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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북한으로 탈출하려 했다는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군인이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박상은. 20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출소한 박씨는 아직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난 2019년 2월에 내보낸 기사 4편은 재심을 신청하기까지의 영화 같은 극적인 과정을 담았습니다. 같은 해 3월 22일 재심 신청이 1심에서 기각된 이후부터의 이야기를 이어서 싣습니다.[편집자말]
  '재심을 신청합니다' 박상은
  "재심을 신청합니다" 박상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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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남북이 분단의 대결로 대립하는 동안 수많은 젊은이가 군대 내에서 희생되었다. 때로는 군대 내의 가혹행위를 참지 못해 자살하거나 탈영하는 피해자도 셀 수 없이 많았다. 박상은씨 역시 상관의 부당한 구타를 참지 못해 자살하기 위해 탈영을 결심했던 피해자이다.
  
"1969년 5월 2일 새벽이에요. 춘천으로 탄약을 수령하러 다녀오니까 선임하사가 왜 탄약고에 빨래를 널었느냐며 구타를 하는 거예요. 아니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때리는데 그렇게 한 시간을 맞았어요."

탈영을 한 박상은씨는 총구를 목에다 대고 자살을 시도했지만 부모님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부대로 복귀하려 했지만 길을 잃었다. 부대로 복귀하기 위해 헤매던 중 다른 부대 군인들에게 발견되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가 끌려간 곳은 '15사단 보안대'였다.

박상은씨는 그곳 보안대 수사관들로부터 무차별적 폭행과 고문을 당해야 했다. 그들은 박씨가 단순히 길을 잃고 헤맨 것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월북하려 한 간첩이었다고 조작했다.
   
"15사단 보안대에서 춘천보안대로 넘어와서도 기절할 때까지 맞았어요. 깨어보니 손에 인주가 묻어 있어요. 강제로 무인을 찍은 거지."
  
그렇게 박상은씨는 범죄자가 되었고, 군사법원은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년을 꼬박 감옥에서 지내야 했다. 출소한 지 30년이 지난 2019년, 그는 자신의 명예를 되찾고 전과자 부모를 가진 자식을 만들 수는 없다는 심정으로 시민단체 '지금여기에'와 원곡법률사무소의 도움으로 재심을 신청했다.
 
[관련기사]

① "난 북으로 탈출하려 하지 않았다"
② "암스트롱이 달 착륙할 때 난 고문 받고 있었다"
③ 어느 날 걸려온 전화 "간첩 딱지 좀 떼주세요"

'결정적 증언'에도 검찰은 재심 결정 불복
  
하지만 1심 법원은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크게 실망했지만 박씨는 포기하지 않고 2심법원에 항고했고, 이 과정에서 귀대하던 박씨를 최초 발견한 군인을 찾아내게 되었다. 그는 법정 증언에서 '검거한 것이 아니라 길을 잃은 박상은을 데리고 들어왔다'고 진술했다.
  
새로운 증인의 증언으로 2019년 5월 26일 2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재심이 받아들여졌다. 50년 만에 받아들여진 재심이었다. 반세기 만에 진실이 밝혀질 기회를 얻은 박상은씨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검찰은 재심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재심 결정에 불복, 재항고했다. 상관의 구타에 의해 탈영하게 되었고, 귀대 중 길을 잃었다는 증언이 있음에도 검찰은 법원의 재심 결정에 불복한 것이다. 
  
[관련기사]
최 일병을 찾아서... 집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 그 남자다!
아슬아슬한 재판... 50년 만에 증인이 입을 열다
범죄자 만들땐 온 세상이 떠들썩하더니...   
   
  '재심을 신청합니다' 박상은
  "재심을 신청합니다" 박상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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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재항고로 인해 박상은씨는 지난 몇 개월간 초조한 마음으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해가 바뀐 2020년 1월 10일 대법원으로부터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한다는 결정을 받게 되었다. 2심 재판부의 재심결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2심 법원에 의해 과거의 수사가 불법적 수사에 의해 잘못되었다는 점을 확인했던 그 순간 박씨와 같은 국가폭력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했다. 그리고 항소나 재항고 같은 야만적 2차 가해를 멈췄어야 했다.

명백한 근거나 이유 없이 기계적으로 항소하는 것은 과거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의 인권을 다시 한번 짓밟는 처사이다. 결국 이러한 검찰의 행태는 국민적 저항과 역사의 심판을 자초할 것임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그래서다. 조금의 반성 없이 박씨 사건에 대해 재항고한 검찰은 '권력의 시녀이자 개혁의 대상'이라는 세간의 평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나 다를 바 없다.

조금의 반성 없는 검찰의 기계적인 항소
 
 수많은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광장 인근에서 열린 ‘제12차 공수처 설치, 검찰개혁 여의도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을 담은 입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수많은 시민들이 2019년 11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광장 인근에서 열린 ‘제12차 공수처 설치, 검찰개혁 여의도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을 담은 입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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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란다. 재심의 이유나 근거가 명백해진 상황에서 검찰은 재심 재판에 임하는 태도를 올바르게 해야 한다. 재심 공판이 열리는 그날 검찰은 합리적 판단과 이성적 법리로 재심에 임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과거 기소 사건이 불법이었음이 확인된다면 즉각 '무죄 구형'을 해야 한다. 그것은 용기가 필요하거나 커다란 결심이 필요할 정도의 것도 아닌 국민의 인권을 책임지는 사법기관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응당한 자세다. 
  
검찰이 공수처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에 국민적 지지가 뒤따르는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면, 과거사에 임하는 자세도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박상은씨 재심 과정에서 국민적 상식에 입각한 자세로 재판에 임하는 검찰의 모습을 기대한다.

박상은씨는 재심에 임하며 다음과 같이 각오를 밝혔다.

"꼭 나의 사실을 세상에 밝히고 싶어요. 다시 나 같은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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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지금여기에"라는 단체에서 일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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