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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노래 <오빠생각>은 기러기가 북에서 오는 것으로 묘사했다. 실제로 시베리아 몽고지역에서 우리나라로 오기 때문에 북쪽에서 오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를 찾는 기러기는 종으로 큰기러기, 쇠기러기, 흰이마기러기, 흰기러기, 회색기러기, 줄기러기, 개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기러기는 바로 큰기러기와 쇠기러기이다. 두 종은 월동시 함께 생활하며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낸다. 큰기러기는 국내에 멸종위기종 2급으로 분류될 정도로 개체수가 많지 않다. 기러기류의 대부분은 해안가나 넓은 농경지가 있는 곳에서 주로 월동한다. 서산 천수만, 한강하구, 금강하구 등 강하구역에서 주로 서식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내륙지역인 합강리와 장남평야에 매년 5000마리 정도의 쇠기러기와 큰기러기가 한무리를 이루어 월동해왔다. 장남평야에서 먹이를 먹고 합강리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목욕하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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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전 합강리에서 비행중인 기러기무리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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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러기들에게 문제가 생긴 것은 바로 4대강 사업이었다. 2008년까지 합강리에서 모습을 보이던 큰기러기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9년부터는 자취를 감췄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된 2012년부터 합강리를 찾는 기러기는 겨우 200마리 내외였다. 

수천마리가 장관을 이루어 하늘을 비행하던 모습은 이제 합강리와 장남평야에서는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2019년 겨울부터 현재까지 장남평야와 합강리를 오가며 월동중이다. 4대강 사업이후 찾아온 기러기들이 개체수로는 최대다. 현재 약 1000마리 정도가 합강리와 장남평야에서 월동중이다. 꼬박 12년이 걸렸다. 필자는 세종보의 수문이 개방되고 장남평야의 농경지가 안정화 되면서 찾아온 것으로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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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남평야에 내려 앉는 기러기무리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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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들이 12년간 어디에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큰 이변이 없다면 2020년 겨울 다시 큰기러기와 쇠기러기 무리는 장남평야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MB정부가 22조를 쏟아 부은 4대강 사업은 새들에게는 전쟁이었다.

기러기들은 전쟁을 끝내고 평화가 찾아온 합강리를 다시 찾았다. 피난민처럼 떠났다 온 기러기들은 큰 출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5000마리였던 무리가 1000마리로 줄어들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낸 것이다. 

17년 세종보가 개방된 이후에 다시 합강리와 장남평야를 찾은 데 2년이 걸렸다. 자연의 회복력은 더디면서도 차근 차근 오고 있다. 아직 수문의 존치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 아직 위태로운 평화이다. 한반도의 상황과 마찬가지인 상태로 몇 년을 더보내야 할까?

국가물관리위원회가 1월 안으로 수문의 해체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아직 12년전에 비하면 부족한 기러기들의 평화를 위해 현명한 결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수문이 해체되고 장남평야의 농경지가 보전된다면 다시 5000마리의 기러기를 볼 수 있을 희망이 있다. 이 평화의 희망을 꺽지 않는 결정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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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합강리에서 월동중인 기러기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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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장남평야, #4대강, #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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