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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일 법원은 이날 열릴 예정이던 김 지사의 선고 공판을 취소하고 대신 같은 날 변론을 재개하기로 했다.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일 법원은 이날 열릴 예정이던 김 지사의 선고 공판을 취소하고 대신 같은 날 변론을 재개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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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궁지에 몰렸다. 당초 21일 예정됐던 2심 선고가 미뤄지면서 당장 유·무죄 여부가 결정된 건 아니지만, 재판부가 김 지사의 주장과 반대되는 '잠정 결론'을 내린 채 앞으로 재판을 더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지사 공판에서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김동원(드루킹)씨로부터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고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봤다'는 취지의 잠정 결론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공동정범과 관련된 판례와 법리를 설명하며 김 지사와 김씨가 공동정범에 해당하는지 등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재판을 더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2심 내내 김씨가 '2016년 11월 9일 벌어졌다'고 주장한 일을 전면 부인해왔다. 그런데 이날 재판부가 이 같은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재판 종료 직후 김 지사와 그의 변호인들은 머리를 맞댄 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김 지사의 변호인은 취재진과 만나 "다소 의외의 재판 재개사유 설명이어서 약간 당혹스럽긴 하다"라며 "좀 더 진전된 자료나 논리를 갖고 재판부에서 오해가 없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 지사는 2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 4월 보석으로 풀려나 경남도정을 보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아래 특검)은 2018년 8월 ▲ 지난 대선을 앞두고 '드루킹(김동원씨)' 일당과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으로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을 공모하고(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 이를 대가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적용해 김 지사를 재판에 넘긴 바 있다.

20분간 원고 읽은 차문호 부장판사

이날 차문호 부장판사는 미리 준비된 원고를 약 20분 동안 읽어 내려가며, 당초 이날로 예정된 선고를 내리지 않고 앞으로 재판을 더 이어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차 부장판사는 "각종 증거를 종합한 결과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피고인이 2016년 11월 9일 김동원으로부터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고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보았다는 사실은 특검이 상당 부분 증명했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비진술적 증거들, 즉 당일자 온라인 정보보고, 킹크랩 프로토타입의 시연 로그기록, 이후 작성된 피드백 문서 등"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다만 차 부장판사는 "이는 피고인이 믿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김동원, 우경민(둘리) 등의 진술증거를 제외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하면서도 "물론 추후 새로운 결정적 증거에 의해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전제를 내세운 차 부장판사는 김 지사와 김씨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 유죄로 인정될 경우 관여 정도, 불법성 및 책임의 정도, 후속 공직선거법위반죄의 성립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한다며 특검과 김 지사 측에 8가지 자료와 근거를 요구했다. 우선 차 부장판사는 공동정범과 관련된 판례와 법리를 설명했다.

"공동정범이 성립하는 경우로는 ▲ 상호 공동범행을 하고자 하는 의사의 합치 아래 직접 구성요건적 행위를 분담하는 경우 ▲ 직접 실행행위는 분담하지 아니하지만 범행을 공모한 경우 기능적으로 공범의 행위를 지배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대법원 판례는 공모공동정범에서 공모에 의한 범죄의 공동실행은 모든 공범자가 스스로 범죄의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아니하고 그 실현행위를 하는 공범자에게 그 행위결정을 강화하도록 협력하는 것으로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에 있어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단순히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차 부장판사는 "우리 사건에서 다양한 가능성과 사정들이 성립 가능한 상황이라서 특검과 피고인 사이의 공방을 통한 추가적인 심리를 더하지 아니하고는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라며 이후 재판을 열어 다툴 쟁점 8가지를 전달했다.

1. '피고인은 김동원으로부터 온라인 정보보고를 브리핑받고 킹크랩 시연을 본 후 허락을 구하는 요청을 받게 되자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는 취지의 김동원과 우경민의 진술이 신빙성 있는지에 관한 주장 및 근거자료.

2. 피고인과 김동원 사이의 관계가 단순 지지자와 정치인의 관계였는지, 선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상호 정치적으로 공통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긴밀한 관계였는지를 알 수 있는 관련자의 진술 또는 객관적 자료.

3. 피고인은 19대 대선을 위한 민주당 경선 및 19대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자나 민주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담당하였는지. 그것이 포털 등 온라인을 위한 여론형성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4. 민주당 및 문재인 대선·경선 후보자의 여론형성을 위한 조직으로 무엇이 있었고, 어떠한 활동들이 이뤄졌는지. 특히 포털 등 온라인을 위한 여론형성을 위한 조직으로 무엇이 있었는지.

5. 김동원이 보내온 시연 이후의 온라인 정보보고와 방대한 작업기사 목록, 피고인이 보낸 기사목록에 대하여 "전달하겠습니다^^", "처리하였습니다^^", "처리하겠습니다"라는 (김동원의) 답신을 받고서도 문제 삼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6.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업체들이 정치적 기사나 견해표명과 관련해 중립적이지 아니함을 이유로 한 이용자의 비난 정도, 신뢰 하락 또는 이용자 수의 변화 등을 파악할 만한 자료.

7.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업체들이 비정상적 이용을 차단하기 위해 투입한 노력과 비용.

8. 만약 문재인 대선후보자나 민주당을 위한 댓글순위 조작을 피고인이 공모하였다고 보더라도, 범죄일람표 중 ▲ 문재인 후보에 우호적인 댓글에 비공감을 클릭한 부분 ▲ 문재인 후보 및 지지자들에 대한 비판적 댓글에 공감을 클릭한 부분 ▲ 안철수 후보 지지 댓글에 공감·비공감을 동시에 클릭한 부분 ▲의미불명의 댓글을 클릭한 부분 ▲삭제된 댓글에 공감·비공감을 클릭한 부분에 대해, 위 각 항목에 포함되는 댓글이 무엇이 있는지 분류해 제출. 그 부분들에 대해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면 그 이유와 근거를,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와 근거를 제시.


특히 차 부장판사는 1~3항을 거론하며 "특히 신경을 써서 주장입증을 해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 "종전에 집중했던 2016년 11월 9일자 온라인 정보보고 브리핑이나 킹크랩 시연에 피고인이 참여했는지 여부는 더 이상 주된 심리대상이 아님을 말씀드린다"라며 앞서 말했던 잠정 결론을 재확인했다.

"재판부 잠정 결론, 변호인 생각과 굉장히 달라"

김 지사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존에 주장했던 것처럼 '2016년 11월 9일 상황'을 부인할 것인지, 아니면 재판부의 잠정 결론에 맞춰 변론 방향을 바꿔야 할 것인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우선 김 지사의 변호인은 전자를 강조했다. 재판 직후 취재진과 만난 이옥형 변호사는 "재판부는 피고인이 2016년 11월 9일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고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잠정적으로 판단하는 것 같은데 이는 변호인 생각과 굉장히 다르다"라며 "오늘 재판부가 그런 심증을 제시했다고 해서 변호인이 그 견해를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2심에선 (유죄가 난) 1심과 달리 (무죄와 관련된) 구체적 사실관계가 밝혀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재판부의) 명령은 다소 의외라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법원의 잠정적인 심증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하다 생각한다. (재판부의) 오해가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조금 더 추적해볼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의 다음 재판은 3월 10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재판부는 특검과 김 지사 측에 ▲ 2월 21일까지 8가지 문제에 관한 의견서 또는 변론요지서 ▲ 3월 4일까지 상대방 의견서 또는 변론요지서에 대한 반박 서면을 보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태그:#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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