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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딸과 함께 매일 시립 도서관을 이용한다. 딸은 공시(공무원시험) 준비로, 나는 책을 읽거나 글쓰기를 위해 찾는다. 하루에 짧게는 대여섯 시간을, 길게는 아홉 시간 또는 열 시간을 그곳에서 보낸다.

처음 도서관 열람실을 갔을 때의 그 낯선 풍경을 잊을 수가 없다. 어느 곳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공부방, 작은 소음이나 볼펜 굴리는 소리도 나지 않는 조용한 열람실이었다. 빈 자리 없이 거의 꽉 찬 그곳에서 사람들이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사는구나, 생각했다.

초기에 경기도 부천 지역에 코로나 19 확진자 두 명이 발생한 이후로 벌써 한 달을 넘어서고 있다. 그러는 동안 도서관 열람실의 이용자 수는 점차로 줄어들었다. 열람실이 3개가 모두 비슷하게 절반 이상의 공석이었다.

열람실 내에서는 목 가다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전 같으면 갑자기 터져 나오는 잔기침이나 마른기침소리는 가끔 들렸었다. 그런데 지금은 기침소리가 들린다 싶으면 모두들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래서인지 목 상태가 좋지 않아 기침이 잦은 사람들은 알아서 피하는 것 같았다.

다시 부천 지역에서 확진자가 추가로 생겨났고 이곳의 대응은 처음보다 강도가 더 세다. 조심스럽게 주춤하다가 느슨해졌던 마음들이 다시 팽팽한 긴장 상태로 바뀐 듯한 풍경이다. 처음엔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보고 조금 멀리 떨어진 이곳은 괜찮다고 하며 마스크를 쓰는 둥 마는 둥 했는데, 확진자가 전국에서 700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나오는 요즘엔 모두의 마음속에 이미 안전지대는 없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왕복 16차선 도로의 넓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의 거의 전부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한눈에 봐도 심각한 도시의 모습이다. 늘 지나던 공원 옆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다. 초등학교 앞이고 원형 미끄럼틀도 있어서 항상 아이들의 소리가 시끌벅적 들리던 곳이었는데, 이곳도 조용하다.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나온 한 두 가족이 조용히 놀이터에서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 도서관에서 부천 지역의 모든 시립도서관 휴관 안내가 있었다. 이미 다른 지역 도서관들은 도서 대출 반납 업무만 하고 시설을 폐쇄하는 곳이 많다는 소식을 단톡방과 네이버 카페를 통해 들었고, 부천 지역의 대처가 조금 더 유연하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드디어 열람실 폐쇄. 당장 공부하던 책을 싸서 집에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을 제일 먼저 했다. 가져가는 책의 무게를 걱정하면서도 이때까지도 카페나 사설 독서실을 잠시 이용하게 하면 될 것 같았다.

이미 초 중등학교도, 유치원도, 대학과 대학원도 모두 입학 또는 개강을 연기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도 연기를 해야 한다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하는 말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난 22일 법원 9급 공무원 시험을 시작으로 올해 공무원 시험 일정이 시작되었다. 다음 달에도, 그다음 달에도 줄줄이 이어진다. 일 년 혹은 이 년을 시험에 매달려온 이들이 그 하루를 위해 집중하고 매달리는데, 그리고 우리 아이도 마찬가지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일주일을 집에 있다 보면 아무래도 공부의 흐름이 깨질 것 같아 걱정이 크다.

그런데 동네 사설 독서실 몇 곳에 전화를 하니 그곳도 문을 닫는다고 했다. 그러면 어디로 가야 하나. 코로나 19의 위기 대응도 이미 '심각' 단계이니 개인의 일이야 고통 분담 차원에서 당연히 불편을 감수할 정도의 사소한 일이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당장 앞에 닥친 걱정거리고, 대국적 입장을 고려하며 부담을 떠안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집에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보려고 하니 위층에서 자잘한 공사로 며칠 전부터 뚝딱거리고 있고, 내일은 아파트 전기공사로 정전이란다. 집 역시도 코로나19 관련하여 관리실에서 안내방송이 줄줄이 이어진다. 집에서 도저히 공부가 안 된다고 하며 알아서 어디든 공부할 곳을 찾겠다고 하며 아이는 집을 나섰다. 

마음은 급하지만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고 사태가 안정되길 기다릴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하루빨리 상황이 정리되고 공부하는 이들이 안정적으로 미래를 위해 전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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