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방영된 < 그것이 알고싶다 >의 한 장면.  보안 전문가가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1대의 PC 속에서 여러 개의 윈도우 OS가 구동되는 것을 시연하고 있다.

지난 4일 방영된 < 그것이 알고싶다 >의 한 장면. 보안 전문가가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1대의 PC 속에서 여러 개의 윈도우 OS가 구동되는 것을 시연하고 있다. ⓒ SBS

 
지난 4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파장이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음원 사재기 의혹을 다룬 이날 방송분으로 인해, 최근 사재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들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알> 방송에서 비중 있게 다룬 부분은 가상화 및 매크로 기술을 악용한 음원 부정 재생이었다. 그간 가요계 사재기 관련 보도 및 <그알>에서 소개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현재 진행되는 음원 사재기 방식은 온라인 게임에서 '자동 사냥'이라 불리는 행위와 비슷해 보였다. 게임과 음악은 겉보기엔 완전 다른 분야다. 하지만 해당 시장에서 부정을 저지르는 방식은 쌍둥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닮아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악용되는 가상화+매크로 기술
 
 지난 4일 방영된 < 그것이 알고싶다 >의 한 장면.  간단한 명령어 몇개만으로 특정 곡을 반복재생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시연해 방송에 소개했다.

지난 4일 방영된 < 그것이 알고싶다 >의 한 장면. 간단한 명령어 몇개만으로 특정 곡을 반복재생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시연해 방송에 소개했다. ⓒ SBS

 
<그알> 방송분에서 보여준 것은 바로 '가상화 기술'과 '매크로'다. 방송에 출연한 한 보안업체 대표는 직접 한 대의 PC에 또 다른 PC 10대가 작동하게끔 프로그램을 설치했고, 추가적으로 동일한 행동(특정곡을 100회 반복 재생)하는 명령어(loop, run 등)를 설정해 특정 음원 사이트의 뮤직 플레이어를 반복 재생하는 작업을 시연했다. 

원래 가상화 기술은 1대의 서버나 컴퓨터에서 여러 개의 운영체제(OS), 프로그램들을 동시에 가동시켜 작업 효율을 최대한으로 극대화시키기 위해 등장했다. 이를 적용하게 되면 그만큼 PC, 서버 등을 추가 설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비용 절감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VM웨어, 버추얼박스 등 각종 상용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PC 1대에서 윈도우, 리눅스 등 각종 OS를 동시에 구동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계정의 윈도우 OS 동시 구동도 가능하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악용하기 시작하면서 문제도 덩달아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온라인 게임, 그리고 <그알>에서 거론한 음원 사재기 분야다.

게임을 예로 들면, 이들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활용한다면 1대의 PC만으로도 여러 개의 복수 계정으로 특정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특정 키(자판)를 반복 사용하는 매크로 기술까지 접목시키면 현금 거래가 가능한 게임 아이템을 보다 손쉽게 획득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를 흔히 '오토(자동사냥)'라고 부른다. 이는 분명한 부정 행위다. 이를 노리고 수십대의 PC를 설치한 아이템 채굴방 운영 사례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부정 행위를 막기 위해 각 게임 업체들은 다양한 보안기술을 도입해 매크로 및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접속 차단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이들이 성행할 경우 일반 사용자 감소로 연결되고, 결국 해당 게임이 내리막길을 걷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매크로를 통한 부정 재생, ID 및 IP 불법 거래
 
 지난 4일 방영된 < 그것이 알고싶다 >의 한 장면. 암암리에 진행되는 ID 불법 거래에 대한 내용도 소개했다

지난 4일 방영된 < 그것이 알고싶다 >의 한 장면. 암암리에 진행되는 ID 불법 거래에 대한 내용도 소개했다 ⓒ SBS

  
<그알>에서 소개된 음원 사재기 방식 역시 게임 속 부정 행위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한 장소에 여러 대의 PC를 설치하고 각 컴퓨터 당 수많은 ID를 동시에 사용해 음원사이트에 등록된 특정 곡을 재생하는 방식이었다.

수만 개, 수십만 개의 ID를 갖춘 '사재기 작업장'이 운영된다고 가정할 때 순위를 올려야 할 특정 노래를 각 음원 사이트 뮤직 플레이어에 삽입시키는 것이다. 

이는 개별 음원 사이트에 등록된 가수, 노래의 코드 값(숫자)만 입력하면 곧바로 플레이어에 반영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으로 매우 간단하다. 수십 대 PC 및 수십만 개 ID로 특정 곡을 반복 재생시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닌 셈이다.(주: 인터넷으로 각 음원 사이트에 접속해서 개별 아티스트, 음반, 노래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URL의 끝자리는 음원 업체들이 이들 항목에 대해 부여한 코드값으로 끝나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식별번호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사용되는 수단은 바로 ID와 IP 거래다. 최소 몇만 개 이상의 ID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거래되는 등 불법이 자행된다. 또한 인터넷 IP 역시 거래 대상이다. 1개의 IP로는 하나의 음원 재생만 정상 집계되기 때문에 여러 개의 IP 확보 역시 그들에겐 꼭 필요한 수단이다. 

관련 업체 및 기관의 미온적 대응... 이대로는 곤란
 
 지난 4일 방영된 < 그것이 알고싶다 >의 한 장면.  ID 뿐만 아니라 인터넷 IP도 불법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소개했다.

지난 4일 방영된 < 그것이 알고싶다 >의 한 장면. ID 뿐만 아니라 인터넷 IP도 불법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소개했다. ⓒ SBS

 
그동안 사재기 의혹과 관련한 음원 사이트와 정부 당국의 미온적 대응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여러 차례 쏟아져 나왔다. 해당 운영 업체들은 유령 ID에 대한 필터링(서비스 제한, 강제 탈퇴) 작업을 수시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하는 이용자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인터넷 상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ID 및 IP 불법 거래에 대한 정부 당국의 대처 역시 마찬가지다. 

불법 사용자에 의한 횡포가 심해질 경우 실사용자 이탈로 이어져 자칫 해당 게임의 존폐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모니터링을 하고 부정 행위 적발, 이를 공식 홈페이지 및 카페 등에 고지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업계와는 사못 대조를 이룬다. 

일부에선 "어차피 부정 재생 행위가 빈번해도 음원 사이트는 돈을 버니까 사재기 방지에 운영 업체들이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는다"는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실시간 차트 폐지 등 운영 정책 변경 못잖게 날이 갈수록 진일보해지는 불법+부정 기술 사용에 대한 대응이 늦어진다면 사재기 근절은 갈수록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관련 업체 및 기관 등에서 강력한 근절 대책 마련 및 자정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소모적인 시비는 끊임없이 벌어질 것이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유튜브 등 다른 수단으로의 이용자 대이동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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