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요즘 젊은 엄마들을 중심으로 아들에게 소변을 좌변기에 앉아서 보게 한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독일 등 서양에서는 앉아서 오줌을 싸는 남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외신도 들린다. 그 까닭은 서서 오줌을 누면 변기나 바닥에 튀기 때문에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이미 오래 전부터 남자들이 앉아서 오줌을 누는 나라가 있다. 바로 미얀마이다. 진짜 그럴까 의문이 들었다. 또 왜 그럴까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미얀마 양곤에 가서 보니 앉아서 오줌을 누는 남자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남자 화장실에는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이 소변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현지 가이드 역시 서서 볼일을 봤다. 그렇다면 도대체 앉아서 오줌을 싼다는 이야기는 왜 나온 것일까?

그것은 미얀마인들의 전통 복장인 론지(Longyi)에서 비롯된다. 미얀마인들은 남녀 모두 치마 형태로 된 하의를 입는다. 여성은 긴 직사각형의 천조각에 양 끝에는 끈이 달려있어 끈으로 허리를 묶는다. 여성의 론지는 트메이라고 한다. 
 
미얀마에서는 사진사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치마를 입은 남자 사진사들이 손님을 찾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사진사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치마를 입은 남자 사진사들이 손님을 찾고 있다.
ⓒ 이선배

관련사진보기

 
남성의 론지는 바손이라고 하는데 원통형으로 천의 양 끝을 가운데로 모아 앞으로 돌려서 동여맨다. 이렇게 치마를 입는 까닭은 더운 날씨에 치마를 입어야 통풍이 잘되어 시원하기 때문이다. 사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 중 남자들도 치마를 입는 경우가 많았으나 현대화 물결 속에서 그런 모습은 점차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그러나 개방이 늦었던 미얀마의 경우 아직도 양곤 시내에서 론지를 입은 남자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과거에는 론지 안에 특별히 속옷을 입지 않았으나 요즘은 속옷을 챙겨 입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남자들도 치마를 입다보니 자연스레 앉아서 볼 일을 보는 것이 편해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치마를 걷어서 서서 볼 일을 보는 모습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론지는 밤에 잘 때 이불로 사용할 수도 있고, 우리 돈 3000원 정도 주면 살 수 있는 값싼 것부터 있어 미얀마인 누구나 아직도 애용하고 있다. 특히 미얀마는 학생들이 입는 교복이 모두 론지이다. 초록색 치마에 하얀색 셔츠로 국가에서 색만 정해놓아서 학교 구별 없이 자신이 각자 색만 맞춰서 론지를 입으면 된다고 한다.

미얀마 사람들이 보통 키가 작은 경우가 많았는데 화장실에 설치된 소변기 높이가 높아서 좀 의외였는데 그 까닭을 물어보지 못해 아쉽다. 그리고 영국 식민지의 영향인지 미얀마의 경우도 화장실마다 돈을 내고 이용해야 했다.

다만 이것은 그나마 도시 모습을 갖추고 있는 미얀마 양곤의 이야기이다. 아직도 시골에서는 화장실이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그냥 아무곳에서나 쭈그리고 앉아서 볼일을 보는 미얀마 남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아웅산 수치 정권 하에서 개방 정책을 취하고 있는 미얀마의 많은 부분이 변화하고 있다. 그 개방의 물결 속에서 론지를 입는 풍습이나, 남자들이 앉아서 오줌을 싸는 풍습이 유지될 수 있을지? 아니면 서구화 될지 미얀마의 내일이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게재합니다.


태그:#미얀마, #론지, #전통의상, #치마입은 남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계시민 모두가 빈곤과 전쟁의 공포는 없고 기본소득과 평화는 보장되는 세상을 꿈꾸는 대전시민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