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테니스를 대표하는 권순우가 생애 처음으로 세계 프로테니스협회(ATP) 500 대회 본선에 나서게 됐다. 권순우는 현지 시간으로 24일 본선을 시작하는 멕시코 오픈에서 한국 시간으로 26일쯤 1회전을 치르게 된다.
 
상대는 공교롭게도 직전 대회인 미국 델레이 비치 오픈 8강에서 만나 권순우에게 패배를 안긴 레일리 오펠카로 23일 정해졌다. 연중 2, 3월은 ATP 500과 250 대회가 유럽대륙과 미주대륙 두 곳에서 나눠 열리는 탓에 한 번 상대했던 선수를 또 다른 대회에서 만나는 일이 드문 편은 아니다. 선수들이 유럽대륙과 미주대륙 중 한쪽에서 계속 대회 참가를 이어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권순우. 24일 개막하는 멕시코 오픈 본선에서 23일 현재 대진표대로 경기가 진행된다면 직전 대회인 델레이 비치 오픈 8강전에서 패배를 안긴 오펠카와 또 만난다.

권순우. 24일 개막하는 멕시코 오픈 본선에서 23일 현재 대진표대로 경기가 진행된다면 직전 대회인 델레이 비치 오픈 8강전에서 패배를 안긴 오펠카와 또 만난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권순우로서는 직전 대회 8강전 패배를 설욕할 수 없는 둘도 없이 좋은 기회이다. 상대가 '서브로 먹고사는' 오펠카라는 점에서 불운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상위 랭커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 '강서버'라는 점에서 경험을 쌓고 실력을 다질 수 있는 계기라고 할 수도 있다.
 
일주일도 채 안 돼 다시 만나게 되는 만큼 기량 등에서 두 선수 모두 달라질 것은 없다. 다만 피로도 면에서는 권순우가 상당히 유리하게 됐다. 오펠카는 한국 시간으로 당초 23일 델레이 비치 오픈 4강전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비로 인해 이튿날인 24일로 연기됐다.
 
만일 오펠카가 4강 상대인 밀로스 라오니치를 꺾는다면 당일 오후에 결승전을 벌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오펠카가 결승까지 오르고, 또 타이틀을 거머쥔다면 멕시코 아카풀코 대회 출전을 포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나달. 만일 권순우가 3회전 즉 8강전에 진출한다면 1번 시드의 나달을 만날 확률이 높다.

나달. 만일 권순우가 3회전 즉 8강전에 진출한다면 1번 시드의 나달을 만날 확률이 높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권순우가 예정대로 오펠카와 맞붙는다면 지난 22일의 패배를 밑거름 삼아,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가미해 나설 가능성이 있다. 델레이 오픈 8강전에서처럼 첫 세트와 두 세트에 한 차례씩 게임 포인트 0-40으로 어이없이 자신의 서브 게임을 내주는 일은 없도록 경기를 운영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리턴 게임에서도 변화를 꾀해야 한다. 오펠카의 서브를 강하게 각도 깊게 리턴하기 보다는 일단 네트를 넘기고 보는데 집중해야 한다. 랠리가 시작되면 그때 가서 빌드 업을 통해 포인트를 가져오는 전략으로 나서는 게 승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울러 페더러가 구사하기 시작해 유명해진 이른바 'SABR'(Sneak Attack By Roger) 같은 방식도 변용해서 시도해 볼 만하다. SABR는 '칩 앤드 차지'를 뼈대로 하는데, 리턴 게임 때 끝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 서브를 끊어서 길게 상대방 코트에 보내고, 바로 공격적으로 나가는 전술이다. 비판도 있지만 페더러는 한때 간간이 이 방법을 사용해 재미를 봤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닉 키리오스. 지난해 멕시코 오픈 챔피언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닉 키리오스. 지난해 멕시코 오픈 챔피언이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페더러를 따라 할 필요는 없지만, 매번 똑같은 하나의 공식으로 강서버의 공을 상대해서는 결과에 변화를 주기 어렵다. 서브 게임 못지 않게 리턴 게임 역시 다양한 옵션들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다.
 
권수우는 아카풀코 대회에서 1회전만 통과하다면 2회전 상대는 대진표 상으로는 누가 올라오든 난적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 지난 세 개의 대회와 마찬가지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3회전 즉 8강에 안착한다면 이번 대회 시드 1번을 받고 나온 라파엘 나달을 만날 확률이 높다. 승패를 떠나 살아있는 테니스 레전드에게 한 수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권순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전략과 전술로 아카풀코 대회 1회전 경기에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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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나달 테니스 키리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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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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