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독립 서점(책방)이 동네 곳곳에 문을 열기 시작했다. 국민독서율은 줄어들지만, 독립 서점은 점점 늘어나 동네 서점 지도를 만들어 배포하는 퍼니플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독립 서점은 466곳에 달했다.

책이라면 없는 게 없는 대형 서점과 주문하면 만 하루 만에 배송해주는 편리한 온라인 서점이 있는데도 사람들은 일부러 찾아가서 독립 서점을 구경하고 책을 산다는 것이다.

기자는 최근 독립 서점에 푹 빠진 지인의 소개로 지난해 말 세종특별자치시 독립 서점 '단비책방'을 방문했다. 세종특별자치시 1호 독립서점(책방) '단비책방'. 독립 서점이 가진 모든 매력이 숨어있는 단비책방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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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비책방 전경  전원생활을 꿈꾼 단비 선재 부부가 독립책방을 계획하고 지은 집. 바로 보이는 곳이 단비책방이고 보이진 않지만 뒤에 붙은 건물이 부부가 생활하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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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다양한 소량다품종 출판물의 펼침 무대, 독립 서점 

최근 들어 소량으로 책을 만드는 작업이 수월해지면서 개인이나 소수 취향만을 반영해 출판물을 만드는 것을 독립 출판이라고 한다. 독립 서점은 이런 독립출판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점(책방)을 말한다. 그렇다고 독립서점에 독립출판물만 있는 건 아니다. 기존 출판도서 중에서 책방지기 주인장이 엄선한 책들도 많다.

독립책방은 개성 다양한 책들이 많고 지엽적일 것 같은 분야의 책들도 만날 수 있어 자신의 취향을 중요하게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자신만의 여행을 가는 이들이 또 하나의 여행지가 바로 독립책방이다. '내 맘대로 여행'을 기획한 여행자들 가운데는 책과 얽힌 이야기를 반기는 사람들이 많다. 내 맘에 쏙 드는 책을 여행지에 가서 발견하는 기쁨은 그 지역 명소가 주는 눈의 즐거움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자신의 취향을 받쳐주는 문화 콘텐츠를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적합한 책방이라고 할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출판물도, 굉장히 사소한 장르도 이곳에서는 책으로 전시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자신의 책방에 들여놓을 책을 선택하는 책방지기 주인장의 결심에 달렸다. 단비책방은 주인장의 큐레이션 안목과 책에 관한 조언이 돋보이는 독립책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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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비책방 내부 1  단비책방은 아담하고 소박한 공간이다. 하지만 조용히 책을 고를 충분한 공간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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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외딴곳에 책방 낸 이유 

단비책방 주인장 닉네임이 '단비'다. 남편 닉네임은 '선재'다. 비를 좋아하는 주인장 단비가 붙인 책방 이름이다. 단비가 세종 외딴곳에 책방을 내게 된 건 우연같은 인연이었다.

단비는 책을 좋아했고 책이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 사서 생활을 오래 했다. 매일 책을 정리하는 습관은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자신의 성격과도 잘 맞았다. 자신이 독립책방을 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을 때부터 해온, 도시에서 사서 생활은 독립책방을 차릴 때 책에 대한 기본 상식이 되어 주었다.

단비 선재 부부도 보통사람들처럼 막연하게 전원생활을 꿈꾸었고 세종에 정착하기 전, 한창 둘 다 일할 때 선재도에서 농가주택을 구입해 꿈에 부푼 예비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남편 선재. 동물을 좋아하던 선재가 전원생활을 하고부터 식물 키우기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낭만이 영그는가 싶더니 주말만 내려갈 상황이어서 그런지 마을 주민들이 텃세를 부린다고 느껴질 만큼 주민들과 융화하긴 쉽지 않았다.

"'원주민 안에만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진심보다 툭툭 내뱉는 말이 상처가 됐어요."

덕분에 일일이 표현 못 할 느낀 것도 많았다. 그렇게 선재도에서 4년 반을 살다가 동생이 주도한 전원주택에 들어와 살 기회가 생겼다. 남동생이 공동육아를 원했는데 8명이 모여 공동으로 땅을 사고 집을 짓자고 제안했는데 어쩌다가 동행하게 된 것이다. 드디어 단비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직 후 책과 함께하는 전원의 삶을 꿈꾸었기 단비에겐 단비 같은 기회가 열린 것이다.

선재도에 지은 집은 생업에 바빠서 건축업자에게 맡겨놓았더니 문제가 많았다. 세종에서는 달랐다. 건축업자와 많은 대화를 하며 꼼꼼하고 튼튼한, 그러면서 만족스러운 집을 지었다. 선재도에서 집을 짓고 농촌생활을 해본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됐다. 단비가 꿈꾸던 책방 놓을 공간을 소박하면서도 알차게 계획해 지어 2018년 7월 단비 부부는 독립책방이라는 꿈을 현실로 옮겨놓았다.

