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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서 호미가 팔린다고 하여 농사짓는 원주민들이 사용한다고 생각했었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잘 팔린다는 호미는 만능 농기구라고 할 수 있다. 한 손에 잡히는 호미 한자루만 있으면 어지간한 농사일을 해낼 수 있다.

호미를 든 할머니가 밭에 가면 풀들이 벌벌 떤다는 웃자고 하는 농담도 있지만, 그 속에는 여성 농민들의 고달픈 삶이 담겨있기도 하다. 고령화된 농촌의 위기는 나이가 많은 여성 농민들이 더 이상 호미를 쥘 수 없음이기도 하다. 쇠락해가는 농촌과 농업을 버텨낸 것도 여성 농민들의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호미는 여성농민의 상징이기도 하다
 호미는 여성농민의 상징이기도 하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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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농민의 사는이야기

살면서 겪은 시련과 고통을 이겨낸 경험을 산전수전(山戰水戰)이라고 하는데, 농민들은 공중전까지 붙이기도 한다. 특히 여성 농민의 삶은 그 이상의 고통과 인내를 견뎌야 하는 가부장적인 농촌살이의 증인이기도 하다.

여성 농민이 쓴 <우리는 아직 철기시대에 산다>는 어느 농촌에서 겪은 다양한 사는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경험들은 많은 여성 농민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지역과 직업이 다른 많은 여성들의 삶까지 대변하는 것일수도 있다.
 
"이 책은 아무나 아무 쪽을 펼쳐서 순서 없이 읽어도 좋겠지만 기왕이면 여성농민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왜 이리 못나고 힘들게 살까?'를 고민하는 여성농민들이 읽으면서 기운을 얻게 되면 좋겠고, 여성농민과 함께 사는 남성농민들도 '실수의 양면' 같은 꼭지를 그 뜻을 음미하며 읽어보면 더욱 좋겠습니다. 농관련 공무원들은 '농업인의 날이라면서요?'라는 꼭지를 봐 주시고 농협 관계자들도 문장마다 죄다 암기해서 조합 운영에 적극 반영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내 봅니다. 아, 귀농 귀촌하는 분들도 농촌문화를 이해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기도 할 겁니다." -p.13
 
영농의 기계화가 많이 되었지만 사람 손으로 해야 하는 농사일은 여전히 많다. 트랙터 같은 농기계를 움직이거나 힘이 필요한 일은 남성들이 많이 하지만, 그것의 노동시간은 길지 않다. 씨앗을 파종후에 작물을 돌보고 수확을 하기까지는 여성 농민의 수고가 더 많음을 어렵지 않게 주변에서 본다.

농장 인근의 가족농을 보더라도 모녀 사이의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밭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 한여름 땡볕에도 밭에 앉아서 일하고, 말리는 가족의 성화에 그늘 아래에서 작물을 다듬는 할머니가 없었다면 제대로 농사가 되었을까 싶을 정도다.
  
 우리는 아직 철기시대에 산다
 우리는 아직 철기시대에 산다
ⓒ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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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의 자존심

경북 상주로 귀농한 여성  농민을 지난 연말에 만났다. 지역 특산물인 포도농사를 처음으로 시작했고, 중간상인의 밭떼기 계약이 들어왔다. 두 번이나 찾아온 상인을 거절한 이유는 그녀의 의견은 무시하고 일방적인 가격을 제시하는것에 화가 났다고 한다. 도매로 유통시장에 판매하는 것은 생산자인 농민에게 가격결정권이 없다. 그런 이유로 소비자와 직거래만 고집하는 농부들도 있다.

가깝게 지내는 농민들도 농사로 벌어들인 수입을 물어보지는 않는다. 묻지 않더라도 농사규모와 작물의 작황과 시세를 보면 얼추 견적이 나온다. 농사를 안 짓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마다 '밥은 먹고 살아요'라고 짧게 대답한다.
 
"우리도 농사를 열심히 짓고 그래서 제법 농사를 잘 지었다고 하는 데도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소득에는 언제나 못 미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비법은 뭔지, 우리는 도대체 뭘 잘못하고 있는지 고심하다가 명백한 사실을 한참 후에나 알았습니다. 그것은 농민들의 자존심이었다는 것을, 엄청나게 부풀려서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끝자리 수 정도는 반올림한다는 것과 한번 잘 지은 농사를 매번 그 수준으로 말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기 싫은 까닭이기도 하고 또 농민들에게 농사를 잘 짓는 것만큼의 자랑은 없는 것이기에 농사를 말할 때는 언제나 부풀려서 말하게 된답니다. 하고 보니 나도 누구에게 농사 이야기를 할 때 일부러 축소해서 말할 때는 없었던 듯합니다." -p.125
 
세상은 가장 존경받아야 할 사람이 농민이라고 하면서도, 자신은 또는 자식들이 농민의 길을 가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그 이유는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힘들게 일하는 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이유로 농민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모두의 밥상이 풍성해지고, 다양한 가치를 생산하는 농촌과 농민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응원의 박수가 절실한 요즘이다.

우리는 아직 철기시대에 산다 - 여성농민이 쓰는 여성농민 이야기

구점숙 (지은이), 한국농정(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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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도 짓고, 농사교육도 하는 농부입니다. 소비만 하는 도시에서 자급자족의 생산을 넘어서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농부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흙에서 사람냄새를 느꼈을때 가장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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