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시즌보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던 지난 2019 K리그1. 파이널A(상위 스플릿)에서는 전북이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많은 팬들을 놀라게 했지만, 파이널B(하위 스플릿) 역시 드라마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큰 주목을 받았다. 바로 인천 유나이티드가 귀중한 승점 1점을 차지하며 잔류를 확정지은 것.

물론 인천 잔류의 중심에는 유상철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 그리고 많은 팬들의 응원이 있었겠지만,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직업을 가진 한 사람의 노력도 큰 몫을 했다. 그는 바로 인천 유나이티드의 전력분석 코치인 정영환 코치. 그렇다면 전력분석 코치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다음은 지난 4일 안산시 내 한 카페에서 만난 정영환 코치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지난 4일에 만난 정영환 코치

지난 4일에 만난 정영환 코치 ⓒ 정영환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부터 현재까지 약 15년 동안 축구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고, 지난 2018년에 강원FC의 전력분석관을 거쳐서 현재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2군을 담당하며 팀의 전술과 전력분석을 총괄하고 있는 정영환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기존의 분석관과 다른 개념의, 코칭과 전술 그리고 전력분석을 겸하는 전력분석 코치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 전력분석이라는 단어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어떤 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전력분석이라는 것은 우리 팀과 상대팀을 분석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 팀의 훈련과 선수들 개개인을 분석함으로써 팀의 장단점을 포괄적으로 파악하고, 최종적으로는 팀의 전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하는 직업입니다. 저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팀에 적합한 전술 컨셉과 상대에 따른 대응 전술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비디오 분석관과는 차이가 있다고 봐야할까요?
"사실 일본, 유럽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는 전력분석이라는 개념이 잘못 형성되었습니다. 축구 선진국에서는 기본적으로 분석을 하는 사람들에겐 코칭 라이센스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지도자 출신, 지도자 라이센스를 갖춘 사람들이 축구에 대한 전반적 이해와 이론적 지식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나 입문하여 경기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편집관 개념의 비디오 분석관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를 전력분석관과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단순히 경기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비디오 분석관이 전력분석관과 동일하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력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팀의 전력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하며 축구적인 문제에 대한 솔루션도 제시해야하기 때문에, 실제로도 축구를 잘 알고 있는 지도자 수준의 사람들이 전력분석관으로 활동하는 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무리뉴와 비야스 보아스, 그리고 니겔스만이 바로 전력분석관 출신입니다. 이런 개념을 생각하시면 이해하시기 더 쉬울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여러 가지 기억에 남는 경기들이 있는데, 지난 4월에 있었던 FC서울과의 원정경기를 대표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시 부상선수도 많았고, 감독자리가 공석이 된 상황에서도 선두권에 있었던 서울과 무승부를 거두었고, 서울이라는 팀을 잘 분석하여 식스백 수비 전술을 사용했는데, 준비한 전술이 잘 적용됐습니다. 저희가 지난 시즌에 1점차 잔류를 한 만큼 큰 의미가 있었던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경남과의 최종전 종료 직후

경남과의 최종전 종료 직후 ⓒ 인천 유나이티드

 
- 감독에 따라 코치님의 역할도 크게 달라지실 것 같습니다.
"사실 이전에 계셨던 안데르센 감독님께서는 분석에 대해 큰 비중을 두시진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감독대행으로 계셨던 임중용 코치님과 유상철 감독님께서는 분석에 대해 비중을 두시고 제게 그에 따른 역할을 주셨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정말 감사드리고 저 역시 거기에 부합하고자 더 많은 노력을 한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전력 분석 코치라는 직업에 있어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관찰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든 훈련이든 필요한 정보들을 빠르게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지도자로서의 경험과 이론적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만 빠르고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눈이 형성되고, 그에 따라 더 많은 것들을 보고 판단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스페인에서 중요한 연수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목적으로 다녀오셨나요?
"축구 선진국인 스페인을 다녀오면서 그들의 전력분석은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는지, 그리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활동이 잘 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해보고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스페인을 다녀와 보니 그곳의 환경과 시스템 상의 규모 차이를 확실히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비슷한 부분들이 많아서 제가 나름대로 잘 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 국내에서는 전력분석관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전력분석관이라고 한다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촬영과 편집을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분석관들이 어떠한 자격요건과 검증 없이 이 분야에 발을 들일 수 있을 만큼 문턱이 낮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전력분석관은 단순 촬영과 편집 능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축구지도자이여야만 합니다.
 
