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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의 '그린뉴딜경제'... 화석연료에서 탈탄소경제로

4.15 총선이 점점 가까워 오면서 각 정당들은 국민 앞에 점점 더 비중있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나 지금이나 시민들이 정치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요구하는 것은 역시 경제다. 얼마나 경제를 안정시키고 고용과 소득 불안에 떨지 않게 해줄 공약을 제시하는지가 관건이라는 말이다.

이번에는 민주당의 1호 공약이었던 '와이파이 무료' 등 다소 주변적인 공약들을 선보이면서 핵심공약 발표를 미루더니 정의당이 12일, 먼저 포괄적인 경제공약을 '그린뉴딜 경제'라는 이름으로 발표해서 주목을 끌었다.

'그린뉴딜'이라는 용어가 아직 국내에서는 낯설 수도 있지만, 글로벌 차원에서는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중이다.

한창 경쟁분위기가 달궈지고 있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8명 중에서 5명은 그린뉴딜 공약을 지지하거나 샌더스처럼 아예 핵심공약으로 삼고 있다. 영국 노동당은 '녹색산업혁명'이라는 브랜드로 지난해 총선의 핵심공약으로 제시한 바가 있다. 유럽은 특정 정당 공약수준이 아니라 유럽연합차원에서 지난해 말 그린 딜(Green Deal)이라는 이름으로 종합 정책을 발표하고 한창 실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17세 스웨덴 환경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호소와 최연소 미국 하원의원 오카시오 코르테스의 그린뉴딜 주창은 이제 전 세계인에게 기후위기의 현실적 위험성을 공감하게 하고, 정치가 이에 전면적으로 대처할 정책방안으로서 그린뉴딜을 확산시키게 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린뉴딜 정책이란 한마디로, 미래세대의 문제로만 인식되었던 기후위기가 당장 오늘 현세대의 문제로 당겨졌고, 현 세대의 분배문제로만 생각되었던 불평등 위기는 세대를 이어 미래의 전망을 가로막고 있다는 절박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기후위기가 이제 개인이 전구교체하고 쓰레기 재활용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이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와 산업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 불평등위기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부동산 자산소유자로의 부의 집중 등 현재의 소득격차와 자산격차를 갈수록 악화시키는 경제구조에 대한 강력한 개혁을 요구한다.

21세기 세 번째로 맞는 10년인 2020년대의 경제는 화석연료로부터 탈 탄소 경제로의 전면적인 이행을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안정된 다수 일자리의 창출, 자산의 재분배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정의당은 그린뉴딜 경제 전략을 제시하면서 '10년 안에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탄소배출을 감축하고 2050년까지 순 배출 제로'에 도달하겠다는 목표아래 '회색경제에서 녹색경제'로 획기적인 방향전환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는 시장 메커니즘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개별기업이 동원할 수 없는 인프라나 기술 혁신가형 국가가 투자를 선도하고 대전환의 비용과 위험을 정부가 부담함으로써 기업들의 더 이상 탄소 집약형 산업에 집착하지 않고 녹색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이끌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와 재정투자로 미세먼지와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 퇴출시키고, 혁신적이고 대대적인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및 분산형 발전설비·운영에 10년간 200조원을 투자하여 약 20만개의 안정적 일자리를 창출하겠단다. 교통부문에서 탄소를 절반 줄이기 위해서 2030년까지 전기자동차 300만대에 머무르고 있는 정부 계획을 1000만대로 확대해나가겠단다.

탄소배출의 3대 배출원인 주택과 건물분야에 에너지 소비 규제 강화와 지원을 통해 탄소배출 순제로 건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매년 20만 가구씩 해나가겠단다. 종래의 경제정책과는 사뭇 다른 방향전환이라고 할 수 있고 많은 논쟁이 예상된다.

자유당의 '경제활성화 공약' : 낯익은 감세와 규제완화 주장

그런데 우연치 않게 같은 날에 자유한국당은 '경제활성화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감세와 규제완화다. 특히 대대적인 감세에 무게를 실었는데 이를 테면 법인세를 5%포인트까지 낮추고 과표 구간도 4개에서 2개로 단순화시키겠단다.

감세는 법인세에 국한하지 않는다. 부동산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한 종부세도 감세 대상이다. '고가주택' 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다시 올리고, 종부세 공제 금액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단다.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 부담 상한은 300%에서 150%로 낮추고,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폐지하겠단다. 여기에 얹어서 부동산 구입을 위한 대출규제도 풀겠다고 한다.

제 1야당의 경제공약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충격적이다. 정의당의 그린뉴딜 경제정책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한다면, 한국당 공약은 가장 낯익은 보수적 공약 중에서도 상당히 원시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기업 세금 더 깎아주면 기업이 투자를 더 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낙수효과'에 대한 오래된 믿음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지금 기업들이 과연 세금 내느라고 여유자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하는가? 지금 우리 기준금리는 1.25%로서 역사상 최저금리가 꽤 오래 이어져 오고 있다. 투자자금을 빌리는 비용이 역사상 가장 낮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투자를 하는게 아니라 이자 수익도 거의 없을 저축에 매달리고 있다. 이미 2017년 말 기준 중소기업은 193조 예금, 대기업은 193조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 금리가 낮으면 저축 대신 투자를 해야 하는데 거꾸로라는 말이다.

