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미교.

가수 미교. ⓒ 서정준

 
"광고임에도 광고가 아닌 척하는 광고는 하지 않을게요!"라며 SNS 바이럴마케팅을 예고(?)한 가수가 있다. 바로 '답가여신'으로 유명한 가수 미교다.

"저는 (가수 생활에) 회의감이 많이 들었어요. 사재기가 진짜 있냐 없냐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의혹이 대부분 발라드 가수에 대한 거니까, 저 역시도 누군가에게 의심을 받거나 혹은 (실시간)순위에 대해 신경쓰게 되면서 갈등도 많았고, 내가 왜 노래하지? 노래를 그만해야 할까 싶기도 했죠."

미교는 최근 발라드 가수에 대한 사재기 의혹이 불고 있는 이 시점에서 컴백하는 것에 대해 우려는 없었는지 묻자 허심탄회하게 자기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요즘에는, 특히나 발라드 가수에겐 무척 민감한 이야기였지만, 그의 대답은 솔직했다.

"그런데 곡 준비가 다 끝나고 발매시점이 다가올수록 쓸데없는 생각은 다 사라졌어요. 내가 열심히 준비했고 이걸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더 많이 알려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가득해서 잡념이 사라졌어요."

그는 걸그룹 '단발머리', '러브어스' 출신의 솔로 발라드 가수다. 윤종신의 히트곡 '좋니'를 커버한 유튜브 영상이 천만 뷰 이상으로 조회수를 모으며 화제가 돼 커버여신, 답가여신 등의 별명이 붙었고 정식 발매곡도 아닌 답가버전의 '좋니'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하기도 한, 어찌보면 유튜브 시대를 상징하는 가수 중 하나다. 현재도 10만 이상의 구독자와 함께 활발하게 유튜브 채널로 소통하고 있다.

그런 미교를 지난 15일 오후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싱글 '단 하루라도 나로 살아보면'에 이어 오는 20일, 새로운 싱글 '미칠 듯 사랑을 하고'를 발매할 예정인 미교는 직접 작사에 참여한 이번 싱글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제목은 '미칠 듯 사랑을 하고'예요. 2020년 새해가 밝기도 했고 너무 어두운 이별노래를 하기보다는 조금은 음악이나 가사에서도 새롭게 시작하며 감사한 마음을 갖자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처음으로 작사에 참여했거든요. 곡 분위기 자체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갔어요. 희망적이고 밝은 느낌으로 가자고요. 그래도 제가 발라드 가수니까 춤을 출 순 없고(웃음), 감성적이고 벅차오르는 느낌으로 하고 싶다고 했어요. 이별을 해도 무너지고 슬프고 그런 게 아니라 사랑했던 경험을 자신에게 자양분이 되게끔 받아들이자는 의미로 썼고 잘 나온 것 같아요."
 
 가수 미교의 신곡 '미칠 듯 사랑을 하고' 앨범 아트.

가수 미교의 신곡 '미칠 듯 사랑을 하고' 앨범 아트. ⓒ 미교

 
우선 신곡 발매를 앞둔 인터뷰니만큼 곡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자 막힘없이 술술 설명이 나왔다. 자신이 만든 노래기 때문에 가능한 진정성이 아닐까. 그에게 어떤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들었으면 좋겠냐고 물어봤다.

"일단 기본적으로 발라드를 많이 듣는 리스너들의 플레이리스트에 꼭 저장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너무 이별에 힘들어하시는 분들께서도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이별이 당장은 힘들지만 꼭 그렇게 힘든 것만은 아니다. 그런 살짝의 위로가 되면 좋겠어요. 같이 울어주는 것도 위로가 되지만 나의 슬픔을 좀 달래줄 수 있는 그런 노래가 되면 좋겠어요."

연인과의 이별은 아니지만 미교 역시 어떤 이별을 경험한 상황이다. 이전 소속사와 계약을 정리한 후 스스로 설립한 1인기획사 KC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미칠듯 사랑을 하고'를 발매해 기획사 대표이자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힘든 점도 많지만, 아티스트로서 만족도가 무척 높아졌다며 기뻐했다.

"회사에 있을 땐 앨범이 나와도 '아 나왔구나' 싶었어요. 지금은 앨범 나오기 몇 주 전부터 '아 곧 나온다. 정말 반응 좋아야 할 텐데'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제 노력이 그대로 반영되니까요.

예를 들면 전에는 녹음실에서 노래를 녹음하고, 뮤직비디오 촬영하는 정도만 했다면 지금은 앨범 자켓 같은 것까지도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직접 하니까 남다르죠. 음반을 발매한 뒤에도 오늘은 재생이 얼마나 됐고, 만약 어제보다 오늘 더 잘나왔으면 어째서인지 분석도 하고요."

 
 가수 미교.

가수 미교. ⓒ 서정준

 
그는 1인기획사의 장점이 단순히 회사를 거치지 않으며 얻는 금전적인 부분에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이 가능한 점을 꼽았다.

