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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5월 조업중 납북되었다가 같은 해 10월 북한에서 귀환한 어부들이 있습니다. 귀환하자마자 간첩으로 몰린 이들은 이후 온갖 고초를 겪으며 50년을 전과자로 살았습니다. '지금여기에'와 '원곡법률사무소'를 만나 어렵게 재심을 신청한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의 한많은 사연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14일, 전주지방법원에서 제5공진호 납북귀환어부 사건과 관련한 재심 재판이 열려 법원이 검찰의 항소를 기각,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14일, 전주지방법원에서 제5공진호 납북귀환어부 사건과 관련한 재심 재판이 열려 법원이 검찰의 항소를 기각,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 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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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공진호 재심 스토리 ⑤] "아따 겁나 고생하셨구망" 노인들이 법원서 현수막 든 사연

2020년 1월 14일 13:50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 신청사 201호 대법정. 지난해 12월 전주지방법원이 이전한 걸 모르고 구청사로 갔던 우리는 헛걸음을 하고 서둘러 신청사로 이동했다. 재판에 늦지 않게 도착해 서둘러 법정 앞으로 가니 이미 남정길씨와 유가족들이 모여 있었다.

오늘 판결에 언론의 관심 역시 커서 MBC, 연합뉴스 등을 비롯한 많은 취재진이 법정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다만 일부 유가족이 아직 도착하지 못해서 우리처럼 구청사로 간 게 아닐까 우려했지만 출발이 조금 늦어졌던 것이라 곧 모두 도착했다.

"이번에는 잘 되겠지유? 검찰도 바뀌었는데..."
"검찰이 뭐가 바뀌여. 그대론디. 법무부 장관도 지랄하고 그만두게 하는 판인데 우리 재판도 가만 놔 두간디."

모두 모여 법정 안으로 들어가며 유족들은 저마다 한마디씩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법정 입구에서 재판 일정을 보니 다른 형사사건 선고 재판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재판부 입장 이후에도 약 45분간 다른 형사사건의 재판이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 피해자분들이 어떤 심정일까 신경이 쓰여 곁눈질로 살펴보니 피해자 및 유가족들은 손을 비비거나 귓속말을 하며 긴장을 달래고 있었다. 아무래도 본인들의 사건만 듣는 게 아니라 다른 형사사건을 방청하며 그 중 유죄가 구형되거나 선고되는 것을 보니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되는 가보다.

14:45이 되고 드디어 제5공진호 재심사건 선고재판이 시작되었다. 피고인인 남정길씨와 변호인 서치원 변호사가 앞으로 나아가자 판사는 다음과 같이 사건 개요 및 주문을 말하였다.

"이 사건은 1969년 2월 22일 사건으로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검사가 항소한 사건이다. 검사의 항소이유요지는 피고인의 법정 진술(과거 군산지원)은 임의성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법정에서 자유롭게 진술한 것이므로 법정 진술의 임의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검사가 주장하는 대로 임의성이 있음을 증명하는 건 검사의 몫이며, 그에 대한 증명이 안 되면 자백된 진술은 무효라는 것이다. 또한 피고인이 검찰 이전에 수사기관에서 임의성 없는 진술을 한 이후에 가혹행위가 이어지지 않더라도 임의성 없는 상태가 지속되었다고 볼 경우 그 진술 역시 임의성 없는 진술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은 영장청구 없이 장기간의 불법구금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위협과 고문, 협박 등이 이어졌으며 그로 인해 임의성 없는 상태가 있었다고 추단했다. 또한 피해자들이 고의로 북한으로 월선했다는 범죄의 사실입증은 검찰이 증명해야 하는 것인데, 이 사실에 대한 객관적 증거나 입증이 없고 오직 피해자의 자백만이 유일한 증거이므로 이를 유죄라고 볼 수 없다."


검사의 무리한 항소에 대해 재판부는 오직 피해자의 자백 하나만으로 피해자들을 유죄로 판단한 것에 일침을 가하면 검찰을 향해 꾸짖듯 판결했다.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는 두 차례에 걸쳐 힘주어 기각 사실을 낭독했다. 이 판결에 피해자 남정길과 유족들은 서로의 손을 붙잡고 눈시울을 붉혔다.

항소심 재판 당시 검찰은 항소 이유에 대해 '매뉴얼'에 근거했다고 당당하게 의견을 개진했다. 결국 이번 판결에서 판사가 밝혔듯 범죄사실의 입증이나 근거 없이 무리하게 항소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무리한 기소와 반성 없는 과거사. 매뉴얼대로의 항소였다면 검찰의 최고 책임자인 윤석열 총장은 곧바로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피해자들은 판결 선고 후 법정에서 나와 '지금여기에'와 법률지원을 맡았던 원곡법률사무소에서 준비한 현수막을 내려보며 "맞아, 맞아"라는 말을 던졌다. 현수막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제5공진호 반백년만의 항소심 무죄를 축하드립니다. 과거사 반성 없는 검찰의 개혁을 촉구합니다!

유일한 생존자인 남정길씨는 마지막으로 이런 바람을 남겼다.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청장이나 우리 일을 똑똑히 알아야 해요. 우리가 무죄가 나면 잘못한 사람들이 사과해야 되는 거 아니유? 잘못했다는 판결은 있는데 사과하는 놈은 없잖여.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꼭 사과하라고 혀."  
 
 14일, 전주지방법원에서 제5공진호 납북귀환어부 사건과 관련한 재심 재판이 열려 법원이 검찰의 항소를 기각,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14일, 전주지방법원에서 제5공진호 납북귀환어부 사건과 관련한 재심 재판이 열려 법원이 검찰의 항소를 기각,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 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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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호 공진호 재심 스토리]
① "그 놈의 수사관, 이름은 남궁길영"
② "제가 너무 억울..." 50년 전과자로 산 남자의 통곡
③ "입 열 때까지 고문... 18살 어린 나이에 너무 끔찍했어요"
④ "검사 말투가 너무하네, 속에서 천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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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지금여기에"라는 단체에서 일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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