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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15 총선 3호 공약으로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 1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15 총선 3호 공약으로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 1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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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오르면 민주당이 총선에 승리합니까? 지금 시점에서 민주당에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왜 이런 질문을 하냐고요? 정부가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국지적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경기 일부 지역에 추가 규제를 예고하자, 민주당이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월 16일 대책 이후 수원과 성남 등 경기 일부 지역에서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지난 1월 한달간 경기 수원 아파트 가격은 전년 1월에 비해 1.69% 올랐습니다. 경기 과천은 0.97%, 성남도 0.85% 상승했습니다.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평균 0.38%였고, 서울 아파트 가격도 0.67%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상승세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이들 지역에 투기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경기 수원 팔달구와 광교지구, 용인 수지구와 기흥구, 성남시 등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까지 지정되진 않아, 상대적으로 투기꾼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곳입니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에서 역시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시가 9억 이상 주택 대출시 LTV 40% 이하)에만 대출 규제가 이뤄지면서, 이 지역들은 대출 받아 집 사기도 용이한 편입니다. 풍선 효과가 만들어지기 좋은 환경인 셈입니다.

"총선 앞두고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해당 지역의 집값 흐름이 예사롭지 않자 국토교통부가 입장을 내놓습니다. 지난 10일 국토교통부는 "정부는 12.16 대책 이후에도 국지적으로 집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일부 지역의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며 "과열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규제지역 지정 등을 포함해 언제라도 즉각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추가 부동산대책을 예고하자, 여당인 민주당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4월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추가 규제는 안된다'는 게 민주당의 내부 입장인 것 같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로 열린 고위 당정청 정례회의에서도 민주당은 이런 입장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소속된 민주당의 한 의원도 "총선을 앞두고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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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묻습니다. 4월까지 집값이 오르는 것 그대로 내버려두면 민주당은 총선에서 승리합니까?

민주당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막아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려 할 때도 그랬습니다. 분양가상한제란, 아파트 건축비 상한선을 둬 과도한 분양가 폭리를 막는 시장 안정 장치입니다.

지난해 7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공식화하고 준비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같은해 10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는 합동 브리핑을 열고, 2020년 4월까지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유예한다고 밝혔습니다.

2020년 4월 총선이 끝나고 난 뒤 분양가상한제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분양가상한제가 혹시나 표심을 자극할까 우려하는 민주당의 입장이 잘 반영된 조치입니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시행하는 데 있어 여당의 입장도 반영이 된 부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분양가상한제 올 4월로 유예 "여당 입장 반영"

민주당의 입장을 반영해 정부가 분양가상한제의 시행을 미루자 "정부가 집값 잡을 생각이 없다"고 판단한 투기꾼들이 움직였습니다. 10월 분양가상한제 시행 유예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오름세가 커졌습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둘째주 0.09%였던 서울 아파트 상승률은 12월 둘째주가 되면서 0.17%로 확대됩니다.

부랴부랴 정부는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12.16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대책을 비켜나가는 지역으로 투기꾼들이 몰리는 형국입니다. 서울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9억 1216만 원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6억 635만 원이었는데, 3년도 안돼 거의 3억 원이 올랐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박근혜 정부가 만든 규제 완화에 따른 영향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은 정부에 대한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연초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강력한 대책을 예고했습니다. 그런데 집값을 잡겠다는 대통령을 도와야 할 여당이 오히려 가로막는 형국이 된 것입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이후 아파트 가격 추이
 분양가상한제 폐지 이후 아파트 가격 추이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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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겠다는 대통령, 안된다며 가로막는 당

집값이 오르는 것은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민주당이 요즘 공을 들이는 계층에도 전혀 도움 안 되는 현상입니다. 민주당에게 또 묻습니다. 집값이 올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서민들의 원성이 높아지면, 민주당이 총선 표 얻는데 도움이 됩니까?

사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몰리게 된 것은 정부 책임도 있습니다. 정부가 매번 이야기하는 '시장에 과도한 영향을 주지 않는 핀셋규제'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게 지난 3년간 증명이 돼 왔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집값이 튀어나오는 쪽만 초점을 맞추기 급급했습니다.

집값을 잡으려면 지금 부동산 시장에 들어앉아 있는 투기 세력의 돈을 빼야 합니다. 그러려면 투기세력이 '부동산으로 돈 벌기 어렵다'는 강력한 신호를 주는 정책을 써야 합니다. 분양가상한제는 지역과 시기를 가리지 않고 전면 시행해야 하고, 다주택자에게 주는 특혜는 아예 폐지해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만 하면 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말인 2007년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분양원가공개 등 부동산 시장 정상화 조치와 대출 규제 등의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그 이후 지난 2008년부터 2014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안정세였습니다. '아파트에 투자해 봤자 돈 못번다'면서 투기꾼들이 알아서 빠져나가던 때였습니다. 모든 대책을 지역에 상관없이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면, 집값도 잡고, 지역 차별한다는 얘기도 없을 겁니다. 더도 말고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민주당의 총선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태그:#민주당,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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