"회사 안에 있으면 모든 게 케어되지만, 제 주관이 없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제 생각보다 회사의 결정이 중요하니까요. 걸그룹 생활부터 해서 몇 년의 가수생활을 했지만, 지나고나니 내가 뭘 했나 싶어요.

그런데 혼자 하는 건 제가 모든 걸 보고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안되니까 무척 디테일해지고 스스로 생각이 중요해요. 아티스트분들이 혼자 하시는 걸 두려워하시잖아요. 저는 그런데 마음만 잘 먹고 하면 하고 싶은대로,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으니 무척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미교는 곡을 만들고 발매하는 걸 넘어 스스로를 매니지먼트하는 의미에서 직접 페이스 미팅이라고 불리는 음악방송 미팅까지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몇 번 참여하니 다들 '열심히 한다'며 예쁘게 봐주신다"고 말하며 웃었다.

"페이스 미팅을 가면 여러 회사의 매니저분들이 오시는데 저는 직접 가서 미교라는 가수도 알리고, 필요하면 노래도 바로 들려드리고 있어요(웃음). 또 현장에서 만나는 분들의 노고를 느끼게 돼서 가수로서 무대에만 설 때보다 더 많은 걸 배우고 있죠.

신비주의보다는 오히려 더 친근한 모습,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노래 외에도 제 인간성이나 여러 면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가수 미교.

가수 미교. ⓒ 서정준

 
하지만, 그런 미교에게도 소통은 언제나 고민의 대상이다. 다른 아티스트보다 유튜브 활동을 활발하게 해왔고, 그를 통해 이름을 알린 케이스인 미교는 이제 '커버여신'이 아닌 '가수 미교'로 자신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커버곡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이름을 알렸지만, 의도적으로 유튜브를 활용한 건 아니었어요. 제 노래를 어디에 알릴 수 있을까 했는데 얼굴과 노래를 동시에 알릴 곳이 유튜브뿐이었던 건데, 우연찮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죠. 그래서 저를 유튜버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계세요(웃음).

커버로 이름을 알렸지만 가수로 활동하는 게 제 목표고, 제 노래로 잘되는 게 목표인데 기성곡 커버로 이슈가 되는 건 분명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작년에는 커버를 많이 하지 않았어요. 인기 있는 노래를 커버하는 시도를 할 수도 있었지만, 가수 미교로서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싶었거든요. '미교의 노래'를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저를 좋아해주시는 구독자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간혹 커버곡이 아닌 제 노래를 올렸을 때 구독자가 도리어 줄어들거나 할 땐 좀 서운하기도 해요(웃음).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제 노래 들어주시고 저 응원해주시는 제 팬분들께서 계시는구나. 그래서 더 노래를 열심히 해야겠다 싶어요."


미교는 1인기획사를 설립하고 활동하며 이런 부분에서 더 깨달음이 왔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커버를 열심히 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건 미교를 많이 알리는 것 이상의 반응을 불러오진 못했고 이젠 구독자를 '빨리', '많이' 늘리지 못하더라도 지금처럼 자신의 목소리로 승부를 걸고 싶다고 전했다.

"저는 길게 보고 있어요. 힘들 때도 많은데 자고 일어나면 역시 '노래밖에 없어' 싶거든요(웃음). 나라는 사람이 이만한 관심과 노력을 쏟아부을 게 노래 말고 뭐가 있을까 싶어요. 

예전에는 '무조건 잘돼야해' 이런 생각을 갖던 시기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복권이 아닌이상 갑자기 확 잘되는 사람은 없다는 걸 알았죠. 이런 과정 속에서 조금씩 발전하고 그런 면에서 기대하며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미교

미교 ⓒ 서정준

 
2014년 걸그룹 '단발머리' 데뷔로부터 어느덧 6년, 2020년을 맞이한 미교의 목표와 방향은 어디에 있을까. 미교는 어떤 이미지를 넘어 '대중적인 가수'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대중적인 가수'가 되고 싶어요. 지금은 '나만 아는 가수'라는 느낌이 있거든요. 그래도 차곡차곡 잘 성장해와서 점점 많은 분들이 알아보고 계시니까 앞으로도 진심을 담아서 마흔이든 쉰이든 목소리가 허락하는 한 계속 노래하고 싶어요.

그리고 대중적인 가수가 되려면 요즘같은 시대에는 자주 얼굴을 비추고 자주 목소리를 들려드려야할 것 같아서 올해에도 더욱 많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또 발라드가수지만 매 앨범마다 장르적인 확장도 좀 시도하고 싶고요. 걸그룹 출신이니까 춤도 출 수 있어요.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니까 생각은 하고 있죠(웃음)."


그는 인터뷰를 끝낸 뒤 들린 카페에서도 영수증을 챙기고, 라디오에 출연할 방법을 찾기 위해 생각에 잠겼다. 철저한 시스템화, 산업화가 뚜렷해지며 점점 더 아티스트가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 중 하나로 인식되는 요즘, 스스로를 매니지먼트하며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미교가 자신만의 목소리로 잔잔한 파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가 됐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미교 단 하루라도 나로 살아보면 미칠 듯 사랑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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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연극/뮤지컬 전문 기자. 취재/사진/영상 전 부문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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