왜인가? 경제의 미래 투자처가 잘 안보이고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 투자를 하기보다 현금 유동성을 쌓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 깎아줘 봐야 투자를 할 리가 없다. 저축만 다시 늘어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부가 불확실성을 제거해주고, 투자가 안정적이고 유망한 영역을 넓혀주고 초기 길을 내줘야 한다.

다시 말해서 정부가 '최초의 투자자(investor of first resort)'가 되어서 아직 시장이 덜 만들어지거나 기술 숙성이 미약하지만, 국민들의 삶의 미래를 위해서 확실히 필요한 영역을 '인내자본'투자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재생에너지 분야이고 녹색경제이며, 순환경제 분야다.

이렇게 정부가 미래의 방향을 보증하고, 초기 위험도 높은 연구개발과 인프라 투자에 나서기 시작하면 뒤이어서 민간 기업들의 투자유인(crowding –in)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게 그린뉴딜이 생각하는 민간투자 유도전략이다.

한국당의 법인세 감세 공약은 종부세 감세와 만나면 더욱 심각한 역풍을 초래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기업들이 세금 감면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쌓아 놓은 저축위에 현금이 더 얹어질 수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종부세 깎아주고 대출규제 풀어줘서 부동산 투자할 길을 더 열어주겠다면 어떤 일이 뒤이어 발생할까?

저축해놓은 자금으로 직접 부동산 투자를 하든 사모펀드 등 간접경로로 투자하든 생산적 투자가 아닌 부동산 투기로 몰릴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겨우 일시적으로 소강상태에 들어간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다시 올라갈 것이다.

반면, 법인세와 종부세 깎아줘서 줄어든 국가재정 때문에 앞으로 서민들을 위한 복지재정이 위험해질 수 있다. 한국당은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자신들의 핵심신조를 스스로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모한 감세 단행으로 사상 최대의 재정적자를 내고 있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닮았다. 물론 한국당은 나중에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복지재정을 깎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경제가 어렵고 불평등이 세대를 이어 심화되고, 여기에 기후위기라는 미증유의 위기국면이 덮친 상황에서 한국당식의 '경제활성화 공약'은 책임있는 정당이 내놓았다고 보기에는 절망적이다.

집권 민주당의 경제 비전은 무엇인가?

어쨌든, 이제 정의당과 자유한국당이 서로 완전히 다른 경제정책 공약을 국민앞에 제시했다. 그런데 정작 집권여당이 소식이 없다. 민주당이 답할 차례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경제비전은 무엇인가? 민주당은 앞으로 10년 우리 경제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한다고 말하려는가?

물론 한 가지 예시는 있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관한 자리에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 경제정책방향'이 그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은 매우 암울했다. 어렵사리 만든 확대재정으로 경제를 살리기 위한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한 곳들이 대체로 '회색투자', '토건투자'로 되돌아가려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민간에서 25조, 민자사업으로 15조, 그리고 공공기관투자 60조 등 등 3대 분야에서 투자 100조원을 끌어내서 투자주도 성장을 해보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그런데, 정부가 10조 원 규모의 민간투자 프로젝트를 신속히 지원한다는 대상을 살펴보면, 대부분 대기오염물질 문제, 하수처리곤란 문제, 폐수 처리 곤란 문제 등 기후나 환경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보류된 대규모 회색투자를 우선 지원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여기에 얹어서 투자세액공제 일몰 2년 연장 및 공제율 상향 등 투자촉진 세제지원 3종 세트, 경제자유지역에 대한 외국인 규제특례 등 주로 대기업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지원메뉴까지 준비해놓고 있다.

민간투자 지원에 이어 내놓은 15조 원의 대대적인 민자 사업 조기 추진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민자 사업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공공재정 부담을 줄여주는 것 같지만 결국은 시민들의 부담으로 전가되어 부작용이 큰 것으로 입증되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될 방식이 절대 아니다.

공공투자라고 해서 나을 것도 없다. 무엇보다 60조 원에 이르는 공공기관투자 계획에는 "공공주택, 철도, 고속도로, 항만, 등 SOC기반 확충, 발전소 건설 및 시설보강, 신재생에너지 투자"등을 중심으로 추진한다고 되어 있지만, 중심은 어디까지나 재래식 회색 투자가 주종이다.

반면 구색 맞추기로 들어간 녹색투자라고 해봐야 전기 승용차 기존 4만 2천대에서 6만 5천대 수준, 급속 충전소는 1,200곳에서 1,500곳으로 늘리고, 고작 수십억 수준의 2차 전지 연구개발이나 관련 지원을 고려하고 있는 정도다.

초기 소득주도 성장, 공정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의욕있게 출발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은 이렇게 '우 클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민주당이 말할 차례다. 21대 총선을 계기로 민주당이 다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서 제대로 경제정책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와 불평등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해법을 제시해줄 것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김병권 기자는 정의당 소속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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