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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인권단체와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이 국제 인권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며 비판하고 있다.
 지난 27일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인권단체와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이 국제 인권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며 비판하고 있다.
ⓒ 국제앰네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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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및 병역법 개정안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르면 2020년 1월부터 대체복무가 시행된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새로 시행될 대체복무제가 국제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며, 징벌적 요소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체복무제 입법은 헌법재판소(헌재)가 지난해 6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방안을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 1항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19년 12월 31일까지 관련 입법 작업을 마무리할 것을 주문하면서 이뤄졌다. 

대체복무요원은 교정시설 등 대체복무기관으로 지정된 곳에서 36개월간 합숙하며 병역 의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전엔 통상 18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졌다.

새 법은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줄어들면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도 6개월 범위 내에서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단 복무에서 이탈하면 이탈 일수의 5배 기간을 연장해 복무하도록 했다. 또 부정한 방법으로 대체복무요원이 되면 대체역 복무를 취소하고 현역병 의무를 수행하게 했다.

헌재와 대법원은 지난 2018년 처음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개인의 권리로 인정했다. 이렇듯 국제 규범에 발맞춘 사법기관의 결정 이후 약 1년 5개월 만에 역사적인 대체복무제 첫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관련 단체들은 새로운 법에 미비한 점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군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대체복무제 필요"

한국의 대체복무제는 36개월로 전 세계에서 가장 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인권법에 따르면, 대체복무는 군복무 기간과 비등해야 하며, 이보다 길다면 반드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근거해야 한다. 또 국제인권법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신청을 평가하는 과정과 그외 제반 사항도 민간 관할 하에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지만, 한국의 경우 대체복무 신청을 심사하는 위원회는 국방부 산하 병무청에 설치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데이비드 케이 유엔(UN)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과 아흐메드 샤히드 유엔 종교·신념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지난 11월 한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정부가 제출한 법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해당 법안이 대체복무를 이행할 권리를 명시하지 않은 않은 점을 비롯해 복무영역을 교정시설로 제한한 점, 객관적 근거 없이 군복무 기간 보다 긴 대체복무 기간을 설정한 점 등 해당 법안의 국제인권 기준 위반 요소들을 지적했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지난 27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에서 통과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은 한국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계속해서 처벌하고 낙인 찍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에 오늘 채택된 대체복무제를 임시 조치로 삼고, 최종적으로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명백히 처벌적이지 않으며, 군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고, 병역을 거부한 사유와 부합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반드시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는 아놀드 팡(Arnold Fang)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의 발언도 함께 소개했다. 아놀드 팡 조사관은 "한국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약속됐던 것은 순수 민간 성격의 대체복무제였으나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처벌이나 다름없는 결과였다"라면서 "통상 군복무의 2배에 달하는 기간 동안 감옥에서 일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이들의 사상과 양심, 종교 혹은 신념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놀드 팡 조사관은 그러면서 "이러한 명목상의 진전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겪고 있는 인권 침해를 끝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사실상 이들을 계속해서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한국 사회에서 이들에 대한 낙인찍기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여전히 감옥에 가는 것으로 비칠 것이고 일자리를 구할 때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그:#병역거부, #대체복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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