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언컷 젬스> 포스터

영화 <언컷 젬스> 포스터 ⓒ 넷플릭스

 
A24의 신작이자 마틴 스콜세지 감독 제작 참여, 떠오르는 신예 사프디 형제 감독의 신작이 지난달 31일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거대 자본주의 산물인 미국을 조롱하는 사프디 형제의 날선 비판이라 해도 좋다.

감독 사프디 형제(베니 사프디, 조슈아 사프디)는 전작 <굿타임>을 통해 역설적인 제목의 날선 불행을 전한 바 있다. 로버트 패틴슨을 지독히 망가뜨려 연기 자체로만 평가하게 만든 전력이 있다. 그동안 연기력 논란을 겪었던 로버트 패틴슨의 필모그래피를 탈바꿈한 사람이 바로 샤프디 형제다. 어떤 이미지에 갇혀 있는 배우를 전혀 다른 방법으로 활용해 작품과 배우 모두 최고로 끌어 올리는 역량의 형제 감독이라 하겠다.

이번 타깃은 미국식 코미디의 전형인 아담 샌들러다. 지금까지 이런 모습의 아담 샌들러를 본 적 없다. 파격변신을 시도한 아담 샌들러는 물불가리지 않고 돈을 쫓아가는 유대인을 맡았다.
     
샤프디 형제의 연출력은 정평나 있다. 주로 구린내 나는 범죄나 벼랑 끝에 매달린 주인공을 묘사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뽐낸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함이 시종일관 영화를 관통하지만 운 좋게 기사회생하며 강약을 조절한다. 행운 같은 자잘한 운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조마조마한 마음은 배가 된다.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빠른 대사와 편집, 몽환적인 음악이 처음부터 끝까지 몰아붙인다. 이게 사프디 형제의 호불호가 갈리는 연출방식이다. 전작 <굿타임>과 동일하다. 숨 가쁜 호흡을 따라올 재간이 없으면 바로 하차할 수밖에 없는 혼란스러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영화 <언컷 젬스> 스틸컷

영화 <언컷 젬스> 스틸컷 ⓒ 넷플릭스

 
하워드(아담 샌들러)는 유대계 보석상이다. 흔히 보석상은 부자라는 편견을 깨는 데 일조한다.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상황은 입만 살아 움직이는 속물근성의 결과물이다.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끝도 없다. 보석 사려는 손님, 빚쟁이,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NBA 선수 케빈 가넷(본인)이다. 최근 오팔원석에 꽂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경기의 승부를 위해 오팔이 자신에게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징크스를 믿는 사람이다.

하워드는 케빈 가젯의 초조한 마음을 읽고 그와 밀당을 시도한다. 사실 원석은 며칠 후 있을 경매에 엄청난 값어치로 내놓을 예정이다. 이런 사정을 봐주지 않는 케빈 가넷은 우승기념 반지를 맡기고 잠시 빌려간다. 하워드는 그 반지로 돈을 빌려 도박에 쏟아 붓는다. 다들 무엇에 홀린 듯 돈에 눈이 멀어도 너무 멀었다. 타노스가 가지려 했던 건틀렛처럼 보석의 힘을 갖고 싶은 절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 속에서 펼쳐진다.

이 업계에서 하워드는 대접받는 사람은 아니다. 대체로 능글맞고 무례하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묻고 더블로 가는 직진인생이다. 끊임없이 잔머리를 굴려댄다. 잠깐이라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고 맡겨 수익을 낼지, 이로써 내가 얻는 것은 얼마인지 계산기 두드리느라 정신없다. 잔꾀 뿐만 아니라 약삭빠르고 비열하다.

아내와는 이혼조정중이고 애인과는 사이 또한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한다. 보석상 운영하랴, 빚 돌려막으랴, 빌려준 돈 찾으랴, 가족 모임에도 참석해야 한다.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나이다. 뼛속까지 구역질나는 오만하고 불쾌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지질한 모습으로 무너지면 짠한 마음이 드는 사람도 하워드다. 이중적인 아담 샌들러의 존재감은 135분 동안을 장악한다.

영화 <언컷 젬스>는 에디오피아에서 오팔원석이 부른 행운과 불행에 관한 우화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 이미 진 빚을 막기 위해 또 다른 빚을 지고, 수시로 협박을 받는 상황에서 가진 돈을 몽땅 도박에 몰아넣어 버리는 허무한 한탕주의. 쉽게 얻은 돈은 쉽게 잃어버린다는 자명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처럼 무모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오팔원석은 <기생충>의 수석처럼 갖고 있으면 불운과 행운을 동시에 줄 수 있는 기묘한 장치일지도 모른다. 구멍에서 시작해 구멍으로 끝나는 인생은 온갖 구멍(욕망)을 비우고 매우며 살아가는 것이다. 원석은 보석으로 가공되기 전에는 그냥 돌일 뿐이다. 흑연이 연필심이 될지 다이아몬드가 될지는 탄소원자배열의 한 끗 차이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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