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자전거도로와 잔디밭광장, 체육시설, 나루터, 관찰데크, 야생초화원 등이 조성된 충남 부여군 세도면 ‘세도지구’ 수변공원이 시커멓게 타 버렸다.
 자전거도로와 잔디밭광장, 체육시설, 나루터, 관찰데크, 야생초화원 등이 조성된 충남 부여군 세도면 ‘세도지구’ 수변공원이 시커멓게 타 버렸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수변공원이 새까만 잿더미로 변했다. 누군가 수시로 불을 놓는 통에 주민들은 불안감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적이 드문 이곳은 금강 수역으로 법적 보호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 삵, 새매, 말똥가리, 황조롱이, 흰꼬리수리 등 수많은 동·식물이 살아가는 곳이다.

"지난주 토요일(2월 22일)에도 누군가 불을 놓았어요. 시커먼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소방차까지 와서 불을 끄느라 소란이 있었어요. 담뱃불을 버려서 불이 났는지, 누군가 불을 놓았는지는 모르지만, 툭하면 강변에 불이 나는 통에 혹시나 산으로 번질까 늘 불안합니다."

충남 부여군 세도면 강변에 살고 있다는 어르신의 말이다. 2월 27일 제보를 받고 찾아간 곳은 단무지와 방울토마토를 경작하던 강변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변공원으로 탈바꿈한 세도지구다. 공원에는 잔디밭광장, 체육시설, 나루터, 관찰데크, 야생초화원 등이 있다는 표지판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자전거 도로와 차도를 같이 사용하는 도로변에는 각종 대형 쓰레기까지 가져다 버릴 정도로 인적이 드문 곳이다.

최근까지 갈대가 무성했던 곳에는 새까맣게 탄 흔적만 남았다. 타버린 버드나무 주변에는 타지 않은 소주병과 캔, 깡통이 보였다. 불길을 피해 나온 것으로 보이는 지렁이들만 산책로 곳곳에 죽어 있다. 생명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다. 수변공원에 설치된 나무 의자 등 일부 시설물도 불에 타서 부서진 상태다. 드론을 띄워 확인한 결과 공원 70% 정도가 훼손됐다.

원인 미상으로 처리
 
충남 부여군 세도면 ‘세도지구’ 수변공원을 하늘에서 본 모습.
 충남 부여군 세도면 ‘세도지구’ 수변공원을 하늘에서 본 모습.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잿더미 산책로에 찍혀 있는 야생동물의 발자국을 따라가 보았다. 불에 탄 갈대밭 부근에는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과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2급인 삵의 배설물이 눈에 띈다. 타다 남은 수풀에 숨어 있던 고라니 한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튀어 나갔다. 불길에 살아남은 야생동물이 아직도 주변에 서식하는 것으로 보였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불을 놓더니 올해도 3~4차례는 될 것 같은데요. 쓰레기 가져다 버리지, 키우던 개도 가져다 버릴 정도로 이곳은 버리는 장소예요. 지난가을에도 누가 개를 버려서 동네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사료를 가져다주고 했는데, 하얀 개가 주인을 기다리는지 자리를 뜨지도 않고 몇 날 며칠을 그 자리만 지키더라고요. 동네 사람 대여섯 명이 아침저녁으로 운동 겸 산책을 다니는 길인데, 황량해서 산책할 재미도 안나요."

어느새 따라온 어르신이 하소연했다. 시간이 흐르면 갈대야 다시 자라겠지만, 갈대와 더불어 살아가는 새들과 양서파충류, 포유류 등 야생동물 서식처가 순식간에 없어지는 것이다. 특히 야생동물의 경우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면서 종이 단순해지고 개체 수도 줄어드는, 생태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부여군청 담당자는 불이 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확인 후에 연락해온 담당자는 "당시 면사무소에서 현장을 나갔다고 하는데, 경찰에서 밝혀진 것은 없고 '원인 미상'으로 처리되었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누가 불을 놓았는지 추적해 혈세 낭비 없도록 해야"
 

지난 2월 22일 현장에 출동했던 인근 파출소 경찰관은 "119로 소방서에 신고가 들어와서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인사사고에 대비해 현장에 출동했었다"며 "오후 6시 30분경에 현장에 도착해 1시간쯤 후 불길이 잡혔는데, 다친 사람도 없고 재산 피해를 봤다고 신고한 사람도 없어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뿐 아니라 강변 주변에 수시로 불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강변에 불을 놓는 행위는 자연생태계를 생각하지 않는 단순히 사람 중심의 이기주의에서 발생한다"며 "자치단체는 국민 혈세가 투입된 시설물 관리를 맡은 만큼 관리에 더 철저해야 한다, 시설물 훼손으로 재산적 피해를 봤다면 이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하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사무처장은 "그런데도 남의 일인 양 먼 산 불구경하듯 치부해 버린다"며 "누가 불을 놓았는지 끝까지 추적해 법적 처벌을 해서 혈세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4대강 수변공원에는 수많은 경고판과 안내판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쓰레기를 버리면 하천법 제35조 규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판부터 불법 농작물 경작 행위에 대해서는 하천법 제95조의 규정에 의거 적발 즉시 단속한다는 등의 붉은 경고판이 많다. 그러나 실제 단속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이런 틈을 파고들어 하천에서의 불법행위가 수시로 발생한다.

4대강 사업 당시 수변 생태 공원 조성에만 3조 1132억 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전국에 357곳의 수변공원이 만들어졌고 금강에도 92곳의 공원이 조성됐다. 금강 수변공원을 관리하기 위해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해마다 자치단체에 100억 원 가량의 유지관리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결국 시설물이 불타고 나면 또다시 혈세를 투입해 시설물 보강에 나서야 하는 반복적인 예산만 낭비된다.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