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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진 대구시장이 23일 오전 11시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23일 오전 11시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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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일수록 사회적 소수자를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소수자들의 신변은 물론이고 이들의 감정까지도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껏 역사가 수없이 증명했듯이, 혼란이 가중될 때마다 소수자들의 처지나 감정을 위축시킬 만한 일들이 곧잘 발생하기 때문이다.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은 "SNS에서 도는 말 중 '대구 폐렴', '대구 코로나', '대구 방문 후', '대구 여행 후'와 같은 말들이 실과 바늘처럼 따라다니고 있어서 가뜩이나 힘들고 어려운 우리 대구 시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라며 "우한 폐렴이라고 부르지 않듯이, 대구 폐렴도 없습니다. 코로나19만 있을 뿐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애향심을 느끼게 해주는 대구시장의 간곡한 호소였다. 그 직후, 이런 언급이 있었다.

"확진자로 확인된 분들은 대구에 여행 온 것이 아니라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온 신도들입니다. 대구에 여행 온 사람은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대구 여행 이후'나 '대구 방문 후'라는 표현 대신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 참석 관련'이라고 표현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권영진 시장은 브리핑 뒷부분에서 "신천지 교인들 중에 많은 확진자가 나오는 것은 신천지 교인들이 검체 검사에 지금 협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라며 신천지 교인들의 노력을 평가했다. 그런 뒤, 이렇게 말했다.

"지금 현재 숨으면 안 됩니다. 숨으면 본인의 건강도 해칠 수 있고, 주변 가족들의 건강도 해칠 수 있고, 이 코로나19 사태를 조기에 종식시키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만약 연락이 닿지 않거나, 증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검체 검사를 받지 않는 신천지교회 관련 인사들이 있다면 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신천지 교회 급성장에는 현대인의 심리도 한몫

일반 종교에 비해 소수파 종교의 신도들은 감수성이 특히 예민하다. 이들은 자기 종교에 대한 내용이 언론에 약간만 보도돼도 꽤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권영진 시장의 브리핑은 코로나19의 조기 수습에 목적을 둔 것이지만, 그의 진심과 다르게 신천지 교인들한테는 민감하게 들릴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사태 수습에 신천지교회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교인들을 예민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언론보도에 따르면, '신천지교회가 포교를 목적으로 전국 각지에 설치한 카페·교회·복음방 등을 찾아내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개신교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일이라고 해도, 이런 말들이 신천지 교인들의 정서에 영향을 주고 코로나19 수습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정식 명칭이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인 신천지교회는 1984년 3월 14일 이만희에 의해 창립됐다. 지금은 총회장인 이만희는 일반 기독교 목사들과 달리 '종말이 한번이 아니라 시대마다 온다'고 설교해 왔다.

그의 저서인 <천지창조> 등을 분석한 박태수 한국성서대학교 교수의 논문 '복음방 교육에 나타난 신천지 교리에 대한 비판적 고찰'은 "신천지에서는 예수님은 성경의 6000년 역사 속에 노아, 아브라함, 모세, 여호수아, 그리고 구약의 선지자처럼 하나님의 택함을 받은 목자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설명한다(2014년, <조직신학연구> 제21집).

시대마다 종말이 있다고 가르치다 보니, 예수도 한 시대의 예언자에 불과하다고 가르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노아·아브라함·모세·여호수아처럼 예수 역시 한 시대의 소명을 다한 인물로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현세의 구원을 위해 메시아의 재림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제2의 예수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교리 체계가 형성된 것이다.

또 이 교회는 새로운 하늘 나라인 신천지의 거점을 한국에 두고 있다. 이스라엘이나 서양 중심의 기독교 사관과 일정한 차이가 있다.

