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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주인공은 어떤 사람이 하면 좋을까. 추리를 해야 사건이 진행되는 만큼 탐정이 하는 것이 가장 무난할 것이다. 영국의 셜록 홈즈도 탐정이고, 일본의 긴다이치 코스케도 탐정이다.

만약 탐정이란 직업이 없는 환경이라면 아마도 경찰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경찰이 수사를 해야 사건의 실마리를 알 수 있고, 직접적으로 수사를 하는 사람이 주인공이어야 독자가 사건의 얼개를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외에는 변호사(도진기 변호사의 유다의 별)같이 사건을 두고 소송을 하는 사람이 주인공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사건을 두고 탐정도, 경찰도 법조인도 아닌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사건을 조사한다면 어떨까.
 
 달리는조사관
 달리는조사관
ⓒ 송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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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작가 송시우씨의 '달리는 조사관'은 인권위 조사관이 주인공인 추리소설이다. 현대에 있었던 굵직한 범죄 사건의 문제를 정리하여 5개의 사건 기록에 차곡차곡 담았다. 인권과 관련하여 큰 문제가 되었던 사건들을 배경으로 녹여놓은 점에서 저자의 탄탄한 사전 조사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다.

'달리는 조사관'의 배경은 아마도 인권위원회를 모델로 삼은 것으로 여겨지는 인권증진위원회다. 이곳에서 일하는 조사관들은 자신의 업무를 통해서 국가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 물론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권력은 없는 기관이다.

따라서 이들은 진정인들과 피진정인 사이의 대화를 통해서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영장을 받아서 압수수색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니, 사건의 얼개와 대화만으로 추리해야 한다. 이 점에서 이들의 업무는 최소한, 혹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수준의 협조에 따라 이루어지던 옛 추리 소설의 추리에 가깝다. 형사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기에 재판에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도 없다.

"인권에 환상을 갖지 마요"

조사관들은 책을 읽는 독자만큼이나 사건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각 장을 시작한다. 진정인이 반드시 진실만 말하리란 법은 없고, 인권과의 관련성도 살펴야 한다. 이는 독자가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요인이다.

많은 추리소설의 주인공은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기관과 가깝다. 영국의 셜록 홈즈는 물론이고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등장하는 등장인물 중에도 그런 인물이 많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인권증진위원회의 조사관들은 수사기관과 불편한 관계이다.

경찰이 수사 중에 벌인 행동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사건의 진위와 관계없이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절차를 지켰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찰과 대놓고 적대하기도 하고, 불편한 상황에서 조사를 하게 된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야 하지만 조사관들은 강제 수단이 없다. 경찰들은 인권증진위원회를 귀찮게 여기거나 경찰의 인권은 누가 지키는지에 대해 되묻는다. 강제력을 동원해서 상대를 조사하는 경찰이나 의뢰인의 협조를 받는 탐정같은 다른 추리소설의 주인공과 달리,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굉장히 한정적인 협조만을 바탕으로 일을 진행해야 하게 되고, 이야기가 독특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저자는 한국의 정치 현실이나 사회적인 사건에 대해 조사를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 노동조합을 둘러싼 언론의 태도 등 다양한 사건에 대한 논점들이 압축되어 이야기에 담겨 있다. 이는 논리의 근거로 제시되거나 조사관들의 입을 거쳐서 풀어 설명된다.

각 사건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독자에게 곰곰이 생각할 거리를 준다. 형사 재판에서 이루어지는 자백은 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인권위원회는 인권을 위해 약자를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는 것인가? 확신하는 증인의 말은 그래도 믿어도 되겠지?
 
"인권에 환상을 갖지 마요. 인권이라는 게 사실 나쁜 사람들에 의해 발전해왔거든요? 완전 쓰레기 같은 놈들, 사회악들이 살맛 나는 인권세상을 만들어온 거 몰라요? 간이벽으로 구역을 나눈 옆 회의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77P

권력을 가진 국가기구를 호랑이나 사자에 비유한다면 국가인권기구는 승냥이라고. 호랑이나 사자에 맞서 싸워 이길 수는 없지만 호랑이나 사자가 힘을 남용하여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하는지 안 하는지, 그 작고 날랜 몸으로 재빠르게 다니며 살펴보는 짐승. 호랑이나 사자를 끊임없이 신경 쓰이게 하는 존재. -320P

인권위원회는 유죄와 무죄를 판단하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인권이 수사 과정에서 보장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가진 인권을 마주하는 철학적 틀에 사건을 끼워 넣는다. 그리고 얻어낸 진실을 마주하고 당황하게 된다.

이야기의 일부는 현대 한국에서 일어난 몇몇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점의 사회적 쟁점을 추리에 버무린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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