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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질문받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기자 질문받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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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원에서 법을 공부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시민으로 한 말씀 드리고자 서신을 띄웁니다.

사실 저는 사회적으로 이미 많은 비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안에 대해 굳이 말을 보태는 편이 아닙니다. 특히 장애인 혐오발언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결책 내지 출구를 찾지 못해 입을 다물곤 했습니다. 몇 마디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제가 살면서 경험한 장애인 혐오는 단편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잠깐 술렁이고 말 듯한 비판, 이를테면 각종 언론사에서 쏟아놓는 유명인에 대한 기사에 힘입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느 곳보다 장애인의 특정한 이미지를 이용, 생산, 유포하는 미디어가 자기는 대단히 선인 것처럼, 모든 인식개선을 이루었다는 것처럼 쏟아놓는 말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게 분노하고, 비판함에도 왜 여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한 발짝을 채 나아가지 못했을까요? 진정성의 결핍에서 비롯된 결과는 아닐는지요? 그럼에도 오늘은 한 마디를 굳이 보태려 합니다. 그러니 스치는 말이라 생각지 마시고 차근차근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대표님은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의 '신년기획 청년과의 대화'에 출연하여 인재 영입에 대한 총선기획단 위원인 황희두씨의 질문에 최혜영 강동대 교수를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만나 보니까 의지가 보통 강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데 이제 나도 몰랐는데,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대요.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오니까. 그런데 이제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자기가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잖아요. 그분들이 더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를 심리학자한테 들었는데. 대화를 해 보니까 그렇게 의지도 강하면서 또 선해. 역경을 이겨냈는데."

저는,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대표님의 말씀을 듣고 참담한 심정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함부로 재단하고 규정짓는 말이었을 뿐 아니라 후회가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후회란, 대표님께서 수차례 반복하신 혐오 발언과 그에 대한 비판, 그럼에도 변화되지 않는 모습을 의미합니다.

더군다나 이번 것은 편집을 거친 영상이었습니다. 편집 과정을 거치고도 내부적인 자정 없이 해당 발언이 송출되었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이번 사안을 민주당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커다란 정당에 이의를 제기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문제제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 또한 가볍게 지나칠 일은 아닐 것입니다.

대표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정치는 표만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비장애인에 비하면 장애인은 확실히 소수입니다. 하지만 소수라는 이유로 배제 또는 차별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를 배제하고, 숨김으로써 공고해지는 질서는 민주사회의 것이 아닙니다. 여당의 대표로서 그 책임을 보다 무겁게 짊어지셔야 했습니다. 그렇기에 여당의 대표라는 분께 현상과 실제를, 그리고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의 문제를 구분할 만한 판단력 내지 통찰력이 없구나 하는 확신이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정말, 의지의 문제입니까
 
 우리사회는 장애인을 특정 이미지로 호명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우리사회는 장애인을 특정 이미지로 호명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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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인식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요? 명확하게 밝히긴 어렵습니다만 그렇게 오해할 만한 모습은 존재할 것입니다. 가령 선천적 중증장애인이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 연금을 타는 모습, 시설에 있는 모습 등. 사회적으로도 선천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활약하는 모습은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장애가 경증일수록, 후천일수록 사회에 진출하기가 좋습니다. 우리 사회는 그런 장애인을 특정 이미지로 호명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극복의 화신이지요.

그런데, 선천적 장애인이 의지가 부족해서 사회적으로 대단한 일을 이루거나 대표님이 계시는 세상에 다다르기가 어려운 것일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혹시 사회적 차별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으셨습니까? 우선 차별은 교육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학창시절, 장애인과 함께 학교를 다녀본 기억이 있으십니까? 학원은요? 저 역시 교재파일을 구하지 못하거나 학원에서 등원 자체를 거절했기 때문에 인터넷강의나 과외로 대체했습니다. 유일하게 받아준 학원이 하나 있긴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비장애학생들과 교류하지는 못했습니다.

특수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도 그리 이상적이지 못합니다. 물론 대학교 진학을 위한 교육이 전부는 아닙니다. 장애 특성과 정도에 따라 필요한 교육이 다릅니다. 그러나 대부분 인력부족, 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특성이나 정도에 따라 필요한 교육을 하지 않고 최소한의 것을 진행합니다. 혹은 어느 한 쪽을 소외시키는 교육을 하지요.

저는 학교에서조차 저녁에는 선생님들이 퇴근해야 하니 자습을 위해 학교를 개방할 수 없다는 이야기, 시각장애인이 무슨 공부냐는 이야기, 대학교에 가봐야 어차피 비슷비슷한 직업을 갖게 될 거라는 이야기 등을 듣고 자랐습니다. 반면, 제가 초등학교가 아닌 대학교 또는 대학원 이후에 시력을 잃었다면 어땠을까요? 이미 제도권 교육을 비롯해 온갖 사교육을 누릴 수 있는 만큼 누린 상태라면요?

