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 포스터

<샤인> 포스터 ⓒ (주)비싸이드 픽쳐스 , 필립 스튜디오

 
천재들의 성공에는 그 타고난 재능 못지않게 피 땀 눈물이 서려있다. 성공은 타고난 재능 만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인생에서 힘겨운 시기 또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점을 이겨내야 올라설 수 있다. 천재라고 모두 성공하는 게 아니며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 <샤인>은 비운의 천재가 될 뻔했던 데이빗 헬프갓의 이야기를 통해 행복을 찾은 천재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난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데이빗은 어린 시절부터 1등이 되기를 강요하는 아버지 아래서 자랐다. 아버지는 데이빗이 1등을 하기를 바라고 이를 위해 미치지 않고서야 칠 수 없다는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시킨다. 눈에 띄는 재능을 보여준 데이빗은 무료로 레슨을 받고 심사위원들의 눈에 들어온다.
  
 <샤인> 스틸컷

<샤인> 스틸컷 ⓒ (주)비싸이드 픽쳐스 , 필립 스튜디오

 
어린 시절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고 싶었으나 집안의 반대로 될 수 없었던 아버지 피터는 데이빗이 미국 유학 제의를 받으며 자신이 못 이뤘던 꿈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헌데 그는 데이빗의 유학길을 막는다. 욕조에 겁먹은 채 앉아있는 데이빗의 등을 물에 젖은 천으로 강하게 내리치며 화를 내는 장면은 데이빗이 이후 아버지의 굴레에 갇히는 일종의 트라우마를 보여준다.
 
피터는 가족이 모두 자신의 굴레 안에 있기를 원한다. 폭력과 억압을 통해 붙잡아 두려는 아버지를 피해 데이빗은 영국 왕립음악원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팍스 교수의 신뢰를 받으며 실력을 키운 데이빗은 콩쿠르에 나가고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문제는 이 곡을 연주하면서 아버지가 주었던 트라우마를 다시 마주하게 되고 대회당일 날 완주와 함께 쓰러진다.
  
 <샤인> 스틸컷

<샤인> 스틸컷 ⓒ (주)비싸이드 픽쳐스 , 필립 스튜디오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제프리 러쉬가 데이빗 역으로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시점은 이 순간부터다. 잠깐 도입부에 등장했던 그는 정신분열증을 앓으며 10년 간 시설에서 머무는 성인 데이빗 연기를 펼친다. 도입부에서 데이빗은 고양이 이야기를 하며 고양이는 자신을 싫어하지 않아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화를 낼 때가 있다고 말한다. 이 고양이 이야기는 데이빗이 겪은 트라우마와 그가 사람들에게 느끼는 두려움과 같다.
 
데이빗의 주변에는 그의 재능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돌아오는 건 실망과 질책이었다. 데이빗이 적대감을 표하지 않아도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존재에서 데이빗은 고양이를 발견한다. 그는 더 이상 음악을 연주하지 못한다. 이때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분열증을 겪게 되고 연주하는 게 이제는 행복하지 않다.
 
작품은 그런 데이빗이 상처를 회복해 가면서 음악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비 오는 날 우연히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연주를 하면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할 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는 음악을 향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고자 한다. 프렌치 코트 하나를 걸친 채 귀에 이어폰을 달고 음악을 들으며 트램펄린에서 하늘을 향해 점프를 하는 데이빗의 모습은 진정한 해방의 순간을 보여준다.
  
 <샤인> 스틸컷

<샤인> 스틸컷 ⓒ (주)비싸이드 픽쳐스 , 필립 스튜디오

 
<샤인>은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채 잠들어 버릴 뻔한 천재가 억압과 공포에서 해방되면서 자신이 사랑했던 음악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보는 내내 입가에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데이빗의 행복한 얼굴은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청년 데이빗을 연기한 노아 테일러와 손동작 하나까지 상의를 나눈 제프리 러쉬는 세 배우가 연기한 데이빗이 한 명의 인물로 보이기 위한 디테일한 노력을 보여준다.
 
때문에 그의 정신분열증 연기는 처음의 안타까움과 달리 주변의 기대와 억압, 잃어버린 자유에 갇혀 마음대로 누릴 수 없었던 음악을 추구하며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기쁨을 선보인다. 매력적인 클래식 음악을 통해 귀를 사로잡으며 탄탄하고 흥미로운 스토리를 놓치지 않는 이 음악영화는 한 남자의 인생을 가장 빛나게(shine) 담아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오는 27일 재개봉.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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