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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에는 봄비 같은 겨울비가 요 며칠사이 촉촉이 내렸습니다. 함박눈이라도 펑펑 쏟아지는 풍경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비가 오다니 내심 불만스런 마음도 있었지만 눈으로 인한 잦은 사고와 피해를 생각하면 비가 더 나을 상도 싶습니다. 작년 말에 매화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깔끔하게 하고 소한쯤에 섬진강 추운 바람 부는 날 매화나무에 밑거름을 두둑하게 주었습니다.
  
전남 광양 다사마을의 홍매화
 전남 광양 다사마을의 홍매화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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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를 촉촉이 머금고 3월의 따스한 봄꿈을 꾸고 있을 매화나무가 무척이나 궁금했는지 아버지는 녀석들을 보러가자고 합니다. 집에서 한 시간 거리라 매일 갈 수는 없는 곳, 그래서 미리 정한 날이 아니면 자주가지는 못합니다.

차창 사이로 보이는 섬진강물이 파랗습니다. 겨울비 때문인지 강물이 풍성하게 보입니다. 산자락따라 구불구불 남해로 내려가는 파란 강물이 잘 어울립니다. 자주 찾아 가는 곳이지만 매번 자연에 늘 감사하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전남 광양 소학정마을 백매화
 전남 광양 소학정마을 백매화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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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이 오면 섬진강을 따라 백운산 자락에 살고 있는 매화나무에서는 꽃들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린 수천구루 매화 꽃송이는 마치 베토벤의 합창을 듣는 듯합니다. 가슴 벅찬 봄의 환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올해 광양시에서는 3월 6일부터 15일까지 축제를 한다고 합니다.

설 명절을 보내고 다시 일터로 떠난 마을은 조용합니다. 마을 어귀를 돌아 매실농장으로 들어섰습니다. 썩은 밤나무를 빙 돌아 오르면서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는 오색딱따구리가 우리발걸음에 놀라 멀리 산 위쪽 나무로 자리를 옮깁니다. 이 터를 만들어가는 주인은 저들인데 갑자기 침입자가 된 느낌에 미안함이 앞섭니다.
  
봄을 기다리는 매화 꽃눈이 많이 커져있습니다.
 봄을 기다리는 매화 꽃눈이 많이 커져있습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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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월 4일은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입니다. 가을비를 촉촉이 머금고 있는 매화나무에 생기가 느껴집니다. 풋풋한 꽃봉오리가 커져 있습니다. 벌써 봄이 온듯합니다. 매화의 꽃말은 '고결, 충실, 인내, 맑은 마음'이라고 합니다. 소한과 대한을 다 이겨내고 이젠 입춘만 남았습니다. 고결하고 충실하며 인내와 맑은 마음이 피어나는 매화 향연을 빨리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그 향연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갑니다. 매년 일찍 매화꽃을 만나는 곳이 있습니다. 광양 매화마을 가까이에 있는 다사마을과 소학정 마을인데요, 작년에는 크리스마스가 오기도 전인 23일에 매화꽃을 만났습니다. 올해도 작년과 같이 꽃은 피었을 텐데 무심하게 해를 넘겨 1월 28일. 너무 늦게 찾아갔습니다.
 
매화 향기에 젖은 우리아버지
 매화 향기에 젖은 우리아버지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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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같은 겨울비가 내리는 겨울은 절기를 지키지 못하고 들쭉날쭉 기상이변을 만들고 있는데 매년 이때쯤 꽃을 피워주는 매화는 어김없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서자 은은하고 진한 꽃향기가 느껴집니다. 아버지는 "허, 참, 거짓말 같이 꽃이 피었네!"라고 믿기지 않는 투로 말을 합니다.

농장의 매화나무는 봄을 기다리며 겨울잠을 자고 있는데 서둘러 피운 매화꽃 덕분에 매년 일찍 봄을 느껴봅니다.

태그:#매화, #광양,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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