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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를 법무부에 파견하여 양성평등업무를 맡게 하는 것 자체가 검찰개혁에 역행하는 것이다. 추미애 장관은 미투의 1호 고발자라는 이미지를 이용한 그루밍 정치로 서지현 검사를 위축시키지 말아야 한다. 서지현 검사가 문제점을 외쳤던 자신의 조직에서 본연의 업무를 담당하는 모습이 성숙한 검찰문화이며 검찰개혁이다. 
(3일, 새로운보수당 황유정 대변인 <서지현 검사, 민주당 뒤에 숨어서 그루밍 정치하지 말고 스스로 우뚝 서라> 논평 중에서)

눈에 띄는 정당 논평이 아닐 수 없었다. '그루밍 정치'라는 듣도 보도 못한 신조어도 그렇거니와 서지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부부장검사의 법무부 파견 업무 자체를 문제 삼으며 "본연의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검찰개혁"이란 주장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새보수당 대변인의 이 같은 논평은 지난달 23일 법무부가 2020년 상반기 검찰 인사와 관련이 있다. 법무부는 우수 여성 검사들을 법무부와 대검찰청 등 주요 보직에 적극적으로 발탁하면서 서 검사를 법무부 내 법무·검찰 조직문화 개선 및 양성평등 관련 업무를 맡길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 검사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무슨 엄청난 꽃길이라도 걷는 줄 알고 벌써부터 여러 소리를 하시는 분들도 있다는데, 그들이 추구하는 출세와 성공을 제가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나 봅니다"라고 썼다. 자신을 현실정치와 연결 짓는 것에 대해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김웅 영입 발표 하루 전 나온 새보수당의 이상한 논평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강연장에서 열린 대한항공 '땅콩회항' 피해자로 알려진 박창진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이 쓴 <플라이백> 출판기념 낭송회에서 참석한 서지현 검사 발언을 하고 있다.
 2019년 3월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강연장에서 열린 대한항공 "땅콩회항" 피해자로 알려진 박창진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이 쓴 <플라이백> 출판기념 낭송회에서 참석한 서지현 검사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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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황 대변인은 "'투사'처럼 나섰던 그녀가 여성인권을 위해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상징적 이미지를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웠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국면에서 검찰을 '정치검찰'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민주당 영입설까지 나돌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 검사가 검찰의 일련의 조국 별건 수사나 장기화된 청와대 수사를 비판한 것을 두고 확인되지 않은 민주당 영입설을 거론한 것이다. 이날 황 대변인이 서 검사의 최초 미투를 폄훼하고 민주당 영입설을 거론하며 논평을 낸 근거는 "검찰 내 성추행 폭로로 미투 운동을 촉발시켰던 서지현 검사가 법무부로 파견되어 오늘(3일)부터 업무에 복귀"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니까 황 대변인은 서 검사의 법무부 출근 첫날부터 서 검사 미투의 의미를 폄훼하고, "추미애 장관의 서지현 검사를 위한 맞춤식 인사 발령이 결국 서지현의 미투를 빛바랜 서랍 속으로 구겨 넣고 있다"면서 법무부의 검찰개혁을 그루밍 정치라 비판한 것이다.

이 '여성' 정치인은 이러한 그루밍 성폭력(성을 착취하고 유린하기 위해 친밀, 신뢰, 지배관계를 설정하는 행위)을 연상시키는 그루밍 정치라는 규정짓기가 검찰 내 성폭력을 폭로한 피해 당사자에게 사실상의 2차 가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걸까. 그게 아니면, 이른바 '그루밍족'과 같이 서 검사가 온갖 치장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가꾸어 왔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가 이를 이용한 것이란 비유적 표현이라 항변할 것인가.

황 대변인은 논평 말미 "윤석열 선배가 당당하게 버티는 검찰에서 진정한 양성평등의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밝히며 윤 총장의 한 마디를 옮기기도 했다.  

"검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은 부패한 것과 같다."

이 논평이 나온 다음날(4일), 현 정부의 검찰개혁을 '거대한 사기극'이라 비판하며 사직을 예고했던 김웅 전 부장검사(전 법무연수원 교수)가 기자회견을 열고 새보수당 입당과 4.15 총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직접 영입에 공을 들였다는 김 전 검사의 정치 입문 최초 일성 중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있었다. 새보수당을 선택했지만 향후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친문 패권주의와 싸워야 하는 건 시기적으로 중요한 과제다."

