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공사가 선두 현대건설의 6연승을 저지하고 파죽의 5연승 행진을 달렸다.

이영택 감독대행이 이끄는 KGC인삼공사는 1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1, 18-25, 25-23, 25-22)로 승리했다. 4라운드까지 현대건설을 상대로 승리 없이 승점 1점을 따는데 그쳤던 인삼공사는 현대건설과의 5번째 만남에서 승점 3점을 적립하며 3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37점)와의 승점 차이를 3점으로 좁혔다(12승12패).

인삼공사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외국인 선수 발렌티나 디우프가 26.53%의 공격 성공률로 18득점에 그치며 부진했다. 하지만 한송이(14득점)와 최은지(8득점), 고민지(7득점) 등 국내 선수들의 고른 활약으로 대어를 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2년 차 센터 박은진은 단 하나의 범실도 없이 결정적인 서브득점 3개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알토란 같은 10득점을 올리며 인삼공사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흥국생명의 이주아 지명으로 인삼공사 입단한 고교 최고의 센터
 
 박은진은 상대적으로 배구를 늦게 시작했음에도 빠른 시간에 고교 최고 센터로 성장했다.

박은진은 상대적으로 배구를 늦게 시작했음에도 빠른 시간에 고교 최고 센터로 성장했다. ⓒ 한국배구연맹

 
여자배구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리그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만한 대형 신인이 등장했고 그 선수를 지명한 구단은 빠른 시간 안에 강 팀으로 급부상했다. 김연경(엑자시바시)과 이재영을 지명했던 흥국생명이 그랬고 김희진과 박정아(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동시에 얻었던 IBK기업은행 알토스가 그랬다. 이소영과 강소휘를 데려간 GS 칼텍스 KIXX도 이번 시즌 우승을 노리는 강팀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유독 1순위의 행운이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프로 출범 후 5번이나 최하위에 머물렀음에도 1순위 지명권을 뽑은 것은 통산 두 번 밖에 없었다. 정호영을 지명한 작년을 제외하면 경남여고의 장영은을 지명했던 2011년이 유일했는데 그나마 장영은 역시 2017-2018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접었다. 투자에도 인색한 편이지만 신인복이 유난히 없었던 팀이 바로 인삼공사였다.

2018년은 여고배구의 양대산맥 선명여고와 원곡고를 중심으로 뛰어난 인재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 한 해로 꼽힌다. 특히 187cm의 큰 신장에 뛰어난 높이와 파워를 겸비한 선명여고의 박은진은 일찌감치 '리틀 정대영(도로공사)'으로 불리며 배구계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빠른 스피드와 뛰어난 이동공격을 자랑하는 원곡고의 이주아(흥국생명)는 장소연(SBS SPORTS 해설위원)의 현역 시절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선수 모두 고교 시절부터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여자배구를 이끌어 갈 유망주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조금 더 높은 평가를 받은 선수는 박은진이었다. 호리호리한 체격(185cm 69kg)의 이주아가 파워가 다소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었지만 탄탄한 체격의 박은진(187cm 74kg)은 당장 프로에서 주전으로 출전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박은진을 지명할 수 있는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은 인삼공사가 아닌 흥국생명이 차지했다.

또 한 번 신인 지명의 불행이 인삼공사를 덮쳤다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삼키고 있을 때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흥국생명의 박미희 감독이 전체 1순위 지명 선수로 박은진이 아닌 이주아를 지명한 것이다. 인삼공사를 이끌던 서남원 감독은 망설임 없이 전체 2순위로 박은진의 이름을 호명했고 187cm의 대형센터 유망주 박은진은 인삼공사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인삼공사의 강한 센터라인 완성시킨 박은진의 성장 
 
 박은진은 14개의 공격과 서브,15개의 블로킹을 시도하면서 단 하나의 범실도 저지르지 않았다.

박은진은 14개의 공격과 서브,15개의 블로킹을 시도하면서 단 하나의 범실도 저지르지 않았다. ⓒ 한국배구연맹

 
박은진은 시즌 초반 한송이와 한수지(GS칼텍스)로 이어지는 인삼공사의 미들블로커들 사이에서 쉽게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한송이가 오른쪽으로 자리를 이동했고 박은진이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흥국생명의 이주아와 현대건설의 정지윤 등 입단 동기들도 비슷한 시기에 팀에서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박은진은 프로 첫 시즌 25경기에 출전해 145득점과 세트당 0.45개의 블로킹을 기록했지만 한 번 밖에 없는 신인왕 자리는 정지윤에게 내주고 말았다. 19연패를 포함해 6승24패로 최하위에 머문 부진한 팀 성적이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2018-2019 시즌을 통해 박은진이라는 확실한 주전센터를 얻었고 이는 염혜선 세터 영입을 위해 한수지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작년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를 통해 국제대회 경험을 쌓은 박은진은 이번 시즌 인삼공사의 붙박이 주전센터로 활약하고 있다. 그 동안 중앙이 썩 강하지 못했던 인삼공사가 이번 시즌 속공 성공률 2위(42.19%)를 달릴 수 있는 비결은 베테랑 한송이의 각성과 함께 박은진의 성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박은진은 이번 시즌 속공 2위(45.71%)와 블로킹 10위(세트당 0.40개)를 달리며 루키 시즌에 비해 부쩍 성장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대선배 양효진과 입단 동기 정지윤, 후배 이다현으로 이어지는 리그 최강의 센터라인을 보유한 현대건설을 상대로도 박은진은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박은진은 서브득점 3개와 블로킹2개를 포함해 10득점을 올리며 인삼공사의 3-1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승부처였던 3세트 17-18에서 스코어를 뒤집는 연속 서브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박은진은 이날 공격과 서브,디그,블로킹에서 단 1개의 범실도 기록하지 않는 대범하고도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다.

경해여중 진학 후 본격적으로 배구를 시작한 박은진은 유급 경력이 있어 2000년생, 혹은 빠른 2001년생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다(물론 박은진은 나이가 어린 동기들과도 친구처럼 편하게 지낸다). 하지만 배구를 늦게 시작했다고 해서 박은진이 또래의 다른 중앙 공격수들보다 기본기가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김수지(기업은행)와 양효진에 이어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센터 유망주 박은진은 이번 시즌에도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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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19-2020 V리그 KGC인삼공사 박은진 5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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