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 <작가수업>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 <작가수업>
ⓒ 공존

관련사진보기


글쓰기 관련 책을 읽다 보면 무엇이든 쓰고 싶다는 열망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가 있다. 도러시아 브랜디의 <작가 수업>을 읽는다면 아마 그 비슷한 열망에 휩싸이게 될지 모른다. 작가가 되기를 꿈꾸거나 글쓰기를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글쓰기 욕구 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온라인상에 다양한 자기표현의 장이 생겨나면서 글쓰기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졌지만 이 책이 출간된 시기(1934년)만 하더라도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당대에는 작가가 되려면 재능을 타고 나야 한다는 통념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도러시아 브랜디의 선구자적인 면모가 엿보인다. "재능은 배운다고 해서 트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는 세상의 통념과는 달리 "작가의 비법 같은 것은 분명히 있다"며 독려해줄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치는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스승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소설가 존 가드너(1933~1982)의 추천사가 '보증'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책은 동기 부여가 필요한 예비 작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시중의 많은 작법서처럼 파트별로 세세한 비법을 알려주는 식의 책은 아니다. 작가에게 필요한 자질, 습관, 세부 실천방안을 제시하는 정도다. 그렇지만 이 지침들을 따라가다 보면 확실히 작가적 글쓰기, 적어도 생산적 글쓰기에 필요한 습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확신을 얻게 된다. 

글을 쓴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부지런히 글을 쓰는 이들도 쓰면 쓸수록 어렵다고 여기는 것이 글쓰기다. 소설, 에세이, 평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한 수전 손택도 "내게 글쓰기는 무척 힘들고 고통스럽다. 초고는 대체로 끔찍하다"고 말했을 정도지 않은가.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나 소설가 마거릿 미첼은 소설 쓰기가 너무 어려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한 작품만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메이슨 커리, <예술하는 습관>, 이미정 역, 걷는나무)

무엇이든 쓰고 싶다는 생각은 있으나 자꾸 주저하게 되거나 쓰려 해도 막상 잘되지 않는 이유는 저자의 말마따나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근육이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운동 루틴을 만들려 해도 상당한 끈기가 요구되듯이 글쓰기에도 습관 형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글쓰기 근육을 길들이려면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 참고가 될 만한 지침이 있다.
 
따라서 무의식의 비옥한 자양분이 주는 혜택을 온전히 누리려면 무의식이 기선을 잡았을 때 힘들이지 않고 쉽게 글을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러한 방법을 터득하려면 평소보다 30분이나 한  시간 일찍 일어나는 것이 가장 좋다. 일어나자마자 말을 하거나, 조간신문을 읽거나, 전날 밤 치워두었던 책을 집어들지 말고 글을 쓰기 시작하라.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아무 내용이나 쓰라. 기억할 수 있다면 간밤에 꾼 꿈도 좋고, 전날 했던 활동도 좋고, (실제든 상상의 산물이든) 대화도 좋고, 양심의 성찰도 좋다. 어떤 종류든 상관없으니 이른 아침의 공상을 비판의 시각을 들이대지 않고 빨리 쓰는 것이 관건이다. 글의 우수성이나 궁극적인 가치는 아직 중요하지 않다. 나중에는 이러한 내용 속에서 기대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겠지만 지금 단계에서 일차 목적은 불후의 명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헛소리만 아니면 되는 글을 쓰는 데 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기록하면서 수면 상태와 깨어있는 상태의 중간 지대에서 쉽게 글을 쓸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p.79-80)

아침 일찍 글 쓰는 습관이 몸에 익으면 차츰 생산량을 늘려 나가며 일정한 시간에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라고 저자는 주문한다. 이것이 가장 기초적인 단계다. 소설을 쓰든 에세이를 쓰든 무엇을 쓰든 핵심은 역시 글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여기서 이 책의 미덕이 잘 드러난다. 저자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그 과정이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글쓰기 근육이 어느 정도 붙고 훈련이 몸에 익으면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에 휩싸이게 되는 '예술적 혼수상태'의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과연 실제로도 그럴까? 이러한 시도로 얼마나 효과를 보느냐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내 경우에도 동기 부여를 위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에게 충분히 설득됐으며,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럼에도 여전히 매일 글을 쓰는 데 버거움을 느낀다. 습관을 만든다는 것은 이토록 어려운 일이다. 이 고비를 넘긴 당신이 승자다. 이제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첫걸음을 뗀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작가 수업 (리커버 특별판)

도러시아 브랜디 (지은이), 강미경 (옮긴이), 공존(2018)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그저 자연에 폐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생명 가진 것은 모두 자유로울 권리가 있으니까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