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 FC는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4위라는 뛰어난 성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시즌 내내 선수층이 얇아 주전 선수들에 대한 의존이 지나치게 심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에도 크리스티안 에릭센(인터밀란)이 떠나는 와중에 가장 큰 영입이 조제 모리뉴 감독이었을 정도로 적극적인 영입과는 거리가 있었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에도 얇은 선수층 속에 쉽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이자 토트넘 부동의 원톱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이 지난 1월 왼쪽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사실상 시즌 복귀가 힘들어졌다. 케인 외에도 중원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해주던 미드필더 무사 시소코와 새로 영입한 탕귀 은돔벨레, 골키퍼 위고 요리스 역시 부상으로 제대로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케인과 시소코 부상 이탈 후 열린 4번의 리그 경기에서 2승1무1패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승점 37점으로 리그 5위에 올라 있는 토트넘은 4위 첼시FC를 4점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정의 FA컵에서도 미들즈브러FC와 사우스햄튼FC를 연파하고 16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7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0'이라는 침묵을 깨고 4경기 연속 득점 행진을 이어가며 토트넘 공격을 이끌고 있는 손흥민이 있다.

 첼시전 퇴장을 전후로 이어진 손흥민의 침묵, 길어지는 슬럼프? 
 
 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의 2019-2020 FA컵 32강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고 있는 손흥민.

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의 2019-2020 FA컵 32강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고 있는 손흥민. ⓒ AP/연합뉴스

 
사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지독한 '슬로 스타터'였다. 리그 개막 두 달을 훌쩍 넘긴 11월, 그것도 리그가 아닌 카라바오컵에서 시즌 첫 득점이 나왔고 리그 첫 골은 첼시와의 13라운드에 터져 나왔다. 하지만 12월부터 엄청난 득점행진을 이어간 손흥민은 결과적으로 시즌 20득점 9도움이라는 멋진 시즌을 보냈다. 리그 마지막 4경기와 챔피언스리그 2경기에서 골을 추가하지 못했지만 손흥민의 2018-2019 시즌을 저평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 시즌 리그 최종전에서 퇴장을 당하면서 2라운드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한 손흥민은 시즌 개막 한 달 만에 멀티골을 통해 시즌 첫 골을 신고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득점 없이 도움1개 만을 기록했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6경기에서 5골과 도움2개를 기록하며 리그와 유헙대항전을 오가며 뛰어난 활약을 이어갔다. 초반부터 기세를 올리고 있는 손흥민이 최고의 시즌을 보낼 거라는 예상이 여기저기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번리FC와의 16라운드까지 리그에서만 5골 7도움으로 승승장구하던 손흥민은 박싱데이를 앞둔 작년 12월 23일(이하 한국시각) 첼시와의 홈 경기에서 큰 악재를 맞았다. 후반 16분 안토니오 뤼디거와의 경합과정에서 난폭한 행동을 하며 퇴장을 당한 것이다. 손흥민은 이 퇴장으로 리그 3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고 토트넘은 손흥민이 없는 3경기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했다. 

징계를 마친 손흥민은 1월 11일 리버풀FC와의 홈경기와 18일 왓포드FC와의 원정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시작으로 두 번의 FA컵과 4번의 리그 경기까지 무려 7경기 연속 하나의 공격포인트도 올리지 못한 침묵이었다. 손흥민의 부진이 길어지자 현지에서는 물론이고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던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서도 손흥민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7경기 침묵 후 이어진 4경기 연속골, 휴식 후에도 골사냥 이어질까

사실 21라운드에서 케인과 시소코가 부상을 당하면서 손흥민은 '완전체'를 구축하지 못한 토트넘에서 본인에게 익숙한 윙포워드가 아닌 최전방을 맡을 때가 많았다. 여기에 지난 시즌 손흥민에게 정확한 전진패스를 찔러 주던 에릭센이 사실상 토트넘의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손흥민은 전방에서 홀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토트넘 선수들과 손흥민은 경기를 치르면서 '케인과 에릭센 없이 승리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손흥민은 1월 23일 노리치시티와의 24라운드 경기에서 손흥민에겐 흔치 않은 헤더골로 기나긴 침묵을 깨며 토트넘을 승리로 이끄는 결승골을 기록했다. 3일 후 사우스햄튼과의 FA컵 32강에서는 에릭 라멜라의 패스를 받아 정확한 왼발슛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비록 토트넘이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재경기가 열렸지만 2경기 연속골은 손흥민의 부활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맨체스터시티FC와의 8강 2경기에서 3골을 터트렸던 손흥민은 약 10개월 만에 다시 만난 맨시티를 상대로 자신감을 이어갔다. 손흥민은 토트넘이 1-0으로 앞선 후반 25분 은돔벨레의 패스를 받아 가벼운 터치로 슛공간을 만든 후 가까운 포스트를 향해 정확한 오른발슛을 날려 맨시티의 골문을 흔들었다. 토트넘의 2-0 승리를 이끈 값진 추가골이자 손흥민의 가파른 상승세를 확인시켜 준 3경기 연속골이었다.

손흥민은 6일 사우스햄튼과의 FA컵 재경기에서도 절정의 골감각을 이어갔다. 양 팀이 2-2로 맞선 후반 40분 델리 알리의 얼리 크로스를 받아 1대 1 기회를 잡은 손흥민은 골키퍼를 제치는 과정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직접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강한 오른발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리며 토트넘의 16강행을 이끌었다. 어느덧 손흥민은 리그 7골, 챔피언스리그 5골, FA컵 2골로 시즌 14골을 기록하고 있다.

토트넘은 이번 주 '윈터 브레이크'로 불리는 짧은 휴식기를 갖는다. 오는 16일 아스톤 빌라FC와의 원정 경기 전까지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보충할 수 있다. 최근 5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을 포함해 지난 한 달 동안 무려 8경기를 소화한 손흥민에게도 휴식은 매우 절실했다. 짧지만 소중한 재충전의 기회를 얻은 손흥민은 '윈터 브레이크' 후에도 4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던 절정의 감각을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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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핫스퍼 FC 손흥민 윈터 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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