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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부터 다시 군산 한길문고 상주작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작가회의가 운영하는 '2018년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로 일합니다. 문학 코디네이터로 작은서점의 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자리를 만듭니다. 이 연재는 그 기록입니다.[기자말]
 '글 쓰는 나'와 '책 읽는 나'를 발견한 선생님들에게 선물한 최민석 작가님 글쓰기 강연회
 "글 쓰는 나"와 "책 읽는 나"를 발견한 선생님들에게 선물한 최민석 작가님 글쓰기 강연회
ⓒ 이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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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는 사람들은 티가 났다. 나는 상주작가로 일하는 전북 군산의 한길문고에서 그런 사람들을 목격했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끝내 다른 길로 와 버린 사람들. 자기 이야기를 쓴 책들 앞에서 더 오래 머물렀다. 해 보고 싶었는데 하지 못해서 생기는 후회는 뒤끝이 기니까. 환절기 감기처럼 때가 되면 찾아오니까.

"내 이름으로 쓴 책을 출간하는 게 소원이에요"라는 바람을 모른 척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시작한 게 '한길문고 에세이 쓰기'다. 포기하지 않고 쓰면 글은 갈수록 진솔하고 문장은 깔끔해진다. 에세이 쓰기에 참여한 분들의 글은 1년도 안 돼서 오마이뉴스, 월간지 등에 실렸다. 좋은 글이라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독자들의 댓글을 보며 덩달아 나도 행복했다.

'옛날에 책 좀 읽은 사람들'도 한길문고로 불러 모았다. 아이들 키우느라, 직장에 다니느라, 노안이 오는 바람에 멈춘 독서를 '한길문고 북클럽'으로 시작했다. 한 달에 두 번, 에세이와 소설을 읽고 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책 쓴 작가님은 한 번 만나보고 싶네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나는 그 말을 흘려듣지 않았다. 책을 들고 단체로 찍은 인증사진을 보내며 군산에 와줄 수 있느냐는 섭외 전화를 걸었다.

몸은 거절 당하기 직전의 분위기를 감지한다. "어려울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움츠러든다. 그래서 유명한 작가에게, 그것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군산의 동네서점에 와 달라는 섭외 전화를 할 때마다 조마조마했다. 

"작은서점 강연회에 오시는 분들은 책을 즐겨 읽고, 글을 쓰고, 언젠가는 책을 내고 싶은 분들이에요. 상주작가인 저는 그분들한테 선물하는 마음으로 이 강연을 기획했고요. 저희가 작가님 책 중에서 미리 읽었으면 하는 책도 추천해 주세요."
  
 군산 우리문고에서 진행한 심윤경 작가님 강연회.
 군산 우리문고에서 진행한 심윤경 작가님 강연회.
ⓒ 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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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 강연 와서 하루 이틀 묵어가는 작가들도 있었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과 <설이>를 쓴 심윤경 작가는 원도심에 숙소를 예약했다.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하려고 느린 기차를 타고 왔다. 군산 동네서점에 관심을 갖고는 '상주작가의 서점 에세이'도 읽은 모양이었다. 글에 나온,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는 택시 기사' 이중근님을 한 눈에 알아봤다. 그날 이중근님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기뻐했다.

책 이상을 파는 곳

서점은 상품을 사고 파는 곳. 그러나 군산의 동네서점은 상점 이상이었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한 데 모이면서 길을 만들어갔다. 십대 시절의 꿈을 되살린 이복희님은 한국문인협회의 시인이 되었다. 막연히 꿈꾸던 문학의 세계를 노년에야 만난 이숙자님은 글쓰기 플랫폼과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면서 삶의 보물을 찾은 것 같다고 했다.

암 투병 중인 친정어머니를 돌보고, 일을 하면서 글을 쓰는 황금련님은 한길문고의 단골이 되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책 언제 나와?"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서점 행사 일정도 황금련님에게 묻는다. 때로는 혼자, 때로는 유치원생 아들과 초등생 딸 둘이랑 서점 행사에 빠지지 않고 오는 박효영님은 말했다.

"짜장도 좋고, 짬뽕도 좋은 저란 사람. 저도 몰랐던 취향을 알게 되고, 그 시간을 선택하고, 마음껏 즐기며 꿈꿨습니다. 책에서 읽고 강연에서 들은 것을 서로 나누며, 쓰는 사람으로 지낸 시간들에 감사합니다. 더욱 취향을 존중하고 유지하며 살아보겠습니다."
  
에세이 쓰기에 참여한 분들은 책을 서로 추천했다.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를 읽은 배현혜님은 '쓰고 읽는 것이 쌓이면 내 감정을 남에게 맡기지 않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글을 쓰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 기복에 덜 휩쓸리고, '자기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를 쓸 때 느끼는 쾌감'을 알게 되어서 계속 쓴다고 했다.

세 딸을 기르면서 읽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이윤주님에게 책을 쓴 작가는 연예인. 빛나는 별과 같은 작가들을 동네서점에서 스무 번도 더 만난 이윤주님은 항상 처음 같았다. 책 표지로만 본 작가의 실물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는 건 신기한 경험이라면서 해맑게 웃었다.

