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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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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임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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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회사인 라임자산운용의 이른바 '라임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이 큰 피해를 볼 상황에 놓이면서 금융시장이 연일 시끄럽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알펜루트자산운용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앞서 불거진 대형 금융사고인 파생결합펀드(DLF)·키코(KIKO) 등과는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며,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도대체 라임펀드는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된 것일까요?

라임펀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시점은 지난해 10월입니다. 라임자산운용이 고객들의 투자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됐다며 일부 펀드의 환매(계약해지) 연기를 선언한 때입니다.

운용사는 투자자들의 돈을 받아 이를 굴려 수익을 돌려주는 곳인데, 회사가 투자한 채권 등 자산이 부실해져 투자자들이 원하더라도 돈을 주기 어렵다고 백기를 든 것입니다. 사실상 투자자들이 투자한 원금을 날릴 수 있다고 인정한 셈입니다.

금융위기도 없었는데...왜?

라임자산운용이 환매를 연기한다고 안내한 펀드는 지난해 9월말 기준 모두 157개이며 이는 3개의 모펀드(라임플루토FI D-1호, 라임테티스 2호, 라임플루토TF 1호)에서 파생된 상품입니다. 이와 관련해 묶여버린 투자금액은 1조5587억 원에 이릅니다. 이어 지난 15일 회사는 모펀드인 '라임 크레딧 인슈어드 무역금융펀드'에 연계된 16개 자펀드(2949억 원)에서 환매 연기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금융상품이 부실해져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드물지만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런데 라임펀드의 경우 앞서 불거진 DLF·키코 사태 등과는 구조적으로 크게 달랐습니다.

그 동안에는 대부분 경제 여건이 나빠져 금융상품의 수익률을 좌우하는 국채 금리 등 기초자산이 흔들린 점이 피해의 주요 배경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키코 사태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피해가 속출했고, DLF의 경우 독일 국채 금리 등이 급락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이 두 사건에서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보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이런 분위기를 알면서도 상품을 판매했다는 점입니다. 그렇지만 대외여건이 급격하게 악화한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깜깜이 사모펀드, 피해 예상하고도 판매했나

이와 달리 라임펀드의 경우 회사에서 투자자들의 돈 일부를 넣은 무역금융전문투자회사인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가 폰지사기(투자자 돈을 돌려 막는 다단계 사기)를 저지른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라임자산운용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투자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인데, 이 때문에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 것입니다. 그 동안의 금융사고들이 '자연재해'와 '인재'가 뒤섞인 일이었다면, 라임펀드 사태는 명백한 '인재'라는 얘기입니다.

문제가 된 라임펀드는 비공개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사모 형태로 판매됐습니다. 사모펀드는 그 특성상 투자자들도 내 돈이 어디에 투자됐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운용됩니다.

회사가 이를 악용해 이미 폰지사기에 연루된 것을 알고도 펀드를 계속 판매해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앞서 불거진 금융사고들과 라임펀드 사건의 또 다른 차이점입니다. 임세은 민생경제연구소 공동소장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라임펀드는 그 동안의 금융사고와는 다르죠. 예를 들어 DLF는 기초자산이 정해져 있고, 만기도 정해져 있어요. 그런데 이 펀드는 이런 부분을 알 수가 없죠. (이를 이용해) 회사가 투자처에서 폰지사기를 일으킨 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판매한 게 문제였습니다. 실수를 할 수는 있지만, 조치를 취해서 피해를 멈춰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거죠."

다른 운용사도 환매연기

투자자들은 라임자산운용이 아닌 증권사나 은행에서 라임펀드를 접했습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과 은행들도 피해를 예상한 채 상품을 판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습니다. 적어도 일부 증권사는 어느 정도 이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게 임 소장의 생각입니다.

"은행 직원들은 예금·대출업무를 주로 하기 때문에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어요. (펀드 관련) 자격증을 딴다고 해도 형식적인 거죠. 직원들은 은행 본사 상품팀에서 내려온 정보만 알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불완전판매 여지는 분명히 있어요. 그렇지만 보통 사모펀드 운용사가 상품 기획단계에서 증권사와 미리 얘기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참여한 증권사는 알았을 것입니다.)"

주요 공범으로 지목되는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입니다. 신한금투는 라임자산운용에 자문 등을 통해 수수료를 받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하고, 약 3600억 원의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투자금을 대출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8월말부터 이와 관련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문제가 된 라임펀드의 실사를 맡고 있는 삼일회계법인의 최종보고서가 제출되는 다음달 중순쯤이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 알펜루트자산운용도 최대 1817억 원 규모의 펀드에 대해 환매 연기가 예상된다고 발표하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회사 쪽은 최근 10% 이상 대규모 환매가 발생했는데, 이는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을 피하려는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입니다. 라임펀드의 여파가 쉬이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태그:#라임자산운용, #라임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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