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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까이 주부로 살아오며 음식 관련 나만의 가치관 같은 것들이 생겼다. 평소 지향하는 것은 '어떤 음식들을 먹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건강이 좌우된다. 한 가족의 건강은 음식을 담당하는 사람이 어떤 음식들을, 어떻게 조리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니 이왕이면 건강에 최대한 도움 되는 쪽으로 해 먹자'이다. 

그래서 먹거리 관련 책이나 프로그램들을 즐겨 보는 편이다. 뭘 알아야 제대로 해먹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지천 교수의 약이 되는 음식 상식 사전>(중앙생활사 펴냄)'은 이런 이유로 지난해 가장 자주 들춰봤던 책이다.
 
마늘을 첫 번째로 꼽은 이유는 우리 몸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효과를 나타내어 인체가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전신기능을 조절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늘은 면역력이 아주 강하여 감기·독감을 비롯한 각종 감염성 질병에 대한 예방 효과가 탁월합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성인병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데, 특히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권장하는 항암 식품 40여 종 가운데 1위에 올라 있는 최고의 항암 식품이기도 하지요. - 83쪽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마늘을 꼽을 사람들이 아마도 많을 것 같다. 실제로 우리는 인구대비 마늘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로 세계적으로 이미 유명하다. 정말 다행인 것은 마늘이 무척 장점이 많은 음식이라는 것이다.

저자 또한 이와 같은 이유로 마늘을 최고의 건강식품, 즉 장수식품 첫 번째로 꼽으며 조목조목 설명한다. 장점이 어찌나 많은지 마늘이야말로 진시황이 찾아 헤맸다는 불로초에 가장 근접하는 음식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그런데 장점만 많은 것으로 알려진 마늘도 맞지 않는 체질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마늘이 맞는 체질도 먹는 것을 피해야 할 때가 있고, 마늘과 궁합이 맞지 않는 상극 음식이 있는 등, 잘못 먹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고 한다.
 
열이 많은 편이거나 열이 조금 있는 편인 사람이 열성이 강한 마늘을 매일같이 많이 먹을 경우에는 열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 눈에 장애를 주고 뇌를 상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 89쪽
 
 
정지천 교수의 <약이 되는 음식 상식사전> 표지.
 정지천 교수의 <약이 되는 음식 상식사전> 표지.
ⓒ 중앙생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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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마늘과 함께 먹으면 잃는 것이 많은 상극 음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꿀과 개고기, 그리고 닭고기. 아마도 이 부분을 읽으며 일종의 반감을 느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마늘은 백숙 혹은 삼계탕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부재료인 데다가 널리 사랑받은 보양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각각의 음식들이 지닌 성질과 그로 인한 약효나 작용을 근거로 설명한다. 그런 만큼 몸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가급 많이 먹을 목적으로 꿀로 졸이거나 꿀에 재워 두고 먹거나, 마늘 향이 강하게 느껴질 정도로 백숙에 마늘을 듬뿍 넣어 먹는 편이라면 책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참고로 '마늘과 꿀을 함께 먹으면 서로 약효가 떨어지고 열이 더욱 생기는 부작용이(116쪽)'이, '개고기는 열성이기에 마늘과 함께 먹으면 열을 더욱 일으키므로 몸에 손상을 주기 쉽다(116쪽), '닭고기를 마늘과 함께 먹으면 체기가 생기므로(116쪽)'라고 한다.

책은 크게 곡류와 채소류, 과일류로 구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랫동안 먹어왔으며, 여전히 많이 먹고 있는 중요한 음식 80여 가지를 다룬다. 육류는 빠졌다. 그런데 이처럼 관련해 다루고 있어서 우리가 먹는 음식 대부분을 다뤘다는 설명이 마땅할 것 같다.

모든 음식 편에서 어떤 음식인가? 기본적인 설명을 시작으로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 제대로 먹는 방법과 잘못 먹는 방법, 해당 음식의 약효, 주의해야 할 사람, 해당 음식과 상극인 음식, 활용법 등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아울러 각종 장수 음식들과 종종 쟁점이 되곤 하는 슈퍼푸드 등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어 음식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다.

마늘에 이어 다루는 것은 '150가지나 되는 유효성분이 들어 있고 수많은 효능을 가지고 있어서 매일 먹으면 만병통치약과 같은 효과가 있어 '21세기 둥근 불로초'로 불린다(117쪽)'는 양파.
 
양파를 많이 먹으면 눈을 흐릿하게 하고 열을 나게 하므로 주의해야 하고, 특히 열병을 앓은 뒤에는 피해야 합니다. 또한, 양파를 먹으면 함유된 휘발성 물질이 가스를 잘 만들어 냅니다. 그러니 양파를 많이 먹으면 가스가 많이 생겨 배가 불러 오르고 방귀 배출이 많아지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배에 가스가 잘 생겨 더부룩한 사람은 많이 먹지 않아야겠지요. 그리고 양파는 꿀과 상극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꿀을 함께 먹으면 눈을 상하게 하여 장애를 일으키고 심하면 실명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 124쪽
 
저자가 "냄새 때문에 마늘을 먹기 어려운 사람이 대용으로 먹으면 된다"고 추천할 정도로 양파 역시 마늘처럼 장점 많은 음식이다. 그런데 마늘의 경우처럼 양파 또한 잘못 먹으면 이처럼 치명적인 상태까지 갈 수 있다니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자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는 궁합이 맞거나 맞지 않는 음식을 알고 싶어서였다. 나이를 더해가며 그동안 별일 없이 먹었던 음식을 먹고 탈이 나거나, 같이 먹은 남편은 괜찮은데 나만 설사를 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내 몸에 좋은 나만의 음식을 많이 알게 됐다. 그동안 별다른 생각이나 궁금함 없이 해먹던 음식들을 헤아려보는 일도 많아졌다. 올해도 주방에 그대로 두고 종종 펼쳐 참고할 생각이다. 쌀이나 보리 등을 비롯한 각종 채소와 과일 등, 언제나 먹어왔지만 실은 크게 아는 것 없던 음식들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을 알아가는 재미도 큰 책이다.

정지천 교수의 약이 되는 음식 상식사전 - 음식이 건강을 만든다

정지천 (지은이), 중앙생활사(2018)


태그:#정지천 교수의 약이 되는 음식 상식사전, #정지천(한의사), #음식궁합, #약식동원, #마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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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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