부모님 장례를 치르고 참여한 작가 강연회 때, 울음과 눈물이 동시에 터져서 곤혹을 치렀던 문미숙님은 어떻게든 동네서점에 오려고 애를 썼다. 직장 생활한 지 20년 넘은 그는 당당하게 반차를 내고 서점에 오고 있다.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알게 됐다면서 '나는 글 쓰는 사람, 고급 독자가 되고 싶다'는 정체성을 드러냈다.

나는 한길문고 문지영 대표에게 배운 대로 고속버스터미널로 작가 마중을 나간다. 점심시간이 겹치니까 밥도 같이 먹는다. 서울에서 오신 남상순 작가는 이 태도를 '오직 책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 선의'라고 했다. 동네서점에 강연회를 들으러 온 독자들을 보고는 '문학이 죽지 않고 살아서 제대로 기능하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서점에 모인 사람들은 각각 10여 명 가량이었다. 군산에서의 책 읽는 분위기는 분명히 내가 어렸을 때 책을 경외시하고 갈망하던 그 분위기와 닮아 있었다. 무조건 기분 좋고 희망적이며 사람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군산의 독서 분위기는 계속되어야 하며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읽고 쓰는 사람들 덕분에 서점도 활력을 얻었다. 특히, 군산의 또 다른 책방인 예스트서점은 주로 참고서를 팔아 월세를 냈다고 한다. 서점이라는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단행본 판매는 부업에 가까운 서점이었다고 한다. 대기업인 현대중공업과 지엠대우가 떠나면서 서점의 매출은 확 줄었다. 예스트서점 이상모 대표는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 백서에 이렇게 썼다.
 
"서점 밥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작가 초청 강연회라는 것을 해봤다. 서점이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닌 동네 사랑방도 되고, 초보 글쟁이들의 토론장이 되고, 선배 글쟁이들과 만남의 공간이 돼야 한다는, 어쩌면 지금까지 내 마음 속에만 존재했던 책방을, 이제는 실제 만들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내가 읽은 책을 당신도 같이 읽기를 원합니다." 한길문고 북클럽.
 "내가 읽은 책을 당신도 같이 읽기를 원합니다." 한길문고 북클럽.
ⓒ 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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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동네서점에 모였다. 200자 백일장 대회,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 시 낭송 대회 등을 했다. <섬에 있는 서점>에 나온 문장을 기억하며 같이 읽었다. "내가 읽은 책을 당신도 같이 읽기를 원합니다. 나는 당신이 그 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오는 2월 29일. 서점에 상주하는 작가에게는 월급을, 동네서점에는 작가 강연료와 대관료를 지원해주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이 끝난다. "우리, 이렇게 헤어지는 거예요?"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끝에 다다르니까 담대해 보이는 사람들마저 반신반의한다. 동네서점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쏟아지는 눈물을 닦고 다시 단정하게 책상 앞에 앉을 것이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읽고 쓰는 사람으로 남을 거라고 생각한다.
  
 카페 이야기를 쓰는 이현웅 선생님이 한길문고에서 연 강연회
 카페 이야기를 쓰는 이현웅 선생님이 한길문고에서 연 강연회
ⓒ 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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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분들

상주작가로 지내면서 귀한 분들과 함께 즐겁게 읽고 썼습니다.

영국 여행기를 완성한 김유림님, 이주노동자의 말을 너무나도 잘 알아듣는 이수영 님, 동화를 쓰는 이은미님, 쌍둥이 손주들을 돌보면서 글을 쓰는 지연임님, 월간지에 글이 몇 번이나 실린 박모니카님, "나도 글 쓰는 여자야"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은 서경숙님, '세바시' 섭외 전화를 기다리는 김준정님, 일관되게 모범적으로 글을 쓰는 신은경님, 재테크 과정을 생생하게 쓰는 박태정님, 일상의 소중함을 쓰는 김성희님, 개성 넘치는 두 아들과 캠핑 다니는 유은미님, 사랑하는 남편과 삶을 잘 꾸려가는 이순화님, 카페 이야기를 써서 사랑과 악플을 동시에 받은 이현웅님, 학교 졸업하고도 늘 공부하는 김완순님, 곧 그림책 서점을 여는 이지연님, 단 한 편의 글로 사람들을 울린 강윤희님, 노년의 아름다운 삶을 보여준 이숙자님, 그토록 원하던 시인이 된 이복희님, 울고 웃는 걸 동시에 잘하는 문미숙님, 이제 군산 사람 다 된 배현혜님, 해루질의 세계를 알려준 오은희님, 사춘기 세 딸을 '모시고' 와서 서점을 빛내준 이윤주님, 괜히 의지하게 되는 박효영님, 특별한 엄마 이야기를 들려주는 황금련님, 한 방에 브런치 작가로 합격한 전은덕님, 친구 따라 서점 와서 책을 좋아하게 된 고숙경님.

언젠가 탑처럼 쌓여있는 여러분의 책을 서점에서 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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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조퇴> <소년의 레시피> <우리, 독립청춘> <서울을 떠나는 삶을 권하다>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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