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어릴 때 봤던 공상과학 만화에서 2020년으로 설정한 지금의 지구는 만화에서 보여준 것과 아주 많이 다르다. 만화는 과학의 발전이 인간에게 풍요와 평화를 안겨줄 것으로 그려졌지만, 정반대의 세상이 되었다.

오늘의 지구는 핵전쟁 위협과 화석연료를 태운 산업발전으로 기후위기를 불러왔다. 모든 생명체의 파멸을 불러오는 환경파괴를 멈추라는 경고에도 인간은 인류세의 방아쇠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
  
필요이상의 많은 비료사용은 작물을 비롯한 생태계를 오염시킨다
 필요이상의 많은 비료사용은 작물을 비롯한 생태계를 오염시킨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한반도는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분류된다고 학자들은 경고한다. 농사를 시작한 이후로 몇 년 전부터 이미 체감하고 있는 급격한 날씨 변화는 농산물의 작황에 큰 영향을 준다. 이번 겨울은 춥지 않은 날씨와 잦은 겨울비가 농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걱정스럽다.

화학비료 세계1위, 무엇이 문제일까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제주도의 바다와 육지의 지하수가 질산염에 심각하게 오염되었다는 JIBS 신년특집 다큐멘터리 <제주 지하수 침묵의 경고>를 봤다. 화학비료 사용량 세계 1위의 농업이 가져온 재앙은 제주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바다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적조현상은 육지에서 유입된 비료성분(질소, 인, 칼슘 등의영양물질)을 바닷물이 정화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었기 때문이다.

농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질소비료는 작물생육에 중요한 영양물질이다. 문제는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용할 경우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특히 화학적으로 고농축 된 질소비료는 질산염의 형태로 작물에 흡수되고, 남은 질산염은 토양에 축적된다. 그리고 빗물을 따라 지하수로 스며든다.
  
질산염의 문제는 화학비료가 농업에 투입되면서 채소이유식을 먹은 신생아들의 몸이 파랗게 변하면서 사망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질산염 중독에 의한 '블루베이비 증후군'이라고 밝혔다.

질산염은 몸속으로 들어오면 아질산염으로 변하고 나이트로사민이라는 발암물질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면 뇌로 전달되는 산소량이 줄어들어서 알츠하이머(치매), 파킨슨병을 일으킨다. 어린이는 아토피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유아는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물질로 알려졌다.

한국은 세계보건기구에서 권장하는 1일 기준치보다 훨씬 높은 질산염을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비료사용량 세계 1위에서 보듯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의 위험이고, 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현상과도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시장이 요구하는 크고 때깔좋은 농산물은 많은 비료사용을 요구한다
▲ 화학비료 시장이 요구하는 크고 때깔좋은 농산물은 많은 비료사용을 요구한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친환경 농업이 후퇴하는 이유

화학비료와 농약은 환경파괴와 각종 질병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가마다 사용량을 줄이거나 금지하는 정책을 만들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화학비료와 농약을 구입하고 사용하는 것에 무척 자유롭다. 오히려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한 농산물이 안전하다며 농산물우수관리 인증제도(GAP, Good Agricultural Practices)를 2006년에 도입했고, 유기농인증 표시와 똑같아 친환경농산물로 착각하게 했다.

2001년 7월 친환경농산물인증제도가 시행되었다. 유기농, 무농약, 저농약 인증제에서 2015년에 농약을 사용한 농산물이 친환경적이라는 모순 때문이었는지 저농약 인증은 폐지되었다. 유기농 인증은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은 일체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유기농자재로 허가받은 퇴비, 유기질비료, 유기농약을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무농약 인증은 화학농약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화학비료는 사용할 수 있다. 제도에서는 1/3로 사용하라고 되어 있지만 그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농업현장에서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농약의 폐해도 심각하지만, 화학비료는 환경파괴와 건강을 위협하는 물질로 친환경적이지 않으며 안전한 농산물이라고 할 수 없다.

친환경인증제도가 시행된 이후로 유기농인증 농가는 갈수록 줄어들고 무농약인증 농가는 늘어나고 있다. 유기농인증을 반납하고 무농약으로 돌아서는 농가도 생겨나고 있으며, 관행농업에서 화학농약만 사용하지 않으면 무농약인증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왜 그럴까. 힘들고 어렵게 재배한 유기농산물은 무농약농산물과 가격 차이도 없고, 소비자에게 똑같은 친환경 농산물로 인식되기도 한다. 물론, 유기농업에 대한 소신으로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며 땅심을 살리면서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들도 있다.

왜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할까. 원인은 유통시장에서 크고 때깔 좋은 농산물을 원하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산물 유통이라고 다르지 않으며, 적당히(?) 큰 것만 골라간다. 작고 흠집이 있거나 볼품이 없으면 매입을 안하거나 가격을 깎는다.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의 가격 결정권이 없는 농민은 항상 '을'이다. 시장에서 원하는 농산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필요 이상의 많은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게 만든다. 다시 제도를 정비하고 농산물 유통시장의 관행을 바꾸지 않는다면 환경파괴는 계속될 것이고, 건강과 삶의 질은 끝없이 추락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 회원소식지에도 실립니다.


태그:#기후위기, #화학비료, #유기농, #질산염, #유기질비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