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가요계를 정리하는 지상파 3사의 연말 특집 프로그램이 지난 25일 SBS를 시작으로 27일 KBS, 31일 MBC 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앞서 열린 < 2019 SBS 가요대전 >에선 출연자 추락사고가 발생해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진 바 있다.  

이를 의식한 < 2019 KBS 가요대축제 >에선 방송 중 수시로 진행자인 신동엽이 출연진과 청중의 안전을 강조할 정도로 사고 예방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올해 <가요대축제>는 SBS와 달리 큰 탈 없이 행사가 마무리 되었지만 생방송 중간마다 미숙한 운영이 자주 나오면서 안방에서 TV를 시청하던 출연 가수 팬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월드스타 BTS의 인상적인 퍼포먼스
 
 2019 KBS 가요대축제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2019 KBS 가요대축제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 KBS

 
그동안 <가요대축제>는 여의도 KBS공개홀에서 진행되는 게 관례처럼 이어져 왔다. 공개홀은 <열린음악회> 등의 녹화 장소로 자주 쓰일 만큼 시청자들에게도 친숙한 장소였지만 그만큼 엇비슷한 화면 구성이 반복되는 편이었다. 또한 1만 명 이상 수용 가능한 다른 대형 공연장에 비해 작은 규모라 화려한 무대 구성이 여의치 않은 단점도 있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올해 <가요대축제>는 각종 시상식이 자주 열리는 일산 킨텍스로 자리를 옮겨 진행되었다. 덕분에 이전에 비해 더욱 현란해진 조명과 무대 장치를 갖추고 연말 축제다운 분위기를 뽐낼 수 있었다.  

달라진 장소의 이점을 가장 잘 활용한 가수는 예상했던 대로 공연 막바지를 장식한 방탄소년단이었다. 출연진 중 가장 많은 5곡의 무대를 선보이는 동안 방탄소년단은 웸블리 등 세계 초대형 경기장을 장악하는 대형 스타답게 멋진 퍼포먼스를 선사했다.  '고민보다 Go', 'Home',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으로 이어진 미니 콘서트는 현장을 찾은 관객 뿐만 아니라 안방에서 화면으로 지켜본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밖에 눈길을 끈 건 총 세 차례나 무대에 등장해 빼어난 가창력을 선보인 송가인이었다. 올해 트로트 장르의 인기를 주도한 주인공 답게 행사 초반 분위기를 띄우면서 대세 가수 다운 행보를 보였다. 이날 행사에선 송가인 외에도 태진아, <불후의 명곡> 단골 출연진인 몽니, 알리, 민우혁 등이 등장해 기존 아이돌 위주 출연진에서 다소나마 탈피한 노력도 엿보였다.  

어수선한 화면 전달 아쉬워 
 
 지난 27일 방영된 2019 KBS 가요대축제의 주요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2019 KBS 가요대축제의 주요 장면 ⓒ KBS

 
이틀 전 거행된 SBS <가요대전> 무대에선 장소(고척돔) 특유의 열악한 음향 상황으로 인해 상당수 공연이 돌림노래처럼 들리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바 있다. 이와 비교하면 킨텍스를 활용한 KBS 무대는 비교적 무난한 소리를 TV로 전달해준 편이었다.  

하지만 SBS와 마찬가지로 KBS 역시 현장 카메라 화면 구성에선 시청자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협소한 장소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근접 촬영을 선택해 가수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내던 여의도 공개홀 방송과 달리, 킨텍스에선 수시로 거대한 실내 전경을 카메라로 잡기에 급급했다.   

그나마 몇 번 정도만 시도한 밀착 화면에선 한창 고음 부분을 열창하는 멤버가 아닌 엉뚱한 사람을 잡는 경우도 빈번했다. 매번 지적되는 사항이지만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공연장 내부 전경이 아닌 가수들의 생생한 무대다.

팬들 분노 자아낸 에이핑크 무대 강제 종료 논란
 
 2019 KBS 가요대축제 진행 도중 명문도 모른채 갑작스럽게 공연을 끝마치게 된 에이핑크  멤버들은 각각 SNS 등을 통해 팬들에게 사과하며 진행 과정에 대한 서운함을 표시했다.

2019 KBS 가요대축제 진행 도중 명문도 모른채 갑작스럽게 공연을 끝마치게 된 에이핑크 멤버들은 각각 SNS 등을 통해 팬들에게 사과하며 진행 과정에 대한 서운함을 표시했다. ⓒ KBS, 손나은인스타그램

 
이날 <가요대축제>의 즐거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건 에이핑크 무대의 강제 종료 논란이었다. 올해 사랑받은 인기곡 '%%(응응)'을 새롭게 편곡해 대규모 인원의 댄서들과 화려한 군무로 꾸민 공연이 당황스럽게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원곡을 살짝 변형시켜 노래의 시작과 끝부분에 안무를 추가한 구성으로 에이핑크 멤버들은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있었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마지막 댄스 브레이크를 선보이기 위해 돌아서던 순간 방송은 다른 화면으로 바뀌고 말았다.  

급히 무대 위에 올라온 현장 진행 요원의 안내에 에이핑크 멤버들이 영문도 모른 채 퇴장하는 모습은 고스란히 관객들 휴대폰 촬영 영상에 담겨 인터넷 커뮤니티 등으로 전해졌다. 해당 장면을 뒤늦게 보게된 팬들은 "오늘 출연한 아이돌그룹 중 최고참 팀인 에이핑크에 대한 푸대접"이라고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이른바 '뒤통수 엔딩'으로 화면 처리된 에이핑크의 멤버들은 각각 개인 SNS를 통해 팬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도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제작진이 해야 할 사과를 왜 출연가수가 대신 해야 할까.

멤버 손나은은 스태프들과 연습하던 안무 영상을 공개하면서 "모두 함께 수고했다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모인 자리인 만큼 모든 가수들이 열심히 준비한 무대가 앞으로는 안전하게, 공평하게, 만족스럽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를 인지한 듯 KBS는 공식 홈페이지에 담당 피디 이름으로 된 사과문을 올렸다. "제작진의 단순 실수였다"며 "추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주 내용이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짧은 군무임에도 연말 무대를 위해 땀 흘리는 출연자들과 수많은 스태프들의 노력을 보다 깊이 기억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KBS가요대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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