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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 찬반투표에서 소수노조를 배제한 '공정대표의무 위반 사건'에 대해 불법행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26일 금속법률원(법무법인 여는)은 산별인 전국금속노동조합(두산모트롤지회)이 기업별인 두산모트롤노조를 상대로 냈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대표노조만이 아니라 대표노조 대표자(위원장)까지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고, 임단협 찬반투표에서 소수노조를 배제한 것으로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창원지방법원 민산7단독(김성열 판사)이 지난 18일 선고했고, 26일 판결문이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 두산모트롤노조와 대표자가 원고인 두산모트롤지회에 공동으로 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라는 판결이다.

노동자들은 금속노조 두산모트롤지회로 결성되어 있다가 탈퇴해서 복수노조 허용 이후인 2011년 7월 기업별 두산모트롤노조가 만들어졌다. 대표노조인 두산모트롤노조는 해마다 회사와 임단협을 체결해 왔다.

두산모트롤노조는 2014년 10월 23일 회사와 잠정 단체협약에 합의한 뒤 다음 날 소속 조합원만 상대로 찬반투표를 실시해 가결되나 회사와 단협을 체결했다.

이에 소수노조인 두산모트롤지회는 두산모트롤노조를 상대로 "두산모트롤노조가 2014년 단체협약 체결과 관련하여 반복된 교섭 과정과 찬반투표 과정에서 두산모트롤지회를 배제한 것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손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두산모트롤지회는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패했고, 현재 대법원 상고심에 계류돼 있다. 그런데 이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하면서도 "두산모트롤노조가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과정에서 두산모트롤지회 조합원의 절차참여권을 배제하였던 이상, 이는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두산모트롤노조와 대표자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던 것이다.

두산모트롤노조가 2017년 단협 체결 과정에서도 2014년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소속 조합원에 대해서만 찬반투표를 실시했던 것이다. 이에 두산모트롤지회는 2017년 단협 체결 과정에 대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며 소송을 냈다.

이번에 창원지법에서 나온 판결은 2017년 단협 체결 과정에 관한 것이다.

노동조합법(제16조 제1항 제3호, 제16조, 제22조)의 규정을 든 재판부는 "총회에서 최종적으로 의결될 사항의 내용이나 결과를 떠나, 조합원들로 하여금 조합 내부의 의사형성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의 규정으로 해석된다"며 "전체 조합원들 및 소수 노동조합의 의견수렴 과정 등 절차적 정의의 가치는 무시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는 단체협약의 결과가, 사전에 안건을 고지하여 소수 조합원들로 하여금 교섭대표 조합의 총회에서 의견을 표명할 기회를 제공하는 절차를 거치거나 의결권을 부여함으로써, 달라질 가능성이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교섭대표노조는 대표노조 조합원만이 아닌 창구단일화에 참여한 '모든 소수노동조합과 조합원을 위하여'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권을 가진다는 점(노동조합법 제29조 제2항)을 고려하면,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민주적 의사형성의 핵심적 절차인 찬반투표에서 소수노조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배제'하는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두산모트롤노조와 대표자에 대해 "피고들은 공동하여 정신적 손해 발생에 따른 위자료로서 원고에게 1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두산모트롤지회를 대리했던 김두현 변호사는 "임단협 찬반투표에서 소수노조를 배제한 경우 결과와 상관없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된 판결"이라며 "불법행위는 대표노조만이 아니라 대표노조 위원장에게도 공동불법행위로 연대책임이 인정된 것"이라고 했다.
 
창원지방법원.
 창원지방법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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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창원지방법원, #두산모트롤, #금속노조, #두산모트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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