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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폐렴이 전세계로 퍼지고 있다. 온 지구촌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한 와중에 차별주의자들이 동양인은 바이러스 그 자체라는 억측을 내세워 인종차별주의를 수면 위에 올리고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공부 중인 한 한국인 학생은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업 출석이 금지되기도 됐다. 동양인에 대한 혐오가 커지고 있는 현재, 우리는 이에 감정적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인종차별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근거한 현명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프랑스의 철학자, 들라캉파뉴가 지은 <인종차별의 역사>가 그 이해에 제격인 책이다. 
 
 책 앞표지
 책 앞표지
ⓒ 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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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의 역사>는 인종차별에 대한 파격적인 시선을 제시한다. 고대 그리스부터 20세기까지 굵직한 인종차별의 사례를 들어 인류의 민낯을 드러낸다.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가 서양의 성인으로 꼽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대해 인종차별의 원형이라 주장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비판에 대한 근거와 타당성을 제시하기 앞서, 저자는 '인종'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그것의 존재를 가정하는 태도 자체가 비과학적이라 주장한다. 피부색소가 다른 두 사람의 유전형질을 구분하는 차이점들은 이들이 공통으로 가지는 특징보다 적고 중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임을 설명한다. 이에 근거해 개와 같은 다른 동물 종과는 달리 인간은 '인종'으로부터 명명되는 아종으로 나뉠 수 없다는 사실을 도출한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저서 <정치학> 1권을 통해 이방인은 노예로 태어났으며 전제적 체제에 복종하는 것이 당연한 열등한 존재라고 명시한다. 이는 훗날 에스파냐의 후안 히네스 데 세풀베다가 자신의 저서 <데모크라테스 알테르>에서 아메리칸 인디언들과 전쟁을 벌이는 것은 인디언들이 태생적으로 열등하기 때문에 정복해도 괜찮다는 논리의 근거로 활용된다. 

지금 동양인을 코로나 바이러스를 핑계거리 삼아 차별하는 행위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종차별의 역사>는 이와 비슷한 사례를 제시한다. 유대인은 끊임없이 차별을 받아왔다. 차별의 근거 중 하나는 그들이 '대대로 이어지는' 나병(한센병)의 소유자, 오염된 인종이라는 프레임에 씌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험담은 시케리아의 디오도로스,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 트로구스, 타키투스 등 그리스와 로마의 작가들에 의해 전해지며 고착화된다. 나병은 유전되는 질환이 아니지만, 나병 환자의 후손이라 불리운 집단이 또 존재한다. 프랑스의 카고가 바로 그 집단이다. 

이들은 한반도 역사에 존재한 향·소·부곡을 연상시킨다. 카고는 몇몇 직업에 종사해야 할 의무가 있었으며 일반 사회와는 엄격히 분리되어 살았다. 또한 나치 시절 유대인처럼, 카고 역시 특징적인 표시를 몸에 달고 다녀야 했다. 즉 유대인과 카고는 나병을 보유한 객체라는 잘못된 인식과 소문으로 차별을 받은 것이다.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하여 동양인이 받는 차별을 연상시킨다.

인종차별은 자신이 느끼는 타인에 대한 증오를 생물학적 차원의 기원을 다루어 '객관적' 근거를 부여하려 시도한다. 이는 피부색이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 차별뿐만 아니라 같은 피부색의 다른 국적의 사람들, 같은 국가 내의 다른 지역 출신 사람들에 대한 차별도 포함이 된다. 

또한 프랑스어로 racisme, 영어로 racism은 인종차별, 인종주의라는 의미 외에도 특정 사회집단에 대한 적의를 뜻하기도 한다. 따라서 <인종차별의 역사>는 피부색에 의해 정의되는 인종차별이 아니라, 인종차별은 타자로서의 타자에 대한 증오라는 새로운 인식을 제안한다. 

<인종차별의 역사>는 인종차별의 기원과 알지 못했던 수많은 인종차별의 사례를 알기 좋은 책이다. 하지만 저자도 인정했듯이, 책이 서구문명을 중심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사례가 언급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나, 인종차별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할 수 있는 책이다.

인종차별의 역사

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 지음, 하정희 옮김, 예지(Wisdom)(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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