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가 도쿄 올림픽 본선까지 한 걸음만 남겨두게 됐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11일 태국 나콘랏차시마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대륙 예선전 대만과의 준결승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18-25, 25-9, 25-15, 25-14)로 승리했다. 첫 세트를 내준 후 나머지 세 세트를 여유 있게 따낸 한국은 12일 태국과 카자흐스탄전 승자와 도쿄 올림픽 본선티켓이 걸린 '최후의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한국은 김연경 대신 주 공격수로 활약한 김희진(IBK기업은행 알토스)이 블로킹과 서브득점을 각각 3개씩 기록하며 18득점을 올렸다. 중앙공격수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역시 블로킹 6개를 포함해 15득점으로 높이를 장악했다. 한국은 비록 첫세트를 내줬지만 블로킹에서 16-3, 서브득점에서 12-4로 대만을 압도했고 토털 스코어에서 93-63이라는 일방적인 숫자가 나왔을 정도로 경기 내용에서는 대만과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안정된 토스로 공격수들을 이끈 이다영 세터는 서브득점 4개를 기록하며 대만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다.

안정된 토스로 공격수들을 이끈 이다영 세터는 서브득점 4개를 기록하며 대만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다. ⓒ 국제배구연맹

 
김연경 없이 맞은 준결승, 불안한 1세트는 연습이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3연속 무실세트 승리라는 완벽한 전적으로 준결승까지 순항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재영(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과 강소휘(GS칼텍스 KIXX) 등 젊은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이어갔던 반면에 정작 '에이스' 김연경(엑자시바시)은 복근부상으로 조별리그에서 제대로 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연경은 4강전을 하루 앞둔 10일에도 팀 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정밀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반대편 A조에서는 태국이 무난히 조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대만이 호주를 꺾고 조 2위로 4강에 진출해 한국의 준결승 상대로 결정됐다. 대만은 세계랭킹 공동 32위에 올라 있는 아시아의 중위권 팀으로 우리나라와 대만과의 역대 전적은 30승 3패다. 김연경이 컨디션 회복 여부와 상관없이 대만은 한국이 두려워할 상대는 결코 아니다.

김연경 대신 강소휘가 먼저 선발 출전한 한국은 작은 신장에도 뛰어난 수비집중력과 과감한 공격을 앞세운 대만에 초반 리드를 허용했다. 대만은 빠른 스윙으로 한국의 블로킹과 수비를 흔들었고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았던 실책이 겹치며 세트 중반까지 경기 흐름을 가져오지 못했다. 한국은 세트 후반 김희진의 서브득점으로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끝내 점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18-25로 첫 세트를 내줬다.

한국은 2세트에서도 이재영의 공격이 차단당하고 대만의 챌린지가 연속으로 성공하면서 초반 리드를 내줬다. 하지만 행운이 섞인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서브득점으로 분위기를 바꾼 한국은 대만의 범실과 강소휘의 연타공격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양효진의 서브순서에서 연속득점을 올리며 흐름을 가져온 한국은 높이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이며 대만을 압도했고 1세트 7점 차 패배를 2세트 16점 차 승리를 되돌려 주는 데 성공했다.

'김연경 원맨팀'에서 벗어나고 있는 라바리니식 스피드 배구

2세트 대승으로 자신감을 찾은 한국은 3세트에서도 강약을 조절하는 서브를 앞세워 대만의 서브리시브를 흔들며 초반 리드를 잡았다. 한국은 세트 중반 양효진의 연속 블로킹을 통해 대만의 추격흐름을 원천 봉쇄했고 어려운 공은 왼쪽의 이재영과 오른쪽의 김희진이 책임감을 가지고 처리했다. 한국은 세트 후반 김수지(기업은행)의 블로킹과 이동공격, 대만의 실책을 묶어 25-15로 3세트도 여유 있게 승리했다.

2세트에서 16점, 3세트에서 10점 차의 승리를 따낸 한국은 4세트에서도 김희진의 후위공격과 이다영의 서브득점으로 초반 분위기를 가져왔다. 마지막 세트에 몰린 대만도 무기력했던 2, 3세트와 달리 끈질기게 추격을 했지만 한국은 이다영의 서브득점과 양효진의 속공, 강소휘의 연속 블로킹으로 다시 점수 차를 벌렸다. 대만은 세트 후반 포지션 폴트까지 나오며 자멸했고 한국은 4세트마저 11점 차이로 승리하면서 경기는 마무리됐다.

1세트를 7점 차로 무기력하게 내줄 때만 해도 '김연경 원맨팀'에서 김연경이 빠졌을 경우 팀이 얼마나 약해지는지 확인하는 경기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한국은 2세트부터 순식간에 경기 흐름을 되찾았고 김연경이 한 번도 코트에 들어오지 않고도 여유 있는 역전승을 만들어 냈다. 비록 상대가 한 수 아래의 대만이었지만 김연경이라는 걸출한 스타에게 의존하지 않는 꾸준한 팀을 만들고 싶다는 라바리니 감독의 목표가 점점 가까워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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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 라바리니호 김희진 이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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