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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훌륭한 여군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 성전환 변희수 하사 "훌륭한 여군되어, 나라 지킬 기회 달라"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훌륭한 여군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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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군 복무 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변희수(22) 하사가 1월 22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변 하사는 그동안 군인권센터를 통해 "여군으로 계속 근무하고 싶다"는 의견을 간접적으로 전하다가 군이 자신의 전역을 결정하자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언론에 공개하며 '전역불가'를 직접 호소했다. 이날 육군 전역심사위원회는 23일 오전 0시부로 그를 전역시키기로 결정하였다.

변 하사

2020년 1월 22일 오후 4시30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변 하사는 군복 차림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남군(男軍)으로 입대한 그가 여군(女軍)으로 계속 군복무를 희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변 하사는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하는 성 정체성이 자신의 생물학적 정체성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간의 사정으로 보아 변 하사가 스스로 생각하는 성 정체성은 여성인 듯하다.

성 정체성 혼란 또는 분열을 겪은 그의 꿈은 "어린 시절부터 이 나라와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육군 하사관이 되었다. 여기까지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굳이 문제라고 한다면, 변 하사가 군대생활에서도 성 정체성 혼란 또는 성별불쾌감(gender dysphoria)을 느끼며 고통을 받았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젠더 디스포리아'로 고통을 받은 그가, 즉 스스로를 여성으로 생각하는 그가 생물학적 남성으로 신체검사를 받아서 '남군'에 입대한 이유는 두 가지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하나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것일 터이고 또 하나는 "군대에 가면(정확하게는 남군에 들어가면) 젠더 디스포리아가 사라질 줄 알았다"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존재의 불일치를 극복하고자 하였고 외부에서 주어진 존재에 자신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했지만 불일치가 극복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변 하사는 입대 후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힘들었던 남성들과의 기숙사 생활도 이겨 넘겼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 제 마음 또한 무너져 내려졌고,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복무하는 동안 우울증 증세가 하루하루 심각해지기 시작했으며, 이대로라면 더는 군 복무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게 됐다"고 성전환 수술을 결심한 계기를 전했다.

주변의 권유는 현역복무 부적합심의 신청, 즉 남군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남성으로 살아가야 하는 환경에서 탈출하는 존재조건의 비(非)남성화였다. 그러려면 남군이기를 포기해야 한다. 즉 인간 개인의 내면 풍경과 무관하게 생물학적 남성이 군인으로 살아가려면 남군이 되는 길밖에 없었으므로 군대에서 나와야 한다. 변 하사는 주변의 권유와 다른 경로를 선택했다. 존재의 여성화이다. 성전환 수술을 통해 '생물학적 여성'이 되어 여군으로 살아가는 길을 모색했다.

군대

  
특공대원들의훈련 (기사와 관련 없음)
 특공대원들의훈련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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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하사에 따르면 소속부대에서는 그의 결정을 지지했다고 한다. 변 하사는 성전환 수술을 결심한 직후 소속 부대에 알렸다고 전했다. 그는 "소속대대가 부대에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결정인 수술을 위한 국외 여행 허가를 승인해 주었다"면서 "(소속대대는) 성전환 수술 후에도 계속 복무하겠다는 뜻을 저의 상급부대에 권유하였고, 상급부대인 군단에서도 육군본부에 이와 같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요는 일선 부대에서는 그가 여군으로도 군복무를 계속할 수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는 것. "주임원사와 대대장·여단장은 수술 후에도 제가 부대에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재가 될 수 있을 거라 판단"했으며 "우리 여단에서는 전역심사위원회에 제가 군 복무에 적합하다는 답변까지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변 하사는 말했다.

