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트맨>의 한 장면.

영화 <히트맨>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15년 전 암살조직의 에이스로 테러리스트를 제거해온 준(권상우)은 어릴 적 꿈인 만화가가 되고 싶어 자신이 죽은 것으로 위장한 채 새 삶을 살아간다. 코드명 준이라는 이름도 버리고 수혁이라는 새 이름으로 살아가던 중 아내 미나(황우슬혜)를 만나 결혼한 뒤 사랑스런 딸 가영(이지원)까지 얻는다. 

하지만 그 행복도 가끔 위기를 맞이한다. 비인기 웹툰 작가 수혁의 월 수입은 단돈 50만 원. 딸이 갖고 싶다고 한 물건을 사줄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한 수혁은 과음을 하게 되고, 술에 취한 채 과거 암살요원 시절 수행했던 일들을 여과없이 만화로 그려 올리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국가기밀이었던 테러리스트 암살 조직 방패연의 존재부터 테러리스트와의 사투까지 낱낱이 그린 수혁의 웹툰은 출고 다음 날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이에 고무된 수혁은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계속 자신의 과거를 소재로 만화를 그리고, 우연히 만화를 접한 과거의 적 암흑 테러리스트 조직과 국정원에게 쫓기게 된다. 

코믹과 액션, 두 가지를 중심 축으로 삼아 이야기를 끌어가는 영화 <히트맨>은 '암살요원' 준의 과거 시절, 그리고 테러리스트 조직과 국정원에 쫓기는 준의 모습을 통해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자연스럽게 공중제비를 돌며 발차기를 날리는 장면부터 창틀에 거꾸로 매달려 사색에 잠기는 모습, 과거 테러리스트를 제압하는 모습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액션이 펼쳐진다. 단순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는 것에서 끝났다면 재미 부분에서 다소 실망스러웠을 수도 있겠지만, <히트맨>은 무술의 달인 '준'이 '수혁'이 된 뒤부터 아내에게 꼼짝 못하고 공사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부터 구박을 받는 등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했다" 감독의 결정이 낳은 결과
 
 영화 <히트맨>의 한 장면.

영화 <히트맨>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히트맨>은 다른 코믹 액션 영화들과 달리 실사 장면과 웹툰, 애니메이션을 곳곳에 배치해 신선함을 배가시켰다. 특히 방금 만화를 뚫고 나온 듯한 무시무시한 악당 캐릭터는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비주얼을 갖췄다. 액션으로 가득찬 영화지만, 중간 중간 웹툰과 애니메이션이 배치되면서 청소년 관람객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배우들의 애드리브다. 최원섭 감독은 최근 진행한 언론시사회에서 "배우들이 최대한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촬영장에서 내버려뒀다"라고 밝혔다. 감독의 이런 방침 덕에 출연 배우 대부분이 대본에 없는 애드리브를 마음껏 했다고 한다. 최 감독이 이런 판단을 내린 이유는 코믹 영화에선 애드리브가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암살 요원 철 역의 배우 이이경의 경우 거의 모든 대사가 애드리브에 가까웠다는 것이 함께 연기한 이들의 설명이다. 결국 영화에 등장하는 대사들 중 상당 부분이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애드리브로 채워졌기에, 관람 과정에서 애드리브를 찾아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히트맨>에는 가족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특히 딸 가영이 아버지 수혁과 쌓는 '부녀간 사랑'도 굉장히 섬세하게 담아냈다. <쇼미더머니>에 출연해 래퍼로 성공해서 가정의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가영이 노트에 써 내려간 가사도 굉장히 인상 깊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정의 불화를 일으킨다는 내용의 가사는 왠지 모르게 웃기고도 슬프다. 

한편 10여년 전과 달리 코믹 액션 장르에 대한 관객들의 다소 냉소적인 점은 <히트맨>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액션 코미디 장르의 유행을 이끌었던 배우 정준호 역시 지난 14일 언론시사회에서 "현재 코미디 영화 장르의 호흡은 예전과는 달리 빨라졌다"면서 "관객들의 눈높이가 예전보다 더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1600만 관객을 모으며 깜짝 성공을 이뤄낸 영화 <극한직업>의 경우, 형사들의 잠복기를 다루면서도 액션보단 재미부분에 집중했던 것을 감안하면, <히트맨>은 조폭 액션이 가미된 <두사부일체> 시리즈에 장르적으로 더 가깝다.
 
그럼에도 배우 권상우의 매력을 감상하기에 <히트맨>은 괜찮은 영화다. 전직 암살 요원이라는 콘셉트가 유난히도 권상우와 잘 어울린다. 코믹 액션 장르가 점점 극장가에서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요즘, 영화 <히트맨>은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까. 

한 줄 평 : 사라져가는 전통 코믹 액션 장르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히트맨(권상우)'이 나섰다.
별 점 : ★★★(3/5)

 
영화 <히트맨> 관련 정보
제목 : <히트맨>
감독 : 최원섭
출연 : 권상우, 정준호, 황우슬혜, 이이경, 이지원 외
제공/배급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 베리굿스튜디오(주)
장르 : 코믹 액션
크랭크인 : 2019년 5월 21일
크랭크업 : 2019년 9월 11일
개봉 : 2020년 1월 22일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1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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