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반지하 모녀' 쓸쓸한 죽음… 어머니 치매·생활고 추정
술 취해 치매 어머니 때려 숨지게 한 아들 징역 4년 선고
'10년 치매 병간호' 끝에… 아버지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
'고령화 사회의 슬픈 단면'… 치매 아내 살해한 80대 징역 3년


인터넷 검색창에 '치매', '극단적'이란 두 단어를 치면 지난해와 올해만도 위와 같은 기사들이 줄줄이 뜬다. 최근에는 치매 부모를 모시던 자식이 먼저 사망해 벌어진 참담한 사건들도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국내 노인치매환자 2018년 기준 74만 8945명. 같은 해 치매 일종인 알츠하이머로 사망한 사람은 10만 명당 12명으로 처음 한국인 10대 사망 원인(9위)에 포함됐다. 30년 뒤엔 노인 6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게 될 거란 암울한 전망도 있다. 

현 정부는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를 공표하고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을 위한 국가 차원에서의 돌봄 체계 구축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전국 256곳에 치매 관련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치매안심센터'가 생겼고 건강보험제도 개선으로 의료비 부담 비율도 최대 60%에서 10%까지 낮아졌다.

이런 사회적 차원에서의 다각적인 노력은 분명 반길 만한 일이지만 아직 전국의 '치매안심센터'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근무 인력 18~35명이 충족된 곳은 전체 7%에 불가한 점 등 현실적인 가용 인력, 기술에 비해 노령화의 속도는 훨씬 빠르고 그로 인한 심각한 문제들과 그 부담은 여전히 개인과 가정이 짊어지고 있다.   

마쓰우라 미야의 <엄마, 미안해>는 논픽션 분야 프리랜서 기자가 직업이면서 50대 미혼남인 저자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자신의 어머니를 2년 반 동안 간병한 경험을 과감 없이 기록한 책이다.
  
 마쓰우라 미야의 <엄마, 미안해 ? 내 멋대로 살던 나, 엄마를 돌보다>
 마쓰우라 미야의 <엄마, 미안해 ? 내 멋대로 살던 나, 엄마를 돌보다>
ⓒ 출판사

관련사진보기

 
제목이 너무 진부해서 또 아픈 부모를 모시며 지난 날을 그리워하고 후회하며 힘들더라도 부모를 간병함으로써 자식된 도리를 다 한다는 식의 우울하고도 당위를 강요하는 내용일까 우려스러웠다. 하지만 필자는 유경험자로서 치매 가족을 돌봄에 있어 다른 가족 구성원의 희생이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징조가 계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점점 악화되고 있음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머니의 상황을 '건망증'이라고 판단했다. (...) 사실을 인정하면 내 생활에 성가신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돌아가시면 편할 텐데......" (...) 걷고 있던 여고생이 흠칫 놀라 몸을 떨면서 나를 피하던 (...)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을 막을 수가 없었다.

'눈앞에서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어머니를 한 대 때리면 속이 시원할 텐데' (...) 이성적인 생각과 달리 머릿속의 공상은 폭을 더욱 넓혀만 갔다. (...) 정신을 차리자 내가 어머니의 뺨을 때리고 있었다. 

필자도 초반에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를 자신이 최선을 다해 모시는 것이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몇 달을 보냄으로써 이미 마련돼 있는 공적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진행 속도가 빠른 치매의 특성상 결과적으로 어머니의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는 데 기여했음을 뼈아프게 인정했다.

동시에 전문적인 노하우 없이 점점 낯설고도 지독하게 변하는 어머니를 뒤치다꺼리 하는 과정에서 그 자신도 환청을 겪는 등 심각한 심신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급기야 이성을 잃고 어머니를 폭행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최대한 노력하고 희생하면 돼'라는 생각이 간병인도 환자도 불행하게 만들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한 것. 

만약 필자가 그러한 문제적 상황에서 계속해 자신의 어머니 병간호를 고집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 역시 서두에 소개한 비참한 사건·사고의 가해자이자 피해자 중 한 명이 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다행히 필자는 지역포괄지원센터를 시작으로 다양한 공적간병보험을 적극 이용함으로써 차츰 일상을 회복하고 어머니도 훨씬 질높은 돌봄 서비스를 받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가족이 넉넉하진 않아도 그래도 어떻게든 버틸 만한 재정적 힘이 있었고 그 밖에도 여러 운이 따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치매를 소재로 한 드라마 <눈이 부시게>
 치매를 소재로 한 드라마 <눈이 부시게>
ⓒ 제작사

관련사진보기

 
노령화는 태어난 이상 모든 존재의 숙명이다. 그저 늙는 것만으로도 심신의 상당한 기능 저하로 항시 타자의 이해와 도움이 절실할 터인데 치매와 같은 지독한 질병까지 겹친다면. 필자는 이러한 문제를 절대 개인이 혼자 감당하려 해선 안 되며 사회 모든 구성원과 관련 공적 시스템을 통해 적극적인 상호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누가 나쁘고 누가 좋다고 하여 사회를 분리시킬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이해하고 배려하며 살아가야 한다. (...) 건강수명을 늘리는 대책은 누가 들어도 당연한 내용들의 집합체(고혈압 예방을 위한 저염 식생활, 채소 섭취, 일상적 운동, 정기적 건강진단, 금연과 절주, 충분한 숙면)이기 때문에 실행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만 치매 환자를 줄일 수 있다.

'간병은 가정에서'라는 생각으로 가정에서 고령자를 간병하도록 한다면 경제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고, 가정 역시 그 영향으로 빈곤해져 고령자를 지원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밖에 없다. (...) 고령화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세상에 늙지 않는 사람은 없고 죽지 않는 사람도 없다. 고령화는 누구나 언젠가 직면할 우리 모두의 문제다. 

치매와 같은 심각한 질병을 결코 '운 없는' 소수 개인과 가정의 문제로 국한시켜 그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맡기고 다수 사회 구성원들은 나몰라라 하고 있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 그것은 당장 곤란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동시에 결국 누구나 언제나 처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을 방치해 개인과 사회의 안녕 모두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다시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면 지난 2018년 기준 알츠하이머로 사망한 사람은 10명 중 1명, 30년 후엔 6명 중 1명이 될 거라고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 10명 혹은 6명 중 1명이 되지 않길 바라며 정말이지 운 좋게 그렇게 됐다고 해서 안심하고 말 것인가?

필자는 '환자를 사회에서 격리시킬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일부로 끌어안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치매뿐 아니라 사는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불행('세월호 참사'와도 같은)을 대하는 우리 모두의 자세이어야겠다 싶어 더욱 와닿는 글귀였다. 남의 불행을 내 것처럼 인식하고 함께 극복하는 것, 그것이 나와 내가 사는 세계를 더욱 안전하고 아름답게 하는 길이므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