하지만 군을 대표한 공식적인 의견은 그가 남군의 존재조건을 충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육군은 23일 6군단 5기갑여단에서 복무하던 트랜스젠더 여성 변희수 하사가 전역했다고 밝혔다. 전역심사위원회는 전날 변 하사의 전역을 결정했다. 변 하사는 성 전환 수술을 받은 후 시행된 군 병원 의무조사에서 심신장애 3급을 판정받았고 이것이 육군의 전역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육군은 이번 사건을 성 정체성 문제가 아닌 심신장애 관점에서 규정에 따라 처리했다고 밝혔다. 복무 중 수술을 통해 성을 전환한 군인과 관련한 규정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군인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고환이 모두 없는 사례와 음경이 없는 사례는 각각 5급을 받게 돼 있다. 5급 장애가 두 개 발견되면 장애 3급 판정이 내려진다. 성 전환 수술을 통해 남성 성기를 모두 제거한 변 하사가 여기에 해당하기는 한다.

그러나 조문 너머의 논란은 격렬하다. 우선 성기 부재에 관한 규칙이 자발적 성기 절제의 상황까지 포괄하였는지가 의문이다. 시행규칙은 아마도 현황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텐데, 변 하사의 사례처럼 인간 주체의 의지가 개입했을 때도 규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기관(器官)의 부재에 인간 주체의 의지가 개입했다면 다른 관점을 취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관의 유무에 관한 규칙과 별개로 무엇보다 자발적 성기 절제가 군인의 임무수행 능력을 훼손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직관적으로는 훼손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튼 토론이 필요할 것 같기는 하다. 다만 전 세계에서 오스트리아·핀란드·프랑스·독일·이스라엘 등 20개국이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허용한다는 사실은 참고해야 한다.
 
인권위원회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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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육군의 변 하사 전역결정에 앞서 육군참모총장에게 결정을 3개월 미루는 긴급구제를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1월 21일 "20일 접수된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부사관에 대한 전역 심사위원회 개최 연기를 요청하는 긴급구제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긴급구제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며 "육군참모총장에게 22일로 예정된 전역심사위원회를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조사규제규칙에 따른 조사기한 3개월 이후로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번 긴급구제에 대해 "현역 복무 중 성전환자에 대한 별도의 입법이나 전례가 없고 성전환 수술행위를 신체 장애로 판단해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한 것은 차별행위 개연성 등이 있어 1월 22일 개최될 전역심사위원회에서 전역으로 결정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 발생의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의 판단은 우선 "현역 복무 중 성전환자에 대한 별도 입법"이 없기 때문에 법리적인 검토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자발적 수술에 의한) 성기부재를 신체 장애로 판단한 것에 차별행위 개연성이 있다는 견해는 앞서 살펴본 대로 인권침해를 우려한 것이다. 기관의 현재적 유무에 따른 차별이란 관점과 함께 기관의 유무 상태의 변화에 따른 차별이란 관점이 있을 수 있겠다. 인권을 거론하고자 한다면 후자까지 포함하는 것이 인권의 이념에 부합한다.

군 인권센터는 인권위의 긴급구제 권고에 "우리 군이 남성의 성기가 없다는 점을 명분 삼아 트랜스젠더 여성을 조직에서 쫓아낸 부끄러운 역사를 남기지 않길 바란다"는 환영 논평을 냈지만, 군은 유예 없이 변 하사를 전역조치했다.
 
변 하사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훌륭한 여군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 성전환 변희수 하사 "훌륭한 여군되어, 나라 지킬 기회 달라"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훌륭한 여군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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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변 하사는 최근 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해 달라"고 신청했으며, 판결 때까지 전역 심사를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군은 변 하사를 전역시켰다. 변 하사 입장에서는 신체적·정신적으로 여성이란 법적 지위를 확보하면 전역 판정 이후에도 소송으로 판정을 뒤집는 데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게 될 수도 있다. 

변 하사는 성별 정정과 별개로 군인권센터와 함께 전역결정을 번복하기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기자회견장에 같이 참석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전역심사 처분은 성별 변경에 의한 성차별 행위"라며 "법률적 검토를 통해 군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변 하사는 "만일 행정소송에서도 전역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 여군으로 재입대하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런 판결이 나오면, 그래도 끝까지 도전하겠다"고 답변했다. 계속 복무가 안 되면, 새롭게 여군으로 재입대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행 국방부령에선 현역 군인 선발 시 트렌스젠더를 성 주체성 장애로 보고 입대를 막고 있어, 법령 개선 없이는 불가능하다.