한층 더 주목되는 것은 교세 확장 속도다. 2017년 2월 10일자 <기독공보> 기사 '이단 신천지 교세 현황은? ··· 정통교회 대비책 절실'이 신천지 내부 자료를 토대로 했다면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6년 현재의 신도 수는 17만 2775명이다. 같은 시기에 세워진 유명 대형교회들과 비교할 때 상당한 급성장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또 신천지교회의 유튜브 동영상 '신천지 예수교회를 소개합니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교회는 해외 각국에도 지부를 두고 있다. 40개국에 2만 명 이상의 해외 신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천지교회가 이렇게 빨리 성장한 데는 이만희와 초기 교인들의 역량도 크게 기여했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현대인들의 심리 변화가 한몫했다는 점에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 세계의 모순에 대한 서구 청년들의 문제의식이 강해진 1960년대부터 기성 교회에 대한 비판 의식이 부쩍 강해졌다. 뉴에이지운동 혹은 신영성운동(신흥영성운동)이라 불리는 이 흐름에 대해 이승훈 <가톨릭신문> 기자가 <기독교사상> 2012년 11월호에 기고한 '최근의 개신교 신흥종교 현상과 가톨릭교회'는 이렇게 설명한다.
 
1960년대를 전후로 미국 사회에서 젊은이들 사이에 확산되기 시작한 신흥영성운동은 199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도 급속도로 퍼져 신앙 생활을 위협했다. 우주의 중심을 자연에서 찾고 자연과의 일치·조화, 인간에 잠재된 초능력을 강조하는 이 신흥영성운동은 영적 갈증을 해소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약점을 파고들며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특정한 종교를 표방하거나 대체의학, 수련운동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 신흥영성운동은 신자들 사이에서 많은 피해를 야기했다.
 
뉴에이지운동은 기존의 종교활동 범주를 넘어 지구환경을 고민하는 단계로도 발전했다. 전명수 고려대 한국학연구소 연구원이 2004년에 <한국사회> 제5집에 기고한 '신영성운동에 대한 종교사회학적 고찰'이란 논문은 "이들이 지향하는 것은 개인의 심신만이 아니라 지구의 건강을 포함한 것으로, 그동안 인간이 훼손한 지구의 치유 같은 환경회복의 의미도 지닌다"고 평가한다.

신천지교회는 뉴에이지운동과는 다른 결을 보이고 있지만, 현대인의 심리 변화가 뉴에이지운동에 힘을 실어주고 이로 인해 기성교회가 위축되는 동안 한국에서 급속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런 성장세는 기성 교회의 우려로 연결되고 있다. 1995년에 대한예수교장로회의 분파인 합동측이 신천지교회를 이단으로 규정한 데 이어, 또 다른 분파인 통합·기성·고신·합신·대신 측도 연달아 이단으로 규정했다.

개신교뿐 아니라 가톨릭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가톨릭 신부였던 김용기가 실제로는 신천지 교인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2011년 10월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가 '김용기와 신천지를 주의하라'는 공문을 전국 각 교구에 발송한 일이 있을 정도다. 김용기 신부를 비롯한 가톨릭 신자 상당수가 신천지교회로 전향한 데 따른 대응이었다.

보통 이상의 종교적 열정으로 무장
 
 2019년 3월 14일 열린 DPCW3주년 기념식에서 신천지예수교회 이만희 총회장이 연설하고 있다.
 2019년 3월 14일 열린 DPCW3주년 기념식에서 신천지예수교회 이만희 총회장이 연설하고 있다.
ⓒ 인터넷언론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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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개신교뿐 아니라 가톨릭에서도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이 교회는 급속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수자의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신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이 교회가 보건측면뿐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도 수세에 몰릴 여지가 많다.

다수파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 비해 소수파 종교를 믿는 이들은 종교적 확신이 훨씬 더 강렬하다. 주변에서 자신을 어떻게 볼지를 잘 알면서도 소수파 신앙을 갖는 사람들은 보통 이상의 종교적 열정으로 무장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종교인들은 사회나 국가권력의 압력을 받으면 오히려 더 강한 응집력을 발휘하기 쉽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직이 지하화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 방역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 이들의 종교적 자유에까지 영향을 주는 단계로 상황이 발전하게 되면, 이 교인들을 식별하기가 한층 더 어려워질 수도 있고, 방역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역사기록에서 숱하게 확인할 수 있듯이, 소수파 종교인들은 국가권력이나 사회의 공격을 받으면 신앙을 포기하기보다는 지하로 숨어드는 경향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신천지 교인들도 코로나19의 피해자'라는 점에 공감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교회 지도부와의 협조를 통해 순리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신천지교회 대구 교인들 역시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대구시민들의 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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