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국내 프로스포츠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은 21일 코로나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에 따라 경기장을 찾는 관람객과 선수단의 안전을 고려하여 당분간 2019-2020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를 무관중 경기로 소화한다고 밝혔다. 국내 스포츠 중에서는 무관중 경기 조치를 단행한 것은 농구계가 최초다.

남자프로농구도 D리그(2군리그)는 이미 무관중 경기로 진행 중이다. KBL은 25일 10개 구단 단장들과 KBL 총재가 참석하는 긴급 간담회가 예정되어 있어서 남은 정규리그 잔여일정과 플레이오프 운영 방안에 대하여 어떤 조치가 내려질지 주목된다.

핸드볼 실업리그 경기인 SK코리아리그도 무관중 경기조치에 동참했다. 대한핸드볼협회는 22일부터 이틀간 강원도 삼척체육관에서 예정된 2019-2020 SK핸드볼 코리아리그 경기를 삼척시 지침에 따라 무관중 경기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핸드볼협회는 21일에는 남자부 4라운드, 여자부 3라운드로 진행할 예정이던 정규리그를 남자부 3라운드, 여자부 2라운드로 축소하고 예정됐던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모두 취소한다고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4월에 끝날 예정이던 올해 핸드볼 코리아리그 경기는 여자부는 22일에 종료되고, 남자부는 3월 1일로 일정을 조기에 마무리하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봄 개막을 앞두고 있는 프로야구와 축구다. 국내 프로스포츠중 가장 많은 인기와 관중동원력을 가지고 있는 야구와 축구계는 최근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를 받는 영남-대구 지역 연고 프로팀들은 더욱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1일 K리그1 대표자 회의를 통해 대구FC와 포항 스틸러스의 홈 경기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대구는 29일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에서 강원FC와 홈 개막전을 치를 예정이었고, 포항은 3월1일 포항스틸야드에서 부산 아이파크와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연맹은 상황에 따라 남은 개막전과 함께 리그 전체 일정 조정도 다시 검토하고 있다.

프로야구는 3월14일부터 개막하는 시범경기 일정을 무관중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약간 남아있지만 2~3주 사이에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프로야구도 역시 중요한 선택을 내리지 않을수 없는 입장이 된다.

국내리그만이 아니라 국제대회도 비상이 걸렸다. 남자농구대표팀이 출전한는 23일 태국과의 아시안컵 예선 잠실 홈경기 역시 무관중 경기로 치러질 예정이다. 다음 달 11일로 예정되어있는 여자축구대표팀의 도쿄올림픽 플레이오프 2차전은 개최지가 중국에서 호주로 변경됐다. 아시아 클럽축구 최강을 가리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일정도 현재 진행중이지만 코로나 확신이 의심되는 일부 국가나 지역에 한해 일정 조율이나 무관중 경기를 도입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프로스포츠에서 그동안 외부적인 재난이나 사고로 인하여 무관중 경기를 단행한 경우는 올해가 처음이었다. 선수들이나 관계자들 모두 낯선 경험일 수밖에 없다.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가뜩이나 적자 구조가 심한 2020년 한국 프로스포츠 산업 전반에 엄청난 재난을 몰고올 수도 있다.

무관중 경기 확산은 단순히 유료티켓 수익 감소를 넘어 리그 흥행과 관심도의 침체는 물론이고, 현장 종사자들의 생계까지 흔들 수 있는 문제다. 무관중 경기를 하게되면 당장 장내 아나운서나 치어리더같은 응원단, 경기운영을 지원하는 스태프들, 경기장 내외에서 활동하는 상인들등이 모두 직격탄을 맞게 된다. 물론 안전한 경기장을 위해, 승부나 돈보다 더 중요한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안타깝지만 희생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인 것도 맞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번 기회를 '팬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중요한 계기로 만들어야 할 필요도 있다. 최근 많이 변화하기는 했지만 한국 프로스포츠는 팬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면서도 정작 현실은 눈에 보이는 성적이나 결과를 더 중시하고, 팬들의 여론이나 반응은 뒷전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무엇보다 관중이 없는 적막한 경기장에서 가장 피해는 결국 흥이 나지않는 선수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지켜보는 관중들이 있어야 자극도 되고 더 좋은 플레이를 보여줘야한다는 책임감과 동기부여가 생긴다.

아무리 멋진 플레이를 펼치고 경기를 이기더라도 같이 기뻐할 팬들의 환호와 응원이 없으면 그저 생산 없는 공놀이에 불과하다.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들이 누리는 대우와 명예도 모두 구단이 준 것 같지만, 결국 그들이 대우받을 수 있는 것도 프로스포츠 팬들의 지지 덕분이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해주는 사람도 없고, 사인을 요청하려 귀찮게 몰려드는 팬들도 없는 경기장을 현실로 마주했을때 선수들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물론 언젠가는 이 사태도 끝나고 팬들이 다시 경기장에 돌아올 것이고, 스포츠계도 언제든지 다시 팬들과 소통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비록 무관중 경기로 당장 현장을 찾지못하더라도 팬들이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마음으로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더욱 분발해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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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중경기 여자농구 프로야구시범경기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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