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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대화를 하는데, 누군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언급하며 그런 이야기를 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인 네 자매가 다 예뻐서 현실성이 없다고. 그런 관점으로 그 영화를 볼 수도 있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다른 친구가 이야기를 거든다.

그중에 셋째 딸로 나오는 배우는 일본에서 '역변의 아이콘'으로 유명하단다. 아역배우였을 때는 귀여운 외모를 자랑했으나, 크면서 입이 돌출되기 시작하면서 예전만큼 예쁘지 않다고 한다.

무언가 불편한 마음이 올라오는 중에 나도 모르게 그 대화에 동참을 하고 있다. 최근 한 독립영화를 보았는데, 여주인공이 평범한 여중생인데 너무 예쁜 얼굴이라 몰입이 안 되었다고.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하니 예쁜 여주인공은 감독의 판타지가 아니냐 한다. 심지어 감독도 예뻐요.

만남을 파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왠지 마음이 찝찝하고 뒷맛이 씁쓸하다. 요즘 소위 말하는 얼평(얼굴평가)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었구나, 싶다. 왜 예쁜 네 자매는 판타지가 되고, 여배우의 역변은 그 배우를 평생 따라다니는 검색 키워드가 되어야 할까. 평범한 여중생인데 예뻐서 몰입이 안 된다는 나의 말도 안 되는 논리는 또 뭐고.
 
아름다움에 대한 지나친 강박
 아름다움에 대한 지나친 강박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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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쁜 얼굴에 대한 강박적 사고를 아무런 비판도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연예인에 대한 외모 평가를 당연하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 예쁜 외모가 판타지가 되고 예쁘기 때문에 평범하지 않다는 건, 다시 말해 예쁜 사람'만' 특별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예쁘기 때문에 '특권'을 주고,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인간의 등급을 나눠도 된다고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과 같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며 이러한 논리를 안일하게 받아들여도 괜찮은 걸까?

사회비평가 나오미 울프는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라는 책에서, 아름다움이 새로운 종교로서 여성의 삶을 억압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가 본능적인 것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강요된 것임을 주목한다. 끊임없이 성형과 다이어트를 강요하고, 화장품 산업을 확장하는데 기여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러한 강박은 종종 자기 파괴적인 주문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왜 나는 모델처럼 마른 몸에, 서양인들처럼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지 못했을까? 풍성한 머릿결, 모공 하나 없는 매끄러운 피부 등등 끝도 없는 비교와 자아 비판에 휩싸인다. 시대가 변하면서 남성 역시 이러한 외모 검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늘어난 남성 성형률과 화장품 시장만 봐도 그렇다. 

예쁘다는 칭찬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것도 그런 칭찬이 무의식 중에 예쁜 사람이 더 우수하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만들기 때문이다. '예쁨'을 상실하면 관심과 사랑도 잃을 수 있다는 염려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아마 연예인들이 외모 강박에 시달리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예쁘고 멋있다며 좋아하던 대중이 살이 쪘다며 혹은 얼굴이 변했다며 등을 돌리는 일이 다반사일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타인의 외모 평가를 하고 타인에게 외모 평가를 받는 것도 모자라, 스스로의 외모를 검열하고 자책하며 살아가는 걸까? 외모에 집착하느라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걸까? 
 
영화 'I feel pretty' 스틸컷
 영화 "I feel pretty" 스틸컷
ⓒ ifeelpre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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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feel preety'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 속 주인공 르네는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녀의 소원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예쁜 외모로 한번 살아보는 것. 그러던 어느 날, 르네는 스피닝 운동을 하다 크게 넘어져 머리를 다친 후, 거울 속 자신이 예뻐 보이는 마법(?)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착각하게 된 르네는 자신감을 되찾고 그로 인해 그녀의 삶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에 대해 유쾌하게 풀어낸 이 코미디 영화는 후반부에 이르러 묵직하게 마음을 울린다. 마음속에서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외모'라는 잣대를 내려놓게 하며, 타인과 세상이 정해놓은 아름다움을 쫓아가기 바빠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한 것은 아니냐고 되묻는다.

아름다운 것은 인간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아름다운 자연이나 예술작품을 접했을 때, 인간의 마음은 평온을 얻고, 삶의 의지를 되찾거나 영감을 얻기도 한다. 아름다움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다.

그렇지만 인간의 외모가 사회적인 미의 기준에 맞춰 강요되는 것은 다른 종류의 문제다. 그것은 뒤틀린 강박을 낳고, 누군가에게는 자존감을 갉아먹는 마음의 해충이 되기도 한다. 외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지나친 강요는 전혀 아름답지 않다. 그것은 자신을 향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태그:#아름다움, #다이어트, #성형, #무엇이아름다움을강요하는가, #외모지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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