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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청소년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생 중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9.0%에 달했다. 그만큼 일터에서 다치는 경험도 많다. 하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사업주의 눈치 때문에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다. 일하는 청소년의 노동안전보건 문제는 우선 '알 권리' 보장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일터에는 어떤 위험이 있는지, 노동자는 자신의 안전/보건 문제를 지키기 위해 어떤 권리가 보장되고 있는지, 어떻게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필요하다. 

노동안전보건단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지난해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플랫폼' 연구를 진행하였다. 국내, 해외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플랫폼(홈페이지)을 비교 분석하여 우리나라에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안전보건 플랫폼 구축의 필요성을 확인하였다. 관련하여 정리한 내용을 앞으로 기획 연재를 통해 알리고자 한다.[기자말]
UN이 발표한 '2019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핀란드다. 10위권 내의 국가들을 보더라도 북유럽의 국가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UN은 1인당 국민총생산, 사회적 지원, 기대 수명, 부정부패의 정도, 선택의 자유, 관용이 베풀어지는 수준, 미래에 대한 불안의 크기 등 7가지 지표들로 행복지수를 산출한다. 여기에 행복의 요건을 말함에 있어 노동은 빠질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노동을 통해서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성인이 된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노동을 하면서 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10위권 내 진입할 정도로 경제규모는 성장하였으나 여전히 노동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노동에 대한 천시가 고스란히 청소년, 청년에게로 이어지고 있으며, 노동자로서 알아야 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필자는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플랫폼 구축 연구팀에서 캐나다와 핀란드가 제공하는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플랫폼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두 국가에서 청소년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을 위해서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어떻게 구성하고, 제공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알게 된 권리를 제대로 실현하게 하는지, 그리고 노동에 대한 관점이 어떠한지 소개하고자 한다.

'당신의 권리를 제대로 알고, 당당하게 행사하라.'

 
캐나다의 CCOHS 홈페이지에는 young workers 페이지가 별도로 있다(https://www.ccohs.ca/youngworkers/)
 캐나다의 CCOHS 홈페이지에는 young workers 페이지가 별도로 있다(https://www.ccohs.ca/youngwor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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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캐나다를 들여다보자. 청소년 노동안전보건에 관한 내용은 캐나다 직업보건안전센터(Canadian Centre for Occupational Health and Safety)의 홈페이지 메인화면 하단에 있는 'Young and New Workers'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작부터 눈에 띄는 것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부모, 고용주, 교사를 위한 정보를 대상에 맞게 구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에 대한 관점이나 요구가 계층별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그렇기에 노동은 '모두에게 필요하고 알아야 하는 주제'라는 인식이 있기에 가능한 구성이다. 그리고 가장 상단에 있는 내용이 '괴롭힘(Bullying)'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도 놀랍다. 일터 괴롭힘은 한국에서도 오래된 문제지만 관련법 제정이 최근에야 이루어진 반면, 캐나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중요한 주제로 다루고 있었다.

캐나다는 '괴롭힘'을 일터뿐만 아니라 일터 이외의 모든 곳과 모든 상황에서의 괴롭힘을 포괄하여 정의하고 있으며, 본인이 괴롭힘을 받는 당사자라면 괴롭힘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가르친다. 심지어 사이버 공간 공간에서 발생하는 괴롭힘과 폭력에 대해서도 청소년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청소년이 알아야 할 기본 권리, 즉 알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리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청소년노동자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위험요소는 무엇인지, 안전교육은 받았는지, 보호구 지급 및 정확한 사용법을 알려줬는지,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절차는 어떠한지, 응급장비는 어디에 있고 사용법은 어떻게 되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할 권리가 있으며, 고용주에게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리고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즉시 작업을 거부할 권리가 있으며, 거부권 행사를 강조하고 있고, 홈페이지에 작업 거부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작업거부절차 양식을 파일로 받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또한 일터를 둘러본 청소년노동자에게 보고 들은 것을 분석하고 내용을 기록할 것을 주문한다. 고용주가 말하지 않은 것은 없는지, 위험 작업에 대한 '경고' 표지가 있는지, 안전 포스터 등을 부착할 수 있는 게시판이 있는지, 노동자들은 보호구를 잘 착용하고 있는 지 등 꼼꼼히 확인한 후 신뢰할 만한 사람(예를 들어 부모)과 의논하고, 일터에 대해 설명이 더 필요하다면 고용주에게 요구할 권리가 있음을 말한다.

단순한 정보제공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과 조건에 맞게 이해를 시키면서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청소년노동자를 위해 캐나다 각각의 주(state)별로 직업을 구할 수 있는 곳부터 근무시간, 임금, 초과근무 및 연장근무 등의 특별 수당, 사용 가능한 휴가 일수 등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링크를 제공하고 있고,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유용한 내용을 소개하는 링크, 작업장에서 일어나는 재해에 대한 통계자료나 청소년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 등에 대한 링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동권은 물론, 학습권도 보장하라'

 
핀란드의 직업안전보건청 홈페이지 (https://www.tyosuojelu.fi/web/en)의 청소년 노동 페이지이다.
 핀란드의 직업안전보건청 홈페이지 (https://www.tyosuojelu.fi/web/en)의 청소년 노동 페이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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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직업안전보건청 홈페이지(https://www.tyosuojelu.fi/web/en)에서 청소년 노동에 관련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안전보건정보는 캐나다와 대동소이하지만 차별화되는 지점은 핀란드의 경우 학습권을 더 우선에 둔다는 것이다. 청소년에게 무엇보다도 학교 교육이 최우선임을 강조하며, 노동할 경우 그 노동은 청소년에게 반드시 안전한 노동이어야 함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청소년 노동기본법은 연간 120시간의 노동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학교를 가는 시기에는 2시간 이내로 제한한다. 더불어 일주일에 노동시간을 12시간으로 정하고 있어 청소년의 학습권을 철저하게 보장한다.

청소년이 노동할 수 없는 유해 작업에 대한 소개와 함께 청소년이 할 수 있는 '가벼운 업무'를 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가벼운 업무'란 청소년의 건강과 발달에 위험이 없고 학교 출석에 방해되지 않는 일을 의미하는데, 사회복지건강부(Social Affairs and Health) 법령에 의거하여 청소년에게 적합한 업무가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특별히 청소년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고용주는 위험성평가를 직업보건관리서비스(occupational health care service)에 의무적으로 문의해야 한다.

한국의 청소년, 노동, 노동안전보건을 주제로 한 공간이 절실하다

두 국가의 홈페이지는 꼭 필요한 구성과 알찬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내용 전달의 방식도 청소년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표현되어 있어서 그야말로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이다. 특히 두 국가 모두 '노동'에 대한 관점이 한국과는 다르다. 위험 작업을 거부할 권리가 온전히 노동자의 권리로 행사되지 못하고 있는 한국과는 반대로, 청소년 시기부터 작업을 중지할 권리를 배운다. 청소년들로 하여금 노동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권리를 제대로 알게 하는 것이 필수사항인 것이다.

물론 한계점도 있었다. 캐나다와 핀란드 모두 청소년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듣거나 소통하는 공간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청소년에게 제공되는 관련 정보도 단순 나열보다는 청소년들의 요구가 반영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등으로 미래의 노동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다. 이러한 노동의 변화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노동과 삶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노동이 가치있고 노동자는 소중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이 노동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노동자의 권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전달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은 청소년 당사자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한국에서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플랫폼 구축은 더 이상 외면해서도, 미루어서도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이며 좋은삼선병원 직업환경의학 이영일 전문의가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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