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했던 연승은 챙겼지만 이번에도 약체팀을 상대로 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이 2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A조 2차전 태국과의 경기에서 93-86으로 승리했다. 지난 20일 인도네시아와의 1차전에서 109-76으로 대승했던 한국은 2연승을 달리며 A조 1위로 올라섰다.

FIBA랭킹 88위 인도네시아와의 1차전에서도 경기 초반 상당히 고전했던 한국은, 심지어 105위 태국과의 경기에서도 졸전을 펼쳤다. 이번에도 상대 에이스에 대한 봉쇄가 전혀 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에이스 아브라함 그리히타에게 25점을 내줬던 한국 수비는, 태국전에서는 타일러 램에게는 28점 12리바운드나 허용했다.

한국은 전반까지 태국에 오히려 38-40으로 리드를 허용했다. 총 리바운드에서도 39-53으로 크게 밀렸다. 태국은 중국이나 이란같은 장신팀도 아니다. 한국 선수들의 신체조건이 더 월등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굴욕적인 결과였다. 

이날 경기는 홈이었지만 최근 국내에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는 변수가 있었다. 지켜보는 관중들이 없이 실전을 치르는 낯선 상황에서 선수들의 초반 집중력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90년생 이하 젊은 선수들 위주로 세대교체를 시작한 대표팀으로선 준비기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선수들간 손발이 맞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경기력 저하의 진짜 핑계가 되기는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선수들이 상대를 약체라고 만만히 본 탓이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선수들이 FIBA랭킹에서 월등히 앞서는 한국 선수들을 상대로 전혀 주눅들지 않고 끝까지 해보겠다는 전투의지를 발휘한데 비하여, 한국은 1·2쿼터에 혼쭐이 나고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야 뒤늦게 발동이 걸리는 패턴을 반복해서 보여줬다.

박스아웃을 소홀히하여 자신보다 작은 선수들에게 연이어 공간을 빼앗기고 리바운드를 허용하는 장면, 수비에서도 끝까지 따라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다가 3점을 내주는 장면 등은 기량이 아니라 결국 의지의 차이로 보였다.

그나마 태국전에서 후반들어 수비 집중력과 속공이 살아나며 역전에 성공한 3쿼터부터 4쿼터 초반까지 점수차를 크게 벌리는데 성공했지만,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또다시 느슨해진 모습을 보였다. 4쿼터 막판에 추격을 허용하는 장면은 농구팬들에게 실망을 안기기 충분했다. 젊은 선수들이 많다고는 해도 이들 모두 어엿한 성인에 프로연차가 쌓인 선수들인데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세대교체 자체는 분명히 필요하지만 역시 팀분위기를 잡아줄 베테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2연전을 통하여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번 대표팀은 이정현-김선형같은 경험많은 선수들이 모두 빠졌고 라건아도 소집 직전 프로농구 경기에서 당한 부상으로 합류가 불발됐다. 이러다 보니 위기 상황에서 개인능력으로 분위기를 전환해줄  만한 확실한 해결사가 부족했다.

인도네시아전에서는 외곽포가 활발하게 터졌고, 태국전에서는 전반 김종규-후반 두경민이 활력소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3점과 속공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지공 상황에서 세트 오펜스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드러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보다 더 강한 팀을 만났을 때 확실하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기복심한 공격의 문제를 그나마 보완한 것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답게 강한 압박수비와 빠른 공수전환 템포를 경기 내내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스피드와 외곽슛, 많은 활동량은 한국농구의 전통적인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기나 다양한 기술은 오히려 갈수록 뒤처지는 느낌이다. 과거 한국 선수들은 신장은 작아도 기술면에서는 아시아 상위권의 실력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2연전을 치르며 한국의 프로 올스타이자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인도네시아나 태국 선수들을 상대로 확실한 우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수비와 체력만으로 상대를 억누르는 것은 약팀에게는 가능하지만 강팀에게는 통하기 어렵다. 프로리그에서 억대 연봉과 올스타 대우를 받는 선수들이 넘쳐나지만 과연 국제급 레벨의 능력을 갖춘 선수가 얼마나 되는지 한국프로농구의 진짜 경쟁력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A매치였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한국태국농구 무관중경기 김상식감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