그렇게 단비는 조용히 세종에서 남편과 소리소문없이 단비책방을 운영했다. 그런데 단비책방을 운영한 지 약 1년 반이 지났을 뿐인데 이미 단비책방은 다녀간 이들의 블로그 포스팅이 가득한 독립책방, 만족도 높은 독립책방으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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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비책방 내부 2 2층 숙박이 가능한 다락방에서 내려다본 단비책방 내부 한쪽 모습.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실내는 차분하게 책을 고를 수 있는 분위기며 사진 바깥에 차를 마실 테이블이 있어 호젓한 책방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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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책방 인기 비결은 

퍼니플랜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휴업하거나 폐업한 독립 서점은 전체의 15.8%에 이른다. 그런데도 단비책방은 1년 반 만에 전국 독립책방 중 명소가 된 것이다. 특히 단비책방의 북스테이는 인기가 많아 몇 개월 치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단비책방의 인기 비결은 무얼까.

"광고라곤 전혀 없었는데 일찍 알려졌어요. 생각보다 잘 되긴 해요(웃음)."

그러고 보니 주인장 단비의 친절함이 눈에 띈다. 책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일부러 정보를 주려고 하지 않고 물어보면 상냥하게 응대했다.

단비 선재 부부는 서로 손발이 되어 함께 움직이지만 매주 월요일은 문을 닫고 집을 떠나 둘만의 여행을 즐긴다.

"문만 닫고 집에서 쉬겠다고 있으면 가끔 멀리서 오는 분들이 있어 미안하더라고요."

덕분에 둘만의 여행은 꼬박꼬박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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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비책방 독립출판물 매대 단비가 엄선한 독립출판물을 모은 매대다. 직접 읽어보고 편집상태를 보고 꼼꼼히 고른 단비의 취향과 안목을 엿볼 수 있는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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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했다. 매대에 있는 책은 독립출판물, 서가에 꽂힌 책은 일반 출판물이다. 또 책만으로 내부를 채우지 않았다.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과 창문 앞 바도 만들어 쉼과 힐링을 함께 제공했다.

책방 이용 기본 사항이나 주의사항은 책방 눈에 잘 띄는 곳에 비치해 세심하게 안내했다. 뭐라고 설명할 필요 없이 방문객들이 읽어보면 알 수 있게 한 것. 자세히 책방 안을 훑어보니 단비의 손길임직한 구석구석 세련된 감각이 돋보였다. 단비책방 명함도 특이하다. 투명 필름을 풍경에 갖다 대면 풍경이 어른거리는 실루엣처럼 보이게 만든 명함이다. 디자인을 전공한 올케의 도움이 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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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비책방 안내문 단비가 방문객들의 공통적인 질문과 주의사항을 모아 친절히 안내한 안내서이다. 일부러 물어보지 않아도 되게끔 상세한 안내에 주변 갈만한 곳도 함께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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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궁금한 책에 대해서도 단비는, 직접 큐레이션하고 책을 읽은 막강한 정보력으로 다양한 책을 설명과 함께 추천하며 특징을 말해주었다. 원하는 책이 이곳에 있다고 느낀 순간 책을 안 살 순 없었다. 선물 포장을 원하면 따로 비용을 받지 않고 해주고 있는 것도 장점. 또 봄가을엔 음악회도 열어 책과 함께하는 풍요로운 계절을 만끽하곤 했단다.

단비책방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북스테이. 책방 2층을 오픈된 다락방으로 만들어 이곳에서 책에 파묻히는 낭만의 밤을 누리게 한 것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주효했다.

"길게 있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 숙소를 만들었죠. 편한 자세로 온전하게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였는데 반응이 꽤 좋아요."

기자의 지인도 남편과 중고등 사내아이 둘을 데려와서 북스테이를 경험했는데 무척 만족스러워 강추했던 곳이 아니던가.

게다가 단비책방 근처에는 '비암사'라는 절이 있어 함께 들르기 좋다. 조그만 절이지만 통일신라 말 도선국사가 지은 절로 전해지며 17세기 소조 불상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인 '전의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이 있다. 단비책방을 돌아나가는 길에는 도깨비길도 있어 재미난 여행 목록에 넣어도 손색이 없다. 단비책방을 목적으로 방문했는데 함께 들를 곳이 있으니 여행의 재미가 더욱 커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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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 다락방  숙박이 가능한 2층 내부 한쪽 모습 이곳엔 단비가 평소 즐겨있던 책과 단비의 지인들이 기증한 책들을 모아놨다. 밤 새며 뒹굴뒹굴 책 읽기 좋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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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는' 독립책방 주인장의 조언 

독립책방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단비는 "독립책방을 내기 위해 많이 다니지 않았다"며 "오히려 많이 다녀보지 않은 게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 취향을 팔아라"라는 조언을 던졌다.

"유행을 따라가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을 팔았어요. 내심 걱정도 됐죠. 내가 좋아하는 책을 누가 가져갈까 했는데 근데 그 책이 팔리는 거예요."

순전히 개인 취향이라지만 단비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까다롭다. 단비책방에는 에세이도 시집도 있지만 그 흔한 자기계발서는 없다. 단비는 여백의 미가 있는 책, 편집상태가 좋은 책, 본인이 읽고 마음에 와닿는 글을 쓴 작가의 책 등을 입고한다.

단비는 아낌없이 조언했다. "질문할 거리,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단비의 조언을 얻어 구매한 책들을 읽은 기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읽고 싶고 필요로 한 책을 발견했으니까.

책은 읽고 싶은데 뭘 읽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비책방에서 단비의 조언으로 책을 골라보면 어떨까. 그러다 독립책방의 매력에 푹 빠질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