실제로 제가 지난달 스페인으로 연수를 갔을 때 현지 분석관들에게 축구를 경험하지 않고 지도자 경험과 라이센스가 없는 사람들도 분석관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했습니다. 그들의 대답은 당연히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R리그 선수들에게 전술지시를 하고 있는 정 코치

R리그 선수들에게 전술지시를 하고 있는 정 코치 ⓒ 인천 유나이티드

 
- 그렇다면 전력분석 코치, 전력분석관 그리고 비디오 분석관은 모두 다른 개념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전력분석 코치는 유럽의 전력분석관과 동일한 지도자 개념의 포지션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코치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준하는 라이센스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분석을 전문적으로 할 줄 아는 A 라이센스 이상을 보유한 지도자들이 적합합니다. 그만큼 축구를 잘 알고 있어야하며 전력 분석을 하는 포지션 중에 가장 높은 프로의 단계라고 할 수 있죠.
 
전력분석관은 전력분석 코치처럼 프로 레벨의 지도자 라이센스는 아니지만, 축구 지도자에서 엘리트 심화 단계로 분류되는 B 라이센스를 보유해야만 그 명칭에 적합한 축구 지식과 능력을 검증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력분석 코치와 비디오 분석관의 사이 단계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비디오 분석관은 축구와 관련된 전문적 경험이 없지만 축구를 좋아하고 꿈을 위해 노력하신 분들이 활동하는 포지션이며, 프로보다는 아마추어 단계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골키퍼 코치와 피지컬 코치가 해당 분야를 전문적으로 담당하여 활동하는 것처럼, 분석 역시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코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즌에는 인천이 시작했고, 강원도 비슷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시작하는 서울 이랜드도 동일한 개념의 코치를 선임했습니다."

- 전력분석 코치로서 최종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전술과 전력분석을 전담하는 코치로 활동하는 것은 K리그1에서 제가 최초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위치에 올라올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께 늘 감사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선은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현재 제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그 이후에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인다면 무리뉴 감독처럼 분석을 하는 지도자 출신의 수석코치 혹은 감독이 되는 것이 제가 지도자로 활동하며 꿈꿔온 미래입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제 제자들이나 선수들이 불러주는 제 별명이 '스페셜 원 정리뉴'인 만큼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그 꿈에 점점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경남과의 최종전 후 팬들과 함께 .

▲ 경남과의 최종전 후 팬들과 함께 . ⓒ 인천 유나이티드

 
- 다가오는 시즌의 각오를 듣고 싶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1월 중순정도에 팀에 합류를 하면서 팀의 전지훈련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전력분석을 전담하는 코치라는 제 역할이 국내에선 생소했기 때문에 역할을 인정받고 수행하는 데에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초중반부터는 팀에서도 저를 배려해주시고 신뢰를 해주시면서 전술적인 부분에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전지훈련부터 같이 합류하여 새로운 시즌에 우리가 구사할 우리만의 축구 컨셉과 전술 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천은 코칭스태프의 조화와 구성, 그리고 팀의 단합이 국내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년보다는 조금 더 기대할 수 있는, 상위 스플릿을 칭하는 파이널A는 아니더라도 강등싸움으로 불안해하지 않고 보다 더 재미있는 인천의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며, 국내 최고의 서포터이신 인천 팬분들을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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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환 전력분석코치 인천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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