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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데도 지급하지 않은 사람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자 만들어진 사이트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데도 지급하지 않은 사람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사이트다.
ⓒ 배드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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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Bad Fathers). '나쁜 아버지들'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2018년 7월에 개설된 인터넷 사이트 이름이다. 이 사이트에는 이혼 뒤 고의로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은 아빠와 엄마들의 신상 정보가 낱낱이 공개돼있다.

사이트 운영진은 신상 공개 목록에 대해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데 지급하지 않는 것(사람)에 대해 '법원의 판결문', '각서' 등을 통한 사실관계의 확인을 거쳐 작성"됐다며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 확인되면 리스트에서 즉시 삭제(한다)"고 명시해놨다.
     
"죽이겠다는 협박도 받았고... 사진 안 내리면 죽이겠다고요. 물리적인 가해도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고요."

배드파더스의 운영자인 구본창(57) 대표는 지난 14일 16시간 동안 국민참여재판을 받았다. 사이트에 신상이 공개된 5명이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2018년 9월 구 대표를 고소했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

15일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창열)는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거나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며 "피고인은 양육비를 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받는 상황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있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무죄를 확정했다.

15일 진행된 전화 인터뷰에서 구 대표는 재판 결과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무죄 판결이 난 직후 벌써부터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태까지 제보 및 문의를 했던 사람들이 3500여 명 정도 됩니다. 그중 명예훼손 때문에 고소당할까봐 두려워 사이트에 신상을 공개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죠. 실제로 사이트에 명단을 올린 사람들은 400명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무죄판결이 난 후, (양육비 미지급자의) 사진을 공개해달라는 요청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휴대폰에 걸려오는 (제보 외의) 다른 전화를 거의 못 받을 정도예요. 명예훼손에 대한 부담이 없어진 거죠."


"정부가 이 사안과 관련해 먼저 나서줘야"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오른쪽 네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2019.5.7
 지난해 5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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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피해자들에게서만 나타난 게 아니었다. 구 대표를 '죽이겠다'며 협박했던 가해자들도 돌연 태도를 바꿨다.

"이전까지는 사진에 공개된 사람(양육비 미지급자)들이 고소하겠다고 협박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그들에게 전화가 걸려왔어요. 사진 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상대방(전 배우자), 즉 현 양육자와 원만한 협의를 해라', 혹은 '양육비 지급을 바로 하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구 대표는 "(이번 판결을 통해) 양육비 미지급 사건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양육비는 개인 간의 채권-채무 문제가 아니라 사회 공동의 문제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이 문제를 개인 문제로만 몰고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덧붙였다.

"우리한테 제보하는 사람들 가운데 80%가 경력단절 여성들입니다. 양육비조차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아이와 엄마 모두가 얼마나 힘들지는 말하나 마나 아닐까요? 이들은 매일 같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야 합니다.

경제적 문제는 곧 아동의 생존권과 직결됩니다. 양육비 문제가 생존권 문제로 이어지는 이유예요. 하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도 양육비 문제를 개인들의 문제로만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현재 양육비 피해아동은 100만 명에 달합니다. 이 문제는 국가가 나서야 하는 사회적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양육비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20대 국회에 발의돼있는 10개의 양육비 관련 법안들이 통과돼야 할 것을 강조했다. 또, 이번 무죄 판결을 계기로 더 많은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구했다.

"20대 국회에 양육비 미지급과 관련한 법안 10개가 발의돼있습니다.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운전면허 취소 및 신상공개, 여권발급 제한, 형사처벌에 대한 내용이 들어간 법안입니다. 그런데 하나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미지급자들이 양육비를 주지 않더라도 법적 불이익을 받지 못하는 겁니다. 책임을 지지 않는 거죠. 정부가 이 사안과 관련해 먼저 나서줘야 합니다.

피해자들도 이번 판결을 시작으로 더욱더 목소리를 내줬으면 합니다. 피해사실을 알리고, 가해자를 고발하는 게 명예훼손의 덫에 걸리지 않는다는 판결이 났으니까요. 계류된 법안들이 통과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피해 당사자분들의 목소리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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