방영 중인 드라마 <검사내전>의 원작자이자 20년 검사 생활 중 12년 동안 형사부 검사였다는 김웅 전 검사는 "제가 가장 잘 하는 건 사기꾼을 때려잡는 일"이라며 정치 입문 첫 일성을 "대한민국 사기 공화국의 최정점에 있는 사기 카르텔을 때려잡고 싶다"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겨냥한 듯한 발언이었다. 이 발언의 연원을 살피기 위해, 시계를 잠시 돌려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시 보는 김웅 전 검사의 '사직 설명서'
 
새로운보수당 영입된 '검사내전' 저자 김웅 전 부장검사  새로운보수당에 영입된 김웅 전 부장검사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영입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새로운보수당 영입된 "검사내전" 저자 김웅 전 부장검사  새로운보수당에 영입된 김웅 전 부장검사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영입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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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인사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대외연수과장이었던 김웅 전 검사는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 들어 실시된 검찰 중간간부·평검사 하반기 정기 인사에서 인천지검 공안부장으로 이동했다. 1년 후인 2018년 7월엔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발탁, 대검찰청에 입성해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을 맡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실무를 관장하는 자리였다.

공수처법ㆍ검경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이후인 2019년 5월, 검찰내부망에 "검찰 구성원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도 김 전 검사였다. 그리고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했다. 앞서 대검 소속인 김웅 검사는 윤 총장의 청문회 준비를 돕기도 했다.

취임 직후 검찰 내 칼바람이 불었다. 이른바 특수통 검사로 대변되는 윤석열 사단이 기수 파괴 속에 대대적으로 약진한 가운데, 고검검사급 검사 620명, 일반검사 27명 등 검사 647명에 대한 인사가 단행됐고, 이후 60여 명의 검사가 줄줄이 사표를 냈다. 

김 전 검사의 '좌천'은 이 윤석열 폭풍 직후 이뤄졌다. 윤석열 사단으로 채워진 차장·부장급 중간 간부 인사와 그로 인한 줄사퇴의 여파를 수습하기 위한 법무부의 추가인사였다. 김 전 검사는 법무연수원 교수로 발령이 났다. 
 
이와 함께 수사권 조정안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던 문무일 전 검찰총장을 보좌했던 검사들도 좌천성 인사를 받았다.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 입장을 피력했던 김웅 대검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이 대표적이다. 
(작년 8월 5일, SBS <[취재파일] 윤석열 호 첫 검찰 인사…여러 뒷말 나오는 까닭은> 중에서)

그로부터 반년이 흐른 지난달 14일 김 전 검사는 검찰내부망에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며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는 '사직 설명서'를 게시했다. 4·15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을 이틀 남겨 둔 시점에 사직서를 제출한 셈이다. 전 언론에 대서특필된 이 '사직 설명서'가 총선 출마용은 아니었는지 곱씹어 볼 대목이다.

 
 검사내전 표지
 검사내전 표지
ⓒ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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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4일 기자회견 현장. 사직서를 낸 지 22일 만에 새보수당 입당과 총선 출마를 선언한 김 전 검사는 이에 대한 비판을 "당연하다고 본다"면서도 "저를 믿어줬고 제 과거를 아는 사람들은 의도가 뭔지 알 것이라 믿는다. 또 만약 제가 권력·권세를 탐했다면, (작은 정당인) 새보수당에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문 패권주의와 싸워야 하는 건 시기적으로 중요한 과제"란 말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작은 정당을 선택했지만 향후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김 전 검사는 "(한국당과) 충분히 같이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날 오후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한 언론에 "김 전 검사가 지난달 사직한 직후 황교안 대표 비서실장인 김명연 의원이 직접 영입제안을 했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종합하면, 김 전 검사는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 이틀 전 '사직 설명서'를 쓰고, 사직서를 제출한 뒤, 한국당과 새보수당 중 "권력·권세를 탐했다면"이라 의심받지 않을 '작은 정당' 새보수당을 선택한 셈이 됐다. 향후 "충분히 같이 할 수 있다"는 포석을 바탕으로. 공교롭게도 새보수당 황 대변인은 김 전 검사의 영입 발표 하루 전 애먼 서지현 검사를 비판하는 뜬금없는 논평을 내놓은 것이고.

서지현 검사에게 "서지현 검사가 문제점을 외쳤던 자신의 조직에서 본연의 업무를 담당하는 모습이 성숙한 검찰문화이며 검찰개혁"이라며 "검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은 부패한 것과 같다"고 일침을 날린 새보수당. 

그렇다면 공직자 사퇴 시한을 이틀 전 '총선 출마 선언'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벌였던 김 전 검사의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할까. 정치에 선을 그은 서지현 검사에 대한 새보수당의 의심을 김웅 전 검사에게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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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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