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베어스에 입단한 정상호

두산베어스에 입단한 정상호 ⓒ 두산베어스

 
두산이 '잠실라이벌' LG에서 방출된 39세 노장 포수를 영입했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작년까지 LG 트윈스에서 활약했던 베테랑 포수 정상호를 연봉 7000만 원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은 주전 박세혁을 비롯해 이흥련과 장승현 등의 포수를 거느리고 있지만 프로 20년째를 맞는 정상호를 통해 안방에 경험치를 더했다. 두산은 "풍부한 경험에다 동료와 좋은 호흡도 보인다. 올 시즌 팀 전력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2001년 SK 와이번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정상호는 2016시즌을 앞두고 LG와 FA 계약을 맺었지만 LG 이적 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4년 동안 248경기 출전에 그쳤다. 작년 22경기에서 .083로 부진한 후 LG의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정상호는 포수 출신 김태형 감독의 부름을 받아 올 시즌 '디펜딩 챔피언'이자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됐다.

LG의 FA 영입사에서 손에 꼽히는 실수, 정상호 4년 32억 영입

2011시즌이 끝나고 LG는 비상이 결렸다. 1998년 입단해 LG의 확고부동한 주전 포수로 활약하던 '앉아쏴' 조인성(두산 배터리 코치)이 FA자격을 얻어 SK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조인성이 주전 자리를 차지한 2000년부터 12년 동안 조인성의 대안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LG로서는 조인성의 갑작스런 이적이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졸지에 주전 포수를 잃은 LG는 2012년 김태군(NC다이노스)과 윤요섭, 심광호가 번갈아 가면서 포수 마스크를 썼다.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한 2013년에는 윤요섭이 가장 많은 경기에 주전 포수로 출전했고 2012년 겨울에 영입한 현재윤, 2013년 4월에 데려온 최경철 등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자원들도 조인성의 빈자리를 메웠다. 특히 최경철은 2014년에도 LG의 주전 포수로 쏠쏠한 활약을 이어갔다.

현재의 주전 포수 유강남이 1군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2015년이었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LG에 복귀한 유강남은 2015년 126경기에 출전해 타율 .272 8홈런 37타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LG의 주전 포수로 도약했다. 하지만 그해 유강남은 뛰어난 타격재능에 비해 도루저지율이 19.4%에 머물 정도로 2루 송구에서 약점을 보였다. 조인성이라는 걸출한 포수를 거느리던 LG로서는 유강남의 수비가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LG로서는 유강남이 공수를 겸비한 확실한 주전 포수로 성장할 때까지, 또는 유강남을 능가하는 또 다른 포수 자원이 등장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줄 베테랑 포수가 필요했다. 마침 FA시장에는 KBO리그 역대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박경완에 가려 상대적으로 크게 빛을 보지 못했던 포수자원이 있었다. 그렇게 LG는 2015년 11월 4년 32억 원을 투자해 프로 데뷔 후 15년 동안 한 번도 규정 타석을 채운 적이 없는 포수 정상호를 영입했다.

2001년 SK입단 당시에도 4억 2000만 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았던 정상호는 박경완이라는 걸출한 선배의 존재와 잦은 부상 때문에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포수로 꼽혔다. 하지만 정상호는 100경기 이상 출전했던 2009, 2011, 2015시즌에는 두 자리 수 홈런을 터트렸을 정도로 포지션 대비 뛰어난 장타력을 보유한 선수로 인정받기도 했다. 특히 주전으로 활약한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율 .429 2홈런 4타점 6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LG 유니폼 입고 4년 동안 5홈런 38타점, 방출 후 두산으로 이적

입단 초기에는 대선배 박경완, 2010년대에는 후배 이재원과 힘든 주전 경쟁을 했던 정상호는 LG로 이적하면서 풀타임 1년을 보낸 신예 유강남을 새로운 경쟁상대로 만났다. 물론 유강남도 청소년대표 출신의 뛰어난 유망주지만 SK 시절에 비하면 한결 경쟁이 수월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LG팬들도 내심 궁금해했던 신예 유강남과 베테랑 정상호의 주전 포수 경쟁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유강남은 지난 4년 동안 LG의 확실한 주전 포수로 떠오르며 정규리그에만 482경기에 출전해 60홈런 228타점을 기록했다. 반면에 32억짜리 백업 포수로 전락한 정상호는 248경기에서 5홈런 38타점에 그쳤다. 특히 작년 시즌에는 SK시절 1군에도 거의 올라오지 못했던 이성우에게마저 밀리며 단 22경기 출전에 그쳤다. 작년 시즌 정상호가 기록한 .208의 OPS(출루율+장타율)는 타격이 약한 백업 내야수 김용의의 타율(.218)보다 낮았다.

LG에는 길고도 지루했던 4년의 시간이 흘렀고 정상호는 '당연히' 2020년 LG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정상호가 시장에 나오자 작년 심각한 포수난에 시달렸던 롯데 자이언츠에서 정상호를 데려갈 거라는 루머도 있었지만 성민규 단장은 1994년생 지성준을 데려오면서 정상호 영입설을 일축했다. 그렇게 해가 넘어가면서 우승반지를 3개나 가지고 있는 정상호는 초라하게 선수생활을 마감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에서 정상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물론 두산은 국가대표로 성장한 주전 박세혁을 비롯해 이흥련,장승현 등이 버티고 있어 포수자원이 크게 부족한 팀은 아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시즌 중에 발생할 혹시 모를 변수에 대비해 올 시즌 두산의 안방 전력에 통산 정규리그 1109경기, 가을야구 46경기에 출전했던 정상호의 '경험'을 더하기로 결정했다.

두산은 작년에도 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됐던 우완 배영수(두산 투수코치)와 좌완 권혁을 영입해 쏠쏠한 재미를 본 바 있다. 특히 포수의 경우 전문적으로 마스크를 쓰는 선수만 맡을 수 있는 '특수포지션'이기 때문에 충분한 자원을 확보해 두는 게 매우 중요하다. 과연 정상호는 은퇴 직전 두산에서 최고의 기억을 만들었던 배영수처럼 커리어 세 번째 팀 두산에서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보람 있게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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