변 하사는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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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하사의 요구는 계속 군에서 근무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남군에서 여군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인데,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만약 받아들여졌다면 현재 위치에서 계속 근무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결국 여군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

서울신문의 <"트랜스젠더라도 괜찮아" 여군들이 마음 더 열었다>는 변 하사의 요청에 대한 여군 반응을 소개했다. 여군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어본 결과 대체로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서울신문 보도의 요지다.

기사에 따르면 A소령은 "해당 부사관은 겉으로는 성전환 수술을 끝냈고 속에 있는 자아도 여자와 다름없다"며 "교육과 훈련 등 생활을 같이한다고 생각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여군들은 대체로 젠더 문제에 열린 사고를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B대위는 "지금도 남성 군인과 서로 '볼 꼴 못 볼 꼴'을 다 보고 지내기 때문에 생활면에서 큰 불편함은 없을 것 같다"며 "성전환자에 대한 사회 인식이 변하는 만큼 군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론은 개인의 이기심이란 관점과 형평성 관점에서 제기됐다. C중사는 "혼자만의 결정으로 성을 바꾼 이후 복무 문제도 본인 생각에만 맞추려는 것은 욕심인 것 같다"고 말했다. D대위는 "일반전형으로 들어온 사람이 경쟁이 더 치열한 특별전형으로 전향하려는 모습"이라며 "여군으로 근무하고 싶다면 제대 후 재입대를 통해 축적된 경력이나 호봉을 인정해 주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군 부사관 입대 경쟁률이 남군보다 치열한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E중위도 "처음 입대할 때 결정되는 병과를 자기가 바꾸고 싶다고 함부로 바꿔 근무할 수는 없다"며 "입대를 남군으로 한 만큼 여군으로 재입대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D대위와 E중위의 입장이 반영되려면 앞서 살펴보았듯 트랜스젠더의 군 입대가 허용되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다양한 성 주체성이 인정되는 군대


 
트랜스젠더 깃발
 트랜스젠더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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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어느 일간지에선 육군 관계자를 인용하여 "현역 군인들 사이에선 솔직히 '얼마나 군기가 빠졌으면 휴가 중 성별 바꾸는 게 가능하냐'는 반응도 많다"며 군 내부에서 비판과 불만이 터져나온다고 전했다. 다른 신문은 전직 장성의 기고문을 실었는데 "가짜 소수자의 횡포, 대한민국 군인에게 신체 적출 수술은 인권이 아니다"는 제목에서 이미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다.

변 하사의 행동과 군의 대처 방식은 사회적인 토론을 불러왔다. 이제 변 하사는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다. 그의 행위를 칭찬하는 측이 있는가 하면 비난하는 측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변 하사의 행위가 군대운용방식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것이다.

현재 뚜렷한 변 하사의 소망 두 가지는, 군인으로 사는 것과 성 정체성 혼란 탈피라고 할 수 있다. 아마 후자에 대해서는 소망을 이루었다고 추측된다. 전자에 대해서는, 변 하사가 그 소망을 성취할지는 불확실하지만 언젠가는 또 다른 변 하사가 소망을 성취할 것이 확실하다. 관행과 관성에 따른 반대와 적대가 있겠지만 더 많은 인간의 더 많은 자유가 신장되는 방향으로 역사가 진전한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모든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에게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이다. 제2조는 다음과 같다.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으며, 이 선언에 나와 있는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안치용 기자는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겸 한국CSR연구소 소장이자 영화평론가입니다. 이 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도 실립니다.


태그:#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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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영화, 미술, 춤 등 예술을 평론하고, 다음 세상을 사유한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ESG연구소장. (사)ESG코리아 철학대표,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영화평론가협회/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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