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방영된 채널A '아이콘택트'

지난 27일 방영된 채널A '아이콘택트' ⓒ 채널A

 
채널A에서 방영되는 <아이콘택트>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사연을 신청한 주인공과 상대방이 말 그대로 눈을 마주보며 자신들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내용이 주된 구성이다. 1%대의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하고 방송 전후 각종 보도자료 기반 기사가 쏟아지긴 하지만 화제성이 높은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 27일 방영분만은 예외였다. 힙합그룹 리쌍, 인기예능 <무한도전> 멤버였던 길의 출연 소식이 알려지면서 방송 이전부터 이에 대한 각종 의견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길은 지난 2014년 음주운전 적발로 인해 <무한도전>에서 하차했고 불과 3년 후인 2017년 또 다시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이전 포함 총 3차례나 동일한 범법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져 대중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결국 길은 2017년 10월 법원으로 부터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고 대중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이콘택트> 출연을 계기로 한동안 잊혀졌던 길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뒤 첫 방송 출연이라는 점에서 그의 재등장은 사람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반성일까? 복귀 위한 수순일까?
 
 지난 27일 방영된 채널A '아이콘택트'

지난 27일 방영된 채널A '아이콘택트' ⓒ 채널A

 
이날 <아이콘택트>에 나온 길의 눈맞춤 상대는 바로 장모님이었다. 앞서 3년 전 결혼과 출산 관련 기사가 쏟아졌지만 당시 길은 모든 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타이밍을 놓쳤다"라는 말로 뒤늦게 모든 사실을 인정한 길의 발언은 시청자들 입장에선 크게 공감하기 어려웠다. 

함께 출연한 장모님은 "아이를 낳으면 축하 받을 일인데 내 딸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둡고 슬펐다. 손자도 보기 싫었다"라며 "머리로는 모든 걸 이해하는데 가슴으로는 이해가 안 되더라"라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결국 "아직은 아닌 것 같다"라면서 장모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길은 사위로서 인정을 받지 못한 채 방송은 마무리 되었다. 

이날 방송에서 길은 악기를 모두 치워버린 뒤 지인들과도 연락을 끊고 살았던 사연 등을 나름 솔직하게 털어놨지만, 화면을 바라보는 입장에선 불편한 심정을 지울 수 없었다. "굳이 개인적인 문제까지 방송 현장으로 가지고 와서 해결하려는 것인가"부터 "이제 방송 다시 하려고 가족 사연까지 동원하나" 등 쓴소리가 쏟아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음주운전 연예인 출연으로 비난을 받는 종편 예능은 비단 <아이콘택트>뿐만이 아니다. 오는 29일 시즌1이 종영되는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역시 음주운전 3회 적발로 지난 2016년 방송 및 연예 활동을 중단했던 가수 호란을 출연시켜 논란을 야기했다. 

첫회, 출연진이 모인 자리에서 호란은 "살아온 인생의 대가"라는 말로 이 내용에 대해 솔직히 고백했지만 시청자들의 불편한 심정은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기간 내내 이어졌다. 물의 빚은 연예인 고정 출연이라는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덕분일지는 몰라도  2% 가까운 시청률을 꾸준히 올리면서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는 시즌2 제작이 결정되었다.
 
 MBN의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의 한 장면

MBN의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의 한 장면 ⓒ MBN

 
시청자들의 쓴소리와 상관없이 <아이콘택트> 역시 길의 출연에 힘입어 27일 방영분은 1.8%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프로그램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앞서 제작진은 "길의 잘못을 감싸주려고 섭외한 것이 아니다", "일반인 길성준의 일상을 조명해 누군가의 잘못이 주변인들에게 어느 정도의 피해를 주는지를 말하고 싶었다"라고 일찌감치 보도자료 등을 통해 해명하긴 했지만 이는 시청자들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음주운전이 가볍게 여겨지던 예전에 비해 2020년 현재는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제시되고 있다. 달라진 사회적 기준 뿐만 아니라 법적 제재 역시 강화되는 마당에 정작 방송 제작진들의 생각은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모양이다. 편하게 웃고 즐기는 예능을 마치 "너의 죄를 사하노라"식으로 물의 빚은 연예인 용서 및 복귀 무대로 둔갑시키는 건 방송 제작진들의 월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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