차별은 사회에 진출한 후로도 꾸준하게 이어집니다. 버스를 탈 때, 직장을 구할 때, 안내견을 데리고 식당에 갈 때 등 수도 없이 많은 압력이 가해집니다. 왜 장애인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냐는 인식이 사방에 깔려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경험한 대개의 결핍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이었습니다.

존재를 줄 세우지 마십시오

저는 대표님께서 인식하는 세상이 어떤지 모릅니다. 그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존재가 있는지, 그 존재를 키우는 사회의 역할에 대한 비전은 있는지 등. 사회 전체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여당 대표로서 부끄러워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에게 장애를 비롯한 소수자에 대한 경험의 빈곤은 인간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인식의 한계가 아니라 고의적인 배제이자 명백한 잘못입니다.

당연히 사람이라면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저 또한 대표님께 장애인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마련해주실 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선천적 장애인보다 후천적 장애인을, 후천적 장애인보다 비장애인을 줄 세워 어느 존재의 앞길에 굳이 돌덩이를 놓는 언행은 지양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도대체 정치권에서는 어느 하나를 깎아내리지 않고서는 다른 존재를 부각시킬 수 없는 것일까요? 저는 그런 방식이 매우 낡고 한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사회적 약자가 미디어에 등장할 때마다 "저 사람은 장애가 있는데 난 몸이 온전하니까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하니?"라거나 "부유하지는 않아도 저 사람보다는 살 만하니까 얼마나 감사해"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불편했습니다. 왜 굳이 누군가의 삶을 밟고서야 자신의 삶을 감사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일까 하고 말이지요.

억울하실까 봐 한 말씀 보태자면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 내지 깎아내림으로써 올라서는 풍토는 대표님만의 것이 아닙니다. 자유한국당 대변인인 박용찬씨는 논평을 통해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다.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이다"라고 하셨지요. 장애인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진심으로 묻고 싶을 지경입니다.

정치판에서 '존재'를 두고 '규정짓기 놀이'를 하시는 동안 실재하는 장애인은 어느 곳에 서야 하는지요? 자유한국당의 대변인께서는 날카로운 지적을 하셨다는 느낌에 만족하셨을까요? 안타깝지만 이것이 우리 정치의 자화상입니다. 알게 모르게 일상에 스며있는 차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다고 해서 차별이나 혐오가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누구도 타인을 차별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대표님 생각과 다르게, 온갖 차별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선후에 차이 없이 모든 장애인은 행복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너무 치열하게 사셔서 그 몸부림이 느껴지지 않으시나 봅니다. 사회적 한계에 부딪쳐 깨져나가는 수많은 일상이 느껴지지 않으시나 봅니다. 깊이, 아주 깊이 부끄러워하시길 바랍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15일 당 유튜브 '씀' TV에 나와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해당 내용 유튜브 캡처.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15일 당 유튜브 "씀" TV에 나와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해당 내용 유튜브 캡처.
ⓒ 더불어민주당 "씀"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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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영입인사를 홍보하는 방식에서부터 기대를 버렸어야 했는데 제 실수였습니다. 대표님을 비롯한 민주당은 진지하고 무거운 태도로 이 사안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까다롭고, 피곤하게 느껴지십니까? 인권은 원래 불편하게 지켜지는 것입니다. 훈훈한 웃음 속에서 지켜질 권리는 없다고 믿습니다.

대표님께서는 많은 장애인분들께 상처가 될 수 있는 부적절한 말이었다면서 장애인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하며, 차후 인용이라 할지라도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아닙니다. 대표님이 사과하셔야 할 것은 인용 여부가 아니라 그 연구 내용을 걸러내지 못한 대표님의 인식입니다. 연구 내용이면, 심리학자의 말이면, 뭐든지 인용해도 된다고 생각하진 않으실 것입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서 어느 정보를 선택하고 가공하고 판단할지는 민주시민의 몫입니다. 그리고 여당 대표인 정치인 이해찬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는 차별을 축소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방향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노력에는 존재를 지우거나 배제하는 어떠한 언행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그게 제가 지지하는 민주주의이고, 함께 나아가야 할 지향점입니다.

부디 잠깐의 사과가 아닌 행동으로서의 사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의 대변인께서도 비판하신 대로 장애인을 그릇된 시선으로 보고 계시니 진심으로 사과하시기를 권하는 바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대표님 표현에 따르면 의지가 강한 후천적장애인이었습니다. 이 강한 의지로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의지가 더 강한 비장애인 대표님께서 힘을 보태주시겠습니까? 인권을 지키기 위한 불편함을 기꺼이 떠안아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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