모습이다. 
 
 지난 2월 25일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열린 <도망친 여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서영희 배우

지난 2월 25일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열린 <도망친 여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서영희 배우 ⓒ 베를린영화제


일각에선 올해 70회를 맞은 베를린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이 낭보를 전해왔단 점에서 사생활과는 별개로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코로나19로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줄어든 가운데, 홍상수 감독의 수상이 시름을 잠시나마 있게 해 주는 모습이다.

강성률 평론가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작가주의 스타일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 매너리즘에 빠진 것인지 평가가 엇갈리곤 하지만, 그의 영화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감독의 사적인 이유 때문에 매도가 심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고 말했다. 
홍상수 도망친